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대 ‘교육복원’하려면… 기초학력평가로 미달학생 파악해야”

  • 문화일보
  • 입력 2022-06-03 08:59
프린트
■ 현안인터뷰-대구교육감 8년 지낸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現 성취도평가는 3%만 샘플링
모든학생수준 정확히 알수없어
전수조사 통해 미달자 분석필요

자사고 폐지하면 지방 더 소외
각 시도교육청 자율에 맡겨야
학교문제 이념적으로 봐선안돼

‘6-3-3-4 학제’ 70년간 그대로
시대변화 맞춰 ‘5-5-3’개편을
사회생활 진입 3년당길수 있어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지난달 31일 경북 경산시 대구가톨릭대 총장실에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교육 과제와 대학 혁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의 최대 화두는 ‘기초학력’ 문제였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후보들은 학력 저하·격차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고, 기초학력 보장을 너 나 할 것 없이 대표 공약으로 들고나왔다. 이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교육 공백이 심해졌고, 중·하위권을 중심으로 실제 학력저하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사교육 격차도 심화됐다. 평등 교육을 강조하는 진보 교육감들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운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각종 학력 평가를 줄여 왔지만, 이들조차 심각해진 학력 저하·격차 문제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영남대 총장과 제8·9대 대구시교육감을 역임한 우동기(70)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문화일보와의 현안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교육 과제와 관련해 “코로나19 세대의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게 국가적으로 급선무”라면서 “이상하리만치 새 정부에서 기초학력 회복에 대한 언급이 없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학력저하 문제에 대해 시·도교육청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초학력평가를 부활시켜서 현 수준부터 파악하자”고 덧붙였다.

우 총장은 고등교육뿐 아니라 유·초·중등교육까지 모두 거친 교육 전문가로, 최근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정시 확대와 관련해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공정이다”고 일갈하는가 하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고 폐지와 관련해선 “시·도교육청 자율에 맡겨라”고 당부했다. 우 총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5월 31일 오전 경북 경산시 대구가톨릭대 총장실에서 진행됐다.

―새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교육 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학력저하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세대 교육 복원이 정말 시급한데 새 정부가 고민을 안 한다. 학력저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앞으로 이들이 사회 중심 세력이 됐을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것이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학력저하 문제는 정말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번 교육감 선거 최대 화두가 ‘기초학력 저하’ 문제였다. 보수와 진보가 생각하는 해법이 달랐는데, 기초학력 회복을 위해 무얼 해야 하나.

“학력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학교 평가 제도가 없어지면서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어떤지, 정서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가 모두 깜깜이다. 현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3%의 학생만 샘플링하다 보니(표집방식), 전체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만 볼 수 있다. 기초학력 미달자를 알아보는 건 샘플링해서 되는 게 아니다. 전수 조사를 통해 교사들이 개별 학생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수업 수준도 정할 수 있고, 미달 학생들을 따로 가르칠 수도 있다. 내가 대구교육감으로 있던 2016년에, 전국에서 대구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제일 적어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학력평가가 학교와 학생 간 경쟁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는데, 교육 당국은 관리지표가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수준을 알고 있어야 한다. 고학력지표는 몰라도 기초학력미달지표는 알아야 한다. 이게 교육의 기본이자 의무인데 하지 않고 있다.”

―대학도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한가.

“초·중·고 못지않게 대학도 정말 큰 문제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 2020∼2022년도에 대학에 재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결손을 해결해 줘야 한다. 학부에서 결손된 학업을 대학원에서라도 복원할 수 있도록 학·석사 연계과정을 만들어 주든, 계절학기를 확대하든 해야 한다. 관련 재정은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단위대학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정시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으나, 정부 출범 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정시 확대가 필요한가.

“객관식 시험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데에는 객관식 시험이 가장 공정하지 못하다. 학습 과정, 성장 과정을 보면서 평가하는 게 가장 공정하다. 정시모집을 늘려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못 키운다. 5지선다형으로 학생을 뽑아서 무얼 하겠다는 것인가. 우리 교육과정은 학종을 전제로 마련됐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학종으로 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미 이뤘다. 그런데 조국 사태로 공정성 문제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데 학종을 작성하는 선생님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고, 대학도 학생 선발 능력이 고도화됐다. 학종으로 정말 이야기가 있는 학생을 뽑는다. 부동산 급등이 이번 정권교체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대입제도 때문에 부동산이 급등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정시 확대가 아닌 자격고사로 바꾸고 학종의 신뢰성, 공정성, 고도화 정책이 필요하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자사고와 외고 문제는 시·도교육청에 맡겨라. 지방에 자사고를 두면 수도권에서 인구가 유입되는 현상이 생긴다. 저소득층 입학보장 등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 대구를 예로 들면, 수성구는 강남3구 못지않게 학구열이 높다. 비수성구와의 학력 격차도 크다. 내가 교육감 시절에 비수성구에 자사고를 만들었더니 수성구의 교육 압력이 떨어지고 집값 상승도 완화되더라. 학교 문제에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말자. 하향 평준화가 진보는 아니지 않은가.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관점에선 자사고와 외고를 이념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자사고와 외고로 인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비가 과도하게 들어간다는 지적이 있는데.

“냉정하게 말하자. 외고, 자사고를 폐지하면 돈 있고, 학구열 높은 아이들은 어디로 갈 것 같은가. 귀족형 대안학교를 만들어 나간다. 일부 국제학교가 그런 거 아닌가. 이건 학교가 ‘클럽제’가 된다는 거다. 상위권, 하위권 모두 제도권 안으로 끌어안고 있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상위권을 위한 학교도 있어야 하고, 학교 밖 청소년들, 장애 학생들을 위한, 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학교도 있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인 지방대학 문제에 대한 해법은.

“수도권 대학은 대학원 중심으로 가고, 지방 대학은 학부 중심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에 모이고, 지방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발전의 중요한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과감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지방대를 절대 못 살린다. 대학 체제를 교육과 연구로 분리해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편하는 것이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데에도 적절하다. 또 사학들이 문을 닫을 수 있는 퇴로도 열어 줘야 한다. 정부가 폐교하라고 말해선 해결이 안 된다. 노무현 정부 때 5년 한시 특별법으로 사립학교 폐교 시 기본재산의 30%를 재단이 가져갈 수 있게 해 줬다. 이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부지가 보통 3000평에서 5000평인데 도심에 있는 학교를 폐교하면 아파트 단지 하나가 생긴다.”

―학제개편을 강조하는데 어떤 뜻인가.

“1951년 도입된 6-3-3-4 학제는 세상의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70년간 바꾸지 못했다. 비대면 수업을 불러온 코로나19는 학제개편을 위한 좋은 기회였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걸 놓쳤다. 단순히 9월 학기제 도입 논의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학교급별로 1년씩 단축해 교육편제를 지금보다 3년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1년 당기고, 중·고교를 묶어서 1년 줄이고, 대학을 1년 줄여 5-5-3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 대학은 3년제 과정을 이미 운영 중이다. 1년에 3학기를 소화하는 거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직장에 들어가는 연령이 세 살 정도 늦다. 군 입대 문제가 있어 3년의 생애노동시간이 적은 것이다. 이를 줄여 주면 10%의 인구 증가 효과가 생긴다. 퇴직연령을 늦추자고 하면 세대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입직 연령을 줄여 노동생산 시간을 늘려야 한다. 대학이 3년 내 공부를 끝내야 하는 건 학문의 생명성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입학 때 배운 학문이 졸업하고 나서는 죽은 학문이 될 정도로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의 역할은.

“이제 하나의 전공으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갔다. 대학은 평생교육체제로 가야 한다. 대학은 언제든 필요하면 와서 재교육 받을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실상 지식과 직장 생명 주기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4년 배우는 것도 너무 길고, 졸업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이 평생 재교육을 책임져야 하고, 그런 점에서 다양한 수요에 대비한 교육 콘텐츠 확보도 필요하다.”

△1952년 5월 출생 △대구고 졸업 △영남대 행정학과 졸업 △일본 쓰쿠바대 사회공학연구과 학술박사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영남대 총장 △제8·9대 대구시교육감 △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 △현 대구가톨릭대 총장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박정경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