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제주 한달살기’로 서로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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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35)·이진아(여·33) 부부

제(진아)가 중학생이던 시절, 다니던 교회에 남편이 새로 왔습니다. 새로 온 교회 사람과 연락처를 주고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저희도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후, 연락처가 맞는지 확인차 제가 먼저 문자를 보냈는데 남편에게 답장이 오지 않더라고요. 한 번 더 문자를 보내봐도 묵묵부답이었죠. 답장이 없는 이 남자, 갑자기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뒤,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남편을 마주쳤죠. 왜 답장하지 않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문자가 온 적이 없다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 확인해봤더니, 제가 남편 번호를 잘못 저장한 거였죠. 이 사건을 계기로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반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호감을 키워갔어요. 그때까지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제게 “영화 보러 가자”고 하기 전까지는요. 그렇게 첫 데이트를 했고,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습니다.

그날부터 저희는 장장 16년 동안 연애를 했는데요. 그동안 두 번의 이별을 겪었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 진학 후, 서로에게 소원해지는 바람에 이별을 맞았고요. 두 번째 이별은 남편이 취직 준비를 할 때 찾아왔습니다. 자주 만날 수도 없고, 연락도 잘 안 되니 연애가 삐걱댈 수밖에 없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헤어져도 결국 답은 서로에게 있었습니다. 거듭된 이별을 통해 서로가 최고라는 걸 알게 됐죠. 그렇게 제가 25세가 되던 해, 두 번째 재결합했고 결혼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실 결혼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 남편과 함께한 제주 한 달 살기였는데요. 한 달 동안 함께 살아보니 ‘아,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에 더욱 확신이 들었습니다. 결혼 날짜는 지난 5월 28일, 저희 커플의 16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오랜 연애를 마치고 부부가 된 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인생의 새로운 시작, 어려움도 있겠지만 남편과 함께 잘 헤쳐나갈 거라 믿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