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경제구조에 ‘文 포퓰리즘’ 후유증 겹쳐…‘쌍둥이 적자’ 현실화

■ 강성진의 Deep Read- 경상·재정수지 이상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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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혁신 부재로 경상수지 적자 전환… 文정부,무분별한 돈 쏟아붓기로 4년 연속 재정적자

선진국형 경제로 가는 최대 장애물은 정치권… 구조개혁·재정 건전성 확보 위한 철학·의식 전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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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4월 경상수지가 8000만 달러 적자라고 발표했다. 더 우려되는 건 통합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로 나타나는 ‘쌍둥이 적자’가 추세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혁신 없는 후진적 경제구조에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이 만들어낸 후폭풍이 가세하면서 그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 경우 재정 건전성 및 국가신인도 악화에 따른 외자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이 악순환하면서 한국경제의 기본이 흔들릴 수도 있다.

◇쌍둥이 적자 논쟁의 기원

쌍둥이 적자란 무역을 포함한 대외적인 거래인 경상수지와 대내적인 정부지출·수입인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쌍둥이 적자의 문제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주장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이뤄졌다. 당시 감세에 의한 정부 수입 감소와 국방비 확장 등 정부 지출 증대로 재정적자가 나타났고, 1970년대 두 번에 걸친 석유파동에 의한 유가 상승으로 무역적자가 만들어지면서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했다. 이때부터 교수와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쌍둥이 적자 원인에 대한 논쟁과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쌍둥이 적자와 관련된 학자들의 분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전통적인 케인지언(케인스주의자)의 주장으로 재정적자가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이 된다는 ‘쌍둥이 적자 가설’(twin deficit hypothesis), 다른 하나는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간에 별 인과관계가 없다는 ‘리카도 동등 가설’(Ricardian equivalence hypothesis)이다.

이 중 동등 가설은 정부가 세금 인하와 국채 발행을 통해 정부 재원을 조달하고자 할 경우 사람들은 미래 소비를 예상해 저축을 늘리고 결국 미래세대로는 세금 부담이 전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즉 재정정책은 효과가 없어 경상수지 적자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학계 내에서 둘 중 어느 가설이 옳다고 하는 전적인 동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충격적인 경제 흐름

한국의 경상수지는 오랫동안 상품수지 흑자와 서비스수지의 적자라는 이중주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경상수지는 1986년 들어 흑자로 들어섰다가 1990년 이후 다시 적자로 전환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까지(1993년만 예외로 하고) 계속됐다. 그러다가 1998년 이후엔 다시 흑자로 돌아서 지난해 883억 달러라는 역대 3위 흑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는 1999년까지 대부분 적자였지만 이후 2018년까지는 2009·2015년만 제외하면 줄곧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으로 집권 3년 차인 2019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했다.

이번 한국은행 발표 전까지 한국은 지난 1998년 이후 줄곧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를 벗어난 흐름을 탄 형세였다. 4월 경상수지 적자 발표는 이러한 오랜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전년도 대비 20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품 수출에 비해 수입이 더 많이 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비스산업은 고질적인 후진적 경제구조로 인해 서비스수지의 적자 규모를 키웠다.

◇일시적이냐 추세적이냐

문제는 지금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흐름이 지속적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먼저 재정수지를 보자. 사실 우리 사회에는 그간 특별한 재정준칙이 없었지만 분별없는 재정 확장 정책만큼은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이게 깨졌다. 2022년을 포함하면 연속 4년 동안 통합재정수지 적자다. 1990년 이후 4년 연속 재정수지 적자를 낸 정부는 없었다. 외환위기 시기에도 3년 만에 재정적자 기조는 멈췄다. 그런데 문 정부의 무분별한 돈 쏟아붓기로 집권 첫해인 2017년 660조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22년에는 1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경상수지. 4월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의 구조가 낙관적이지 않다. 당장 상품수지 흑자가 과거처럼 지속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 선진국형 무역구조로 전환하고 있어, 상품의 수출입에 의한 경상수지 흑자 달성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은 해외에서 수익을 보는 선진국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 구조를 보면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실질적으로 상품수지 흑자는 2015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상수지 중 교육·의료·관광·지식재산권 등을 반영하는 서비스수지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시기엔 물류비 급등과 여행 감소로 적자 폭이 증가하지 않아 경상수지 적자 폭을 더욱 확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본격적으로 경제가 회복된다면 과거보다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기로부터의 탈출

쌍둥이 적자의 위기로부터 탈출하려면 선진국형 경제로의 구조 개혁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재정수지 건전성 확보라는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경상수지 흑자를 이루려면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관건이다. 여야 정치권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을 융합하는 원격의료나 투자개방형 병원 등을 도입하거나 관광·금융산업을 활성화해 해외 수요를 끌어들이는 경제구조 전환을 애써 외면해 왔다. 국민이 국내에서 소비해도 될 것을 해외에서 국내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소비하도록 만들어 서비스수지 적자를 불러일으킨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즉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가는 최대 장애물이 국회와 정치권인 셈이다.

재정수지 문제는 더더욱 위정자의 철학과 의지와 직결된다. 무엇보다 ‘재정적자=독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재정 확장 정책에 따른 돈 퍼붓기가 당장은 기성세대에 만족을 줄지는 몰라도 미래세대에는 큰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권의 의식 전환이야말로 쌍둥이 적자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발이 돼야 한다. 정부가 대중영합주의를 벗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품·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경제의 경쟁력은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에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 용어 설명
‘경상수지’의 양대 품목은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상품수지는 상품 수출과 수입의 격차이며 주로 무역수지로 나타남. 서비스수지는 운송·여행·통신서비스 등 서비스 부문 수출입 격차를 일컬음.

’재정수지’는 정부예산의 재정 건전성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되며, 일반적으로 ‘통합재정수지’를 말함. 정부예산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공공기금을 통틀어 수입에서 지출을 제한 값.

■ 세줄 요약
충격적인 경제 흐름 : ‘쌍둥이 적자’는 통합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로 나타나는 현상. 한국 경제가 만성화한 서비스수지 적자에 상품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며 쌍둥이 적자 우려에 휩싸이고 있음.

일시적이냐 추세적이냐 : 후진적 경제구조에 ‘문재인 포퓰리즘’ 후폭풍이 쌍둥이 적자의 원인으로 작용. 재정 건전성 및 국가신인도 악화에 따른 외자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이 악순환하면 경제 기본 흔들릴 수도.

위기로부터의 탈출 :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선진국형 경제로의 구조 개혁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재정수지 건전성 확보라는 일대 혁신이 필요. 최대 장애물은 의식의 전환을 하지 못하는 국회와 정치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