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골절시 사망 위험도 높아져…골밀도 진단 후 치료 필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GettyImages-a10494674 게티이미지뱅크
주부 김모(57) 씨는 포근해진 날씨에 오랜만에 자녀와 등산에 나섰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손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폐경 이후 뼈가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진단받았다. 골다공증 골절이 척추나 고관절 부위에 발생하면 거동이 어려워져 삶의 질이 크게 나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일상회복 본격화에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계절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골다공증 환자들에게 골절 경고등이 켜졌다. 흔히 빙판 사고가 흔한 겨울철에 골절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겨울철에 대부분 노인들은 야외활동을 줄이고 낙상을 조심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온이 상승하는 요즘에는 야외활동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낙상 등에 대한 주의도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탓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0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겨울철인 12월뿐만 아니라 6월에 가장 많았다. 장동균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폐경 후 뼈 건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50대 이상의 여성의 경우, 야외활동을 나서기 전에 골다공증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며 만약 골다공증으로 진단된다면 골다공증 치료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리없는 살인자 골다공증…가벼운 기침, 재채기로도 골절 위험=골다공증은 골밀도가 낮아져 골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폐경 후 갱년기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아 뼈의 흡수 속도가 빨라지고 그 결과 5~10년 내에 뼈가 급격히 약해진다. 또한, 칼슘과 인의 대사를 좌우하는 비타민D는 뼈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여성들의 비타민D 영양소가 부족해진 것으로 나타남.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 (2017~2021년) 영양결핍 및 비만 진료현황 분석’ 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1년 비타민D 결핍 환자는 186.3% 증가했으며, 그중 여성은 19만 여명으로 남성 5만 5000여 명에 비해 3.5배 많았다.
50세 이상 성인에서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남성 대비 5배나 높다. 50세 이상 여성 10명 중 4명(37.3%)은 골다공증 환자에 해당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은 가파르게 증가한다. 여성의 연령별 골다공증 유병률은 5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10세 단위로 2배씩 증가해 70대 이상의 경우 10명 중 무려 7명(68.5%)이 골다공증 환자에 달한다.
골다공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골밀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뼈가 약해지는 만큼 골절 위험 역시 서서히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낙상은 물론 일상생활 속 가벼운 충격으로도 뼈가 부러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기침 또는 재채기로 인해 골절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척추 또는 고관절 부위에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하면 거동이 어려워져 독립성을 상실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는 것은 물론 골절 합병증과 장애 등 후유증을 남길 수 있고, 심하면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더욱이 골다공증 골절은 한 번 발생하면 또 다른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2~10배 가량 높아지므로,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골절을 경험하지 않도록 조기에 관리하고 치료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확한 뼈 상태 파악부터…진단후 꾸준한 치료 필수=2018년 보건복지부가 연령별 생애주기 특성에 따라 국가건강검진 주기를 조정하면서, 골다공증 또한 중년 이후 유병률이 높은 점을 고려해 검사주기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현재 만 54세, 66세 여성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무료로 골밀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장동균 교수는 “골절은 반복될수록 예후가 악화되는 도미노 효과가 있다. 골절로 인해 겪을 수 있는 합병증과 이차골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골다공증은 우리나라 50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 꼴로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특히 폐경 후 여성이라면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므로 미리 뼈 상태를 체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역시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그러나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골다공증 환자 중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33.5%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치료 6개월 차가 되면 절반 이상이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이들인 골다공증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탓이다. 그러나 첨단 기술로 골다공증 치료제의 복약 편의성도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골다공증 치료 약물 중 데노수맙의 경우 6개월에 1번만 투여하면 되는 등 편의성이 높은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면 안된다. 하루 30분 주 3회 이상 운동을 통한 체력단련 등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일일 1200mg의 칼슘 섭취, 일일 800단위(IU)의 비타민D 섭취와 비타민C, 마그네슘, 칼륨, 아연, 구리 등의 영양소 섭취가 골다공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장동균 교수는 “골다공증은 골절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가 치료를 미루거나 도중에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는 사이에 골밀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감소하게 된다”며 “골다공증 또한 고혈압,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므로, 치료 시작 단계에서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장기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