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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17일(金)
“환상·충격의 미디어아트… 백남준 잇는 세계적 브랜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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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인터뷰 - 올가을 해외 진출 본격화하는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이성호 대표가 강릉 아르떼뮤지엄 입구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울 본사에서 일하는 그는 “작년 12월 개관 이후 자주 찾아왔다”며 “관객들이 한껏 즐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코엑스 전광판 ‘웨이브’이어
美 타임스스퀘어 ‘초대형 폭포’
세계적 주목받는 콘텐츠 우뚝

제주 등 3곳에 ‘아르떼뮤지엄’
236만여 명 다녀갈만큼 인기

올해 10월 홍콩지점 시작으로
3년내 세계 30여 곳 개관 예정
“非언어 콘텐츠 흥행 이미 확인
사업 확장 불안감? 전혀 없죠”


강릉 =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이성호(42) 디스트릭트(d’strict) 대표를 처음 본 것은 지난 2020년 8월이었다. 국제갤러리에서 관객 몰입형 미디어아트 ‘스타리 비치’(Starry Beach)를 선보였을 때였다. 전시 공간을 암실로 만든 상태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파도가 반짝이는 해변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파도가 장쾌한 소리를 내며 벽면을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쏟아져 내려왔다. 작품인 줄 알고 보는데도 실제 바다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디스트릭트의 아트 유닛인 에이스트릭트(a’strict)가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었다. 디스트릭트는 디자인을 엄격하게 하되(design+strictly),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de+strict) 장르를 넘나든다는 뜻이라고 했다. 에이스트릭트는 예술의 영역에서 그런 철학을 실현한다는(art+strictly) 의미이다. 이 대표는 그런 설명을 하며 “백남준 선생을 잇는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때 그와 이상진 부사장 등이 포함된 에이스트릭트 팀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 사람들이 일을 크게 내겠구나.” 앞서 그해 5월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광판에서 선보인 ‘웨이브’(WAVE)가 일시적 충격파로 끝날 것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후 디스트릭트는 실감콘텐츠 체험 전시장인 ‘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을 시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제주에서 첫 개관(2020년 9월)을 한 이후 전남 여수(2021년 8월)와 강원 강릉(2021년 12월)에도 문을 열었다. 2021년 여름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100여m 높이 전광판에서 초대형 미디어아트(‘Waterfall-NYC’, ‘Whale#2’)를 선보여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10일 강릉 아르떼뮤지엄에서 다시 만난 이 대표는 “올가을부터 해외로 진출한다”고 했다. 오는 10월 홍콩 지점을 열고, 12월엔 중국 청두(成都)에서 개관한다. 내년 상반기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뉴욕 그리고 중국 베이징(北京)에 나간다. 그사이에 부산에도 뮤지엄을 짓는다. 2025년까지 싱가포르 등을 포함해 세계 각 도시에 30여 개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향후 일정을 설명하는 이 대표에게 “두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디스트릭트가 지난 2011년 ‘체험형 4D 라이브 파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굳이 초들었다. 그와 SNS로 소통할 때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 응원하는 말을 했으나, 급속한 해외 확장 계획을 들으니 약간 걱정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담담했다.

“솔직히 불안감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 콘텐츠가 세계인들에게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음을 이미 검증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해외진출 사업에 동참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에서 해외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자연을 소재로 삼은 비언어 콘텐츠라는 장점이 있어 누구나 쉽게 즐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것을 상기했다. “미국에서도 이머시브 인터랙티브(Immersive Interactive) 아트가 붐업돼 있습니다. 그 나라의 작품 수준은 떨어지지만(웃음). 그러니 우리 아르떼뮤지엄이 나가면 통할 것입니다. 국내 뮤지엄에 주한 미군들이 많이 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 것은, 강릉관을 둘러보며 관람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봤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플라워’ 등의 이름을 지닌 13개 전시장에서 연방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곳이 포토존이라 할 만큼 사진을 촬영하는 관객도 많았다. 그중 외국인으로 보이는 외모를 지닌 이들도 꽤 있었다.

이 대표는 “하루 평균 1200명 정도만 와 줘도 성공이라고 했는데, 훨씬 많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제주는 개관 이후 하루 2400여 명, 여수는 1300여 명, 강릉은 2900여 명 수준이다. 3개관의 관람객을 합치면, 그동안 236만여 명이 다녀갔다. “지난 연휴 땐 하루 8000여 명이 강릉관에 오셨습니다. 7, 8월 관광 시즌엔 더 많이 오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유지하려면 수요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값을 올리거나 예약제로 변경해야 하는데, 우리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강릉 아르떼뮤지엄의 전시 공간 ‘플라워’. 색의 다채로운 변화로 우주의 순환을 표현했다.



강릉관의 콘텐츠는 제주관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층고가 높아 8.8m ‘워터폴’ 위에 거울을 달아 훨씬 길어 보이게 했다. ‘비치’에선 오로라를 볼 수 있고, ‘웨이브’는 반원형이다.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활용해 관객이 대형 화면을 통해 동물과 어울리는 코너도 마련했다. 휠체어를 타고도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각 시설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free)를 각별히 신경 썼다.

“지역마다 콘셉트가 있습니다. 공통 요소를 지니면서도 차별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제주는 ‘아일랜드’(Island), 여수는 ‘오션’(Ocean), 강릉은 ‘밸리’(Valley)입니다. 내년 개관하는 라스베이거스는 ‘데저트’(Desert)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2009년 디스트릭트에 입사했다. 공인회계사로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군 복무를 대체해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며 연을 맺었다. 전역 후 회계법인으로 돌아가지 않고 디스트릭트에 남은 것이다.

디스트릭트는 2004년 웹디자인업체로 시작한 회사이다. 2009년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업체로 변신해 기업 주문을 받아 영상을 제작해 주는 일을 했다. 2011년 라이브 파크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2015년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그가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그 이듬해, 36세 때였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 같았지만, 청춘을 바쳤던 시간이 아까워 끝까지 가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옛 시간을 되돌아보는 그에게 ‘잔인한’ 질문을 다시 던졌다. 라이브 파크는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나.

“우리에게 콘텐츠에 대한 자부가 있었습니다. 체험형 이머시브 파크의 세계 최초 사례입니다. 관객이 그림을 그려 작품에 결합해 즐기는 ‘라이브 스케치북’도 그때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대중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이른 시기였습니다. 실감콘텐츠라는 말도 없던 때였으니까요. SNS도 없었습니다.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참 힘들었습니다. 경영진이 70억 원 투자를 결정했는데, 15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예산 관리에 실패한 것이지요.”

아르떼뮤지엄은 SNS 시대에 철저히 맞춰 구성했다는 게 이 대표의 전언이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에 올릴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뭘 배우는 프로그램보다 편하게 즐기는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것, 한정된 팬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풍경처럼 보편성이 있는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실패를 통해 이런 것들을 절실하게 깨달았지요. 시간과 돈을 들여 교훈을 얻은 셈입니다.”

디스트릭트는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112억 원, 당기 순익은 43억 원. 해외 진출 때 하루 평균 2000여 명의 관객 방문을 가정하면 내년 매출액은 1000억 원, 이익은 4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4년 매출액은 3000억 원 이상을 꿈꾼다.

“우리나라 디자인 전시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사례가 없습니다. 아르떼뮤지엄은 그 가능성을 실제로 증명할 것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연 ‘경청식탁’에 초대됐을 때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실감콘텐츠가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고, 밖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역량 있는 회사가 많으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

그는 국내에 재능 있는 디자이너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많은데 대부분 대기업 하청에 머무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디스트릭트가 그런 현실을 넘어 세계적 회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꼭 보여 주고 싶습니다.”

그에게 어깃장을 놓는 것 같았으나 그래도 물었다. 아르떼뮤지엄의 실감콘텐츠는 새로운 창작이 아니라 기존 작품을 바탕으로 기술을 입히는 것이니 아트로 부를 수 없다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는 차분함을 잃지 않고 답했다. “작가와 관람객이 소통하는 도구가 예술 아닙니까. 그런데 현대미술은 너무 어려워 저와 같은 사람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감응이 없습니다. 예술은 어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대중이 작가의 메시지를 즐겁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저희 작품입니다. 저희와 함께하는 순수예술 작가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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