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안전은 행복할까?… 철책 밖 세상의 자유를 갈구하다

■ 주철환의 음악동네 - 동물원이 부른 ‘동물원’

소설 ‘동물농장’(조지 오웰)은 1945년 세상에 나왔고 ‘TV동물농장’(SBS)은 2001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 중간시기에 ‘동물농장’ 노래도 등장했다. ‘닭장 속에는 암탉이 (꼬꼬댁) 문간 옆에는 거위가 (꽥꽥).’ 서수남 하청일의 번안가요(1979)로 많이 기억하지만 실은 1971년 포크듀오 쉐그린(이태원·전언수)이 먼저 히트시켰다. 외국어로 된 이름을 금지(주최 측 말로는 순화)시켜 어니언스가 ‘양파들’이 될 때 쉐그린도 ‘막내들’로 잠시 개명한 적이 있다.

쉐그린 멤버 중 이태원은 새들의 친구로 유명하다. 솔개, 고니, 타조, 도요새의 비밀 등 히트한 노래 다수가 새들의 시선이다. 그 중엔 의미심장한 가사도 있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중략) 종잡을 수 없는 얘기 속에 나도 우리가 됐소.’

요즘 TV를 켜면 새들뿐 아니라 개들도 말을 한다. ‘TV동물농장’(SBS)을 필두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EBS) ‘개는 훌륭하다’(KBS2TV)에 이어 ‘동물극장 단짝’(KBS1TV)까지 점령했다. 하지만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원조는 역시 ‘동물의 왕국’(KBS1TV)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유독 이 프로를 좋아했다는 인터뷰 기사는 시사점이 크다. 정글의 법칙은 인간 세상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10년간 방송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SBS)이 ‘리얼’인 줄 알았는데 ‘구성의 묘’가 일부 가미되었다며 실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럼 진짜 목숨 걸고 촬영하라는 것이냐’ ‘누가 목숨 걸라고 했느냐. 애초에 리얼 다큐라는 말로 낚은 게 잘못이다’. 제작진은 정글의 법칙 이전에 예능의 법칙, 안전의 규칙, 게다가 예산의 규모(협찬의 요구)가 있음을 몰라주는 시청자가 조금은 야속했을 법하다.

음악동네에도 동물원이 있다. 가수 김광석도 동물원 출신이다. 그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동물원을 골랐을까. 동물원이 직접 노래한 ‘동물원’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고무풍선을 움켜쥔 아이와/ 하품하는 사자들과/ 우리 안을 맴도는 원숭이는/ 지나온 내 모습이었지/ 쓸쓸한 그 모든 것 사이로 걸어가는 하늘엔/ 파란색 커다란 풍선이 날아오르고 있었지.’

가수 이소라가 활동했던 낯선 사람들 1집(1993)에도 같은 제목의 노래 ‘동물원’이 실려 있다. ‘오늘 놀러간 동물원 안엔 수많은 동물과 사람들/ 동물이 사람인지 사람이 동물인지/ 누가 누굴 구경하는지 몰라.’ 과연 동물에게도 수치심이란 게 있을까. “이 수치심은 우리 무덤까지 갖고 가는 거야.”(We take this shame to our graves) 범죄영화에 나올 법한 대사지만 실은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펭귄’(2014)에서 특공대 2인자(코왈스키)가 내뱉은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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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이라는 제목의 두 노래를 잇달아 듣다 보니 채집가의 앨범에선 옛날 노래 하나가 연결되어 생성된다.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뭉게구름 피어나듯 사랑이 일고/ 끝없이 퍼져나간 젊은 꿈이 아름다워.’ 영화주제가인 이 노래는 1959년 배우 겸 가수 최무룡(탤런트 최민수의 부친)이 불렀는데 제목이 ‘꿈은 아름다워’가 아니고 ‘꿈은 사라지고’다.

‘거위의 꿈’(인순이 노래)도 ‘고래의 꿈’(바비 킴 노래)도 소중하지만 두 글자로 줄여 말하면 자유다. 결국 동물원이라는 이름은 빼앗긴 자유, 실종된 꿈들을 향해 ‘나 돌아갈래’ 혹은 ‘나 아직 살아있어’라고 정글을 향해 외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솔직히 안전하기로 치자면 동물원 만한 데가 있을까. 평화의 철책이 안보를 담당한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짝도 찾아준다. 약육강식의 긴장도 없다. 하지만 그 모두가 보장된다 해도 행복한 삶일 순 없다. 자기 주도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면회자들이 집단적으로 매일 찾아와 사진 찍는 형무소에 불과하다.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