‘1000조 투자 프로젝트’ 총수들이 직접 챙긴다

■ 공급망 등 악재 속 이행 고삐

이재용, 인텔 CEO면담 등 분주
해외 출장 등 보폭 확대 전망도

최태원·정의선·구광모·신동빈
계열사 순회 등 후속사업 관리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1000조 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와 30만 명 고용이란 청사진을 제시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관련 프로젝트를 밤낮으로 챙기며 고삐를 죄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전례 없는 복합악재 리스크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투자·고용 계획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정중동 행보를 보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5월 들어 대외 경영활동의 보폭을 부쩍 강화하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 해소 없이는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 인수·합병(M&A) 등에 속도를 붙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재계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만나 향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술동맹을 논의한 이후 양국 주요 기업 간 첫 만남이어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출장 이후 올해는 재판에만 집중했던 이 부회장은 5월 들어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식, 고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전 대통령 조문, 바이든 대통령 평택 공장 방문 안내,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등이다. 31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호암상 시상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대외 활동 본격화와 삼성의 450조 원 투자 계획 발표가 맞물리면서 해외 출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반기 중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 7월 세계 경제계 주요 인사들의 친목모임 ‘앨런&코 콘퍼런스’ 등이 대상이다. 다만 이 부회장의 가석방 신분, 재판 일정 등은 여전히 변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6월 중 확대경영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계열사 CEO 등 30여 명과 함께 모여 그룹의 비전과 경영 현황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향후 투자 및 고용 계획 등이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만남으로 화제가 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국내외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후 사장단을 중심으로 수시로 회의를 열어 후속 사업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에 능숙한 정 회장은 자주 비대면 회의를 열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30일부터 약 한 달간 전략보고회를 열고 계열사를 순회한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LG그룹의 106조 원 투자 계획을 실행하는 계열사가 전략보고회 대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6월 중 아시아 지역 출장을 검토 중이다. 신 회장은 최근 주말마다 국내 사업 현장을 찾아 하반기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을 돌아본 뒤 7월 초엔 하반기 사장단회의인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황혜진·김만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