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尹정부 주택정책, 발상 전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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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선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前 홍익대 교수

주택문제 해결 땐 역사적 성과
그간 노력에도 절반이 무주택
도시·주택계획 대수술 불가피

미국선 역발상 ‘임비’ 큰 관심
취약계층 중시 도시개발 중요
脫신도시주의 적극 모색할 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따지면 현재 세계 10위다. 세계가 놀란 기적을 가능케 한 위대한 국민정신을 이끌어낸 대통령으로, 이승만이 한미동맹 속 자유민주주의로 성장의 울타리를 쳤다면 박정희는 자본주의 바탕의 산업화를 일궜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할수록, 이들은 군계이학(群鷄二鶴)과도 같이 도드라진다.

6·1 지방선거 대승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새 정부를 만든 위대한 국민정신은 다시 살아나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 어떤 대통령이 될 참인가? 이승만은 목숨보다 독립을, 박정희는 가난 탈출을 종교로 삼았다. 윤 대통령이 전임자가 이미 확립한 자유·시장·법치의 회복에만 머문다면, 집 걱정 없애 달라는 국민 염원은 원성이 될 것이다.

도시·주택 정책을 제외한 국정의 나머지 분야는 국제적 맥락과 연계되지만, 국토 분야는 고유한 측면이 많다. 지난 40여 년, 이 분야 실무 전문가로서 고해성사를 해 본다. ‘직업적 사명감으로 밤새워 계획한 수준 높은 주거 환경이었는데, 세대의 절반이 주거가 없다면 나는 누구를 위해 일한 것인가!’

주거 환경 개선에 초점을 둔 기존 도시·주택계획의 전면적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지속 가능한 계획 규범’을 지킨 결과로 국민의 50%가 고통을 받는 것이 계획의 가치인가? 선진 어느 나라나 주택 공급과 국토 균형 발전, 불평등 담론 등이 기저에 깔려 있지만, 늘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의제 밖이다. 아니 낡은 도시계획에 얽매여 있는 전문기관에 책임을 미룬다. 최근의 일시적 주택시장 침체에 안심해서도 안 된다.

1980년 이후 영미에서 시작된 이른바 ‘신(新)도시주의(New Urbanism)’가 외곽 전원주택으로 떠난 부자들을 도시로 끌어들여 도심 공동화(空洞化)를 일부 개선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심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함으로써, 필자를 가르쳤던 지난 200여 년 도시 계획가들의 사상까지도 허구가 된 듯하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뿌리 깊은 님비(Not In My Back Yard) 정서에 맞서, 주택 건설을 확대하고 대도시 인구밀도를 높이는 등 님비의 정반대 개념인 이른바 임비(Yes In My Back Yard) 정책을 추진하겠노라 공언한 후보가 캘리포니아주 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 전국적 도시 정책 방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경제와 환경 분야에서 거대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새로운 주택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용적률·건폐율·지구단위계획 등 각종 토지 이용 규제를 담고 있는 ‘신도시주의’ 기준에 따라 수많은 주택단지와 신도시를 건설했다. 그렇지만 이 쾌적한 도시는 부자들의 놀이터이지 빈자들의 쉼터로는 너무 부족하다. 배가 고파서 아프기보다 불공정으로 인해 배가 아픈 시대다. 주거 환경에 목을 매는 부유층은 제 살이 깎아 먹히는 줄도 모르고, 인근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한다. 서울을 비롯한 분당·일산·송도·청라 등 세계적인 주거 환경인들 내 집 없는 이들에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는가! 무주택자에게 무관심한 도시 계획가의 사상은 어떤 가치를 지속할까!

윤 정부가 공약한 5년간 250만 가구 주택 공급은 내 집 마련 계층과 주거 취약 계층을 배려하는 형태의 도시로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두 번의 선거공약 등 각 당 후보들의 산발적 제안을 포함해 저소득층의 자산 증대를 위한 저렴한 분양주택을 무형의 행정력으로 공급, 교통지옥을 벗어나게 하려는 역세권별 위성 복합공간 조성, 교육 및 생활 환경의 균질화 등의 대책이 스마트도시 조성 기술과 융합해 진행될 수 있다.

6·1 지방선거 후보의 핵심 공약은 대부분 부동산 정책인 바, 이는 윤 대통령이 군계삼학(群鷄三鶴)이 될 기회다. 한국형 ‘탈(脫)신도시주의(Post New Urbanism)’를 창설하고 서울과 1기 신도시를 집 걱정 없는 생태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장관 혼자서는, 규제를 풀고 조이는 식의 주택정책에 갇혀 있는 관료들의 방어진을 넘기 어렵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선두에 서야 사회적 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무주택자를 볼모로 삼고 있는 사회주의자들의 공격도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