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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10일(金)
동아시아 근대 패션 … 사회를 재구성한 ‘카탈로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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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근대를 만나다 변경희 외 13인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1880년~1960년대까지 의복史
서양 대례복은 ‘엘리트의 상징’
경찰복은 ‘국가 압제’로 인식돼

수용 늦었던 서양식 여성 복식
新여성 등장하면서 빠르게 전파


순종황제와 순정효황후의 초상 사진. 사회평론아카데미 제공

패션은 때때로 한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함의를 담아내는 상징이 되곤 한다. 1880년부터 1960년대 동아시아의 패션에 관한 14편의 글이 담긴 ‘패션, 근대를 만나다’는 “몸과 성(性), 권력과 통제, 상업과 제조업, 예술과 대중문화” 같은 주제들이 녹아 있는 패션을 통해 당대 동아시아의 시각문화를 분석한다. 서론 격인 1장 ‘패션, 근대를 외치다’에서 편저자 변경희 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 미술사학과 교수와 아이다 유엔 웡 브랜다이스대 미술학과 교수는 저 시대의 패션이 “동아시아인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 널리 반복적으로 의존해온 다중적인 매체”라고 규정한다.

오사카베 요시노리 니혼대 사학과 교수는 2장 ‘옷차림을 보는 메이지유신’에서 메이지유신을 전후로 서양식 의복인 양복(洋服)과 일본 전통 의복인 화복(和服)이 공존하는 시대상을 조명한다. 주변 국가보다 서구화에 한발 빨랐지만, 일본 사람 모두가 서양식 복장에 환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관료들을 중심으로, 그것도 위계가 분명하게 표현되는 서양식 대례복과 “서양 제국의 황제를 비롯한 정치가와 군인 등을 모방”한 수염, 모자 등이 유행했다. 수염, 모자, 양복은 당시 “엘리트의 상징”으로 통용됐다.

한편 “값이 비싸고 착용감도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양복 착용은 다소 늦어졌다. 여성이 양복을 입고 외출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도 한몫했다. 당시 일본 상류층은 공적인 자리에는 양복을, 사적인 자리에서는 화복을 입으며 전통과 근대를 넘나들었다.

일본 쇼켄 황후 초상 사진. 사회평론아카데미 제공

노무라 미치요 장안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6장 ‘거리에 노출된 권력의 표상’에서 근대 한국과 일본의 경찰복에 담긴 상징을 탐색한다. 일본에서 근대적 경찰이 창설된 것은 1871년이고, 1874년 수도경찰인 경시청이 설치되면서 서양식 경찰복도 제정됐다. 그중 “국가권력을 행사해 민중의 생활을 단속하는 일”을 맡은 순사들은 애초에는 권력자의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국가권력에 의해 “규율화된 신체”(미셸 푸코)를 가진 존재로 인식되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압제의 표상이 됐다. 당시 풍속을 그린 그림에는 재래 복식을 입은 도둑이나 게이샤 등이 경찰복을 입은 순사에게 고초를 당하는 장면이 적잖다.

19세기 런던에 체류 중이던 일본 사절단. 사회평론아카데미 제공

주경미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은 7장 ‘근대 한국의 서양 사치품 수용에 나타난 성차’에서 한국에 전파된 서양 복식, 그것과 더불어 자리 잡은 각종 장신구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사실 19세기 말 서양 외교관과 미국 선교사 등을 통해 서양식 여성 복식이 전해졌지만 “뿌리 깊은 보수주의의 영향”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복식은 폭넓게 수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신교육을 받은 ‘신여성’과 짧은 단발머리의 ‘모던걸’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사회 전반의 ‘여성 혐오감’ 속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이 시기 “손목시계,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 같은 국제적 양식의 새로운 사치품”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전래됐다. 일본 긴자(銀座)의 사치품, 보석 판매점인 덴쇼도(天賞堂)는 1905년 ‘황성신문’에 서양 사치품 판매 광고를 게재할 정도였다.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 등 “새로운 상류층 여성”들이 진주 목걸이와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 서양식 사치품을 착용한 모습은 “서울의 신여성들에게 이상적 여성상의 상징이자 선망의 대상”이 됐다.

영친왕비가 사용한 한국 전통 장신구. 사회평론아카데미 제공

이 외에도 의복과 머리 장식 등에 담긴 중국 만주족의 정체성 논쟁, 중화민국 시기 여성의 장신구로서의 부채의 역할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패션이 갖는 사회사를 조명한다. ‘패션, 근대를 만나다’는 한 국가와 지역에 머물지 않고 ‘근대’라는 시공간 속에서 패션이 추동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문화 변동, 그것이 포괄하는 함의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시사 연구의 한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612쪽, 3만5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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