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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0일(月)
“모두 새빠지게 달린 거지”… 길게 보면 항복도 행복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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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달려라 방탄’



음악동네에 긴급뉴스가 떴다. 방탄소년단(BTS) 활동 중단. 설마 ‘헤어질 결심’은 아니겠지. 이럴 땐 글자 하나하나, 사이사이 꼼꼼히 읽어야 한다.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 잠정 중단.” 음, 그렇구나. 활동 앞에 ‘단체’가 있고 중단 앞에 ‘잠정’이 있다. 비빔밥에서 따로국밥으로 당분간 메뉴를 바꾼다는 얘기네. 문장부호로 치자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그러나 여전히 물음표 하나가 남는다.

옷깃을 가리키는 흉금(胸襟)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란 뜻도 있다. 대본 없이 진행하는 ‘찐 방탄회식’(유튜브)에서 소년들이 흉금을 털어놓았다. 일단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니 안심이다.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빠진 팬들에게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대신 낭독해준 셈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데뷔 10년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붓기 좋은 시간이다.

회화마을로 잠시 카메라를 이동하자.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따로 인터뷰를 안 해도 그림으로 할 말을 다 한다. ‘당신이 전하려고 한 말을 이제 이해합니다’(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돈 매클레인이 명곡 ‘빈센트’(1971)를 통해 공감한 부분도 사실은 고흐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찐 방탄회식’에선 방탄의 진짜 마음이 드러났을까. 세계가 주목하니 언어의 온도를 어느 정도는 조절했을 것이다. “우리가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에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지 기능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것은 원망인가, 소망인가. 과거가 현재를 만들었다면 현재는 미래의 재료다. “10년간 이렇게 물리적인 스케줄을 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 그러다 보니 RM은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슈가는 가사를 ‘억지로 쥐어짜내고’ 있었다는 고백이다.

소년들의 진실게임에서 노래 하나가 깡충깡충 튀어나온다. ‘숲속 작은 집 창가에 작은 사람 있었네/ 작은 토끼 한 마리 뛰어 왔어요/ 나 좀 살려주세요 포수가 무서워요/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동요 ‘숲 속 작은 집’).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분장을 지우며 방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들국화 ‘사랑한 후에’ 중). 그렇다고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이정선 ‘외로운 사람들’ 중)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해답은 같은 노래 속에 들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이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

멀리 갈 것 없다. 고민도, 다짐도 방탄의 노래 속에 있다. ‘논현 100m 우리자리/ 학교 끝나면 회사 calling (예, 예) 아 지금 바로 딱 갈게요/ 제발 집엔 보내지 마세요 (Oh) 가끔 그날의 꿈 꿔 (Oh) 몸서리치다 눈 떠’(‘달려라 방탄’ 중). 질문도, 답변도 노래 속에 있다. ‘어디로 가는 개미를 본 적 있어/ 단 한 번에 길을 찾는 법이 없어/ 수없이 부딪히며 기어가는/ 먹일 찾기 위해 며칠이고 방황하는’(방탄소년단 ‘Lost’ 중).

RM은 “오래 하려면 내가 나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러브 유어셀프’는 ‘비 유어셀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주문이다. 너를 사랑하려면(Love Yourself) 먼저 네가 돼야 한다(Be Yourself). 세상의 주문에 소진하지 말고 때로는 세월의 경고에 승복해야 한다. 길게 보면 항복도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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