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늘기 시작했는데 물류대란 불안”…자영업자들 ‘소주 확보’전쟁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우려에
도매상들도 물량 확보 안간힘
“공장 가서 번호표 들고 기다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 앞에서 파업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농성중인 가운데 멈춰선 파업 차량들 옆으로 주류도매업체 차량이 소주를 싣고 나오고 있다. 김동훈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일부 자영업자들이 ‘소주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주류 도매상들이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소주 품귀 현상은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파업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도매 현장에서 ‘소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주류 도매업에 종사하는 김원기 성남서린주류 전무는 9일 “소주를 사재기하는 점주들이 이번 주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원래 10박스 주문하던 업소에서 20~30박스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등 말도 안 되게 주문량이 늘어났지만, 그 주문량만큼 전부 공급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요식업을 하는 A 씨는 “화물연대 파업 관련한 보도를 볼 때마다 불안하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파리만 날리다가 이제 손님이 늘기 시작했는데, 이 분위기에 재를 뿌릴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A 씨 역시 불안감에 소주·맥주 주문량을 미리 늘렸다고 했다.

또 다른 주류 도매상 B 씨는 “주류 부족 문제를 걱정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대신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을 미리 확보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점주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청주·이천공장 물량이 평시 대비 38%(6월 1~6일 기준)로 떨어진 하이트진로와 달리, 롯데칠성음료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적어 파업 영향에서 비켜나 있다.

도매상들은 소주·맥주를 한 팔레트(36박스)라도 더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매상들이 공장에 가서 물량을 직접 받아오는 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도매상들이 워낙 많아 매일 번호표를 배부하고 있는데, 수도권 차량만 왔는데도 번호표가 840번대까지 갔다”고 말했다. 주류 도매업을 하는 C 씨는 “보통 하루에 400~500박스 정도 주문했는데, 지금은 한 트럭에 한 팔레트밖에 못 실어오고 있다”며 “그나마도 새벽 4~5시까지 가서 번호표를 받고 온종일 기다려서 받아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도매상들이 본래 3~4일 치 재고량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일주일 이상 (파업 사태가) 계속되면 기존에 쌓아둔 재고도 소진돼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