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담대 금리 13년만에 최고… 파월 경고 ‘빈말’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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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기 고정금리 5.78%
“주택구매 再考” 경고 현실화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6일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기준금리 인상 발표 당시 “집을 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경고가 하루 만에 현실화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껑충 뛰면서 미 주택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5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도 전월 대비 14.4%나 급감했다.

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은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미국의 대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78%를 기록해 2008년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기록한 5.23%에서 1주일 만에 0.55%포인트 치솟은 수치다. 모기지 금리가 1주일 만에 0.5%포인트 이상 치솟은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다. 1주일 전만 해도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30만 달러를 대출할 경우 세금·보험 등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 매달 약 1653달러(약 213만 원)의 대출비용이 발생했지만 이번 주에는 같은 대출에 103달러 늘어난 월 1756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록적 수준으로 급등한 것은 Fed가 5월 ‘빅 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이어 전날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이 핵심원인으로 지목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된 10년물 미 국채금리 역시 올해 초 1.63%에서 지난 14일 3.49%까지 치솟아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Fed가 물가 대응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양적 긴축(QT)에 나서면서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줄인 것도 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파월 의장은 전날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집을 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이 재조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열 조짐을 보이던 미 주택경기는 3월부터 시작된 Fed의 금리 인상 랠리와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위축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5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 대비 14.4% 급감한 155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