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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0일(月)
中선 신선 꽃, 日선 사찰서 애용… 유럽 식물학자들 목숨걸고 채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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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의 지식카페 - (16)수국

1890년경 영국 화가 스튜어트 파크(Stuart Park)가 그린 흰색 수국. 예일 영국미술센터 소장

中, 도교사상 기반한 8신선에 얽힌 전설에 등장
명나라 때부터 문인들이 시·그림·도자기에 넣어
日, 수국 잎 우려낸 甘茶로 석가 탄생 축하
20세기 유명여성들 모자 장식에 쓰이기도


아이 얼굴만큼이나 크고 동그란 하얀색, 파란색, 분홍색, 빨간색 수국을 보고 환하게 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따뜻한 남녘의 예쁜 마을 어귀, 혹은 제주의 어느 식물원 여름 정원을 가득 채우며 피어나는 파란색 수국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꽃들의 물결이다. 커다랗고 화사한 수국은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의 싱그러운 미소처럼 바라보는 마음을 금세 환하게 만드는 묘약이다.

일찍이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는 보랏빛 수국을 처음 보고 자양화(紫陽花)라는 이름을 붙이며 신선들이 즐길 법한 꽃이라고 극찬했으니 이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이상 말해 무엇 할까. 갓 피어나 절정에 이른 수국은 마치 이 세상 꽃이 아닌 것처럼 흠 없이 아름답고 탐스럽기만 하다. 수국의 원래 이름은 꽃 모양이 비단에 수를 놓아 만든 아름다운 둥근 꽃 같다는 뜻의 수구(繡球)인데, 근세 들어 물을 좋아하는 국화라는 뜻의 수국(水菊)으로 바뀌어 불리게 됐다. 수국의 속명인 히드란게아(Hydrangea)는 그리스어로 ‘물’을 뜻하는 하이드로(hydro)와 ‘그릇’을 뜻하는 안게리온(angerion)이 합쳐진 말이다. 열매 모양이 물동이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국은 주로 동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 약 80종이 분포하고 이들 사이에서 육종된 품종은 600종에 달한다. 편의상 꽃 뭉치 모양에 따라 둥그런 공 또는 폼폰 모양의 몹헤드(mophead)와 평평한 원판 모양의 레이스캡(lacecap)으로 나눈다. 그런데 이 꽃 중에는 진짜 꽃이 있고 가짜 꽃이 있다. 몹헤드 형태의 꽃 뭉치에서 크고 화려한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꽃받침으로, 암술과 수술이 없는 헛꽃, 즉 불임성 무성화이다.

반면 레이스캡은 가장자리 부분만 크고 화려한 헛꽃으로 돼 있고 중심부는 자잘한 참꽃들, 즉 가임성 유성화로 돼 있다. 헛꽃으로 꽃가루 매개 곤충을 유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참꽃으로 보답까지 해주는 것이다. 산수국(Hydrangea macrophylla subsp. serrata) 같은 종류가 이런 레이스캡 형태의 꽃을 피운다. 꽃가루받이가 생기면 가장자리 헛꽃들이 뒤집혀 벌들에게 다른 꽃으로 가라고 알려 주기까지 하니 기특하기도 하다. 탐라산수국(Hydrangea serrata f. fertilis)은 참꽃들 주변을 장식하는 헛꽃에도 암술과 수술이 있어 벌과 나비 등 꽃가루 매개 곤충들에게 더욱 유익하다. 이렇게 수국의 종류마다 헛꽃과 참꽃의 조합이 매우 다양한데, 이것이 꽃의 아름다움과 꽃가루 매개자의 활동성 여부를 결정한다. 덩굴성으로 자라는 수국도 있는데 우리나라 울릉도, 제주도, 남해안 섬에서 자라는 등수국은 일찍부터 유럽에서 새로운 품종으로 거듭나 오래된 건물 벽면과 담장을 장식하고 있다.

나무수국(H. paniculata)으로 불리는 수국 종류도 정원 식물로 널리 쓰인다. 꽃은 둥그렇지도 평평하지도 않은 길쭉한 원추 꽃차례로 피어난다. 전년도에 자란 가지에 꽃눈이 생기는 수국과 달리 나무수국은 당년 봄에 새로 자라난 가지에 꽃눈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수국은 내한성이 약해서 겨울이 매우 추운 곳에서는 꽃눈이 동해를 입어 노지에서 꽃을 보기 어려운 반면, 나무수국은 아주 추운 지역에서도 매년 꽃을 보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국의 경우 내한성이 더 강하면서 당년지에서 꽃이 피는 품종들, 나무수국의 경우 흰색, 분홍색, 붉은색, 자주색으로 꽃 피는 품종들이 줄기차게 육종돼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가정에서 절화용이나 분화용으로, 결혼식 부케로 가장 인기가 많은 종류는 뭐니뭐니해도 일반 수국(H. macrophylla)이다. 꽃시장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그랗고 커다란 몹헤드 형태의 꽃을 가진 이 수국의 원래 고향은 중국과 일본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워낙 많은 변종과 재배품종들이 혼재돼 있어 계보가 복잡하다.

중국에서 수국은 도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 여덟 명의 신선에 얽힌 전설에 등장할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됐다. 그래서 수국의 다른 이름은 팔선화(八仙花)이다. 기록에 따르면 일찍이 명나라 쑤저우(蘇州)의 졸정원에도 수국이 심겨 있었고, 여러 문인의 시와 그림, 도자기, 직물의 문양에도 수국이 등장한다. 14세기에는 금실로 짠 태피스트리에 수국의 꽃 모양을 수놓기도 했다. 수국이 당시 상류 사회에서 중요하게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에서도 수국은 오래전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고대 말기인 헤이안 시대 930년대에 걸쳐 편찬된 사서 ‘왜명류취초’(倭名類聚抄)에 ‘아지사이’라는 이름으로 수국이 등장한다.

일본에서 수국은 불교문화와도 관련 있다. 석가모니가 태어날 때 아홉 마리 용이 암리타, 즉 감로(甘露)를 부어 목욕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헤이안 시대부터 일본에서는 매년 4월 8일 관불회를 거행하며 오색수나 향탕(香湯)을 아기 부처상에 부어 석가의 탄생을 축하해 왔는데, 19세기 무렵부터는 수국 잎을 우려낸 감차(甘茶)를 사용했다. 여기에는 툰베리산수국(H. serrata var. thunbergii) 종류가 쓰였다. 이 수국의 잎을 건조시키면 필로둘신(phyllodulcin) 성분의 단맛이 나서 감미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엔 수국으로 유명한 불교 사원이 많다. 교토(京都) 우지(宇治)시에 있는 미무로토지(三室戶寺)에는 1만㎡가 넘는 면적에 약 30종의 수국 품종이 자라고 있다. 에도 시대 말기 우키요에 화가인 우타가와 히로시게(1797∼1858)가 다양한 꽃과 새를 그린 화조화 속에도 수국이 등장한다. 메이지 시대(1868∼1912)에는 기모노 장식 꽃무늬로 수국이 쓰였다. 오늘날에도 일본에서는 매년 늦봄과 여름에 걸쳐 곳곳에서 아지사이 축제가 크게 열린다. 수국이 유럽에 처음 알려진 것도 일본을 통해서였다. 1639년 에도 막부의 쇄국령 이후 외국인이 일본을 여행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에, 당시 유럽의 식물학자들은 새로운 식물을 수집하기 위해 큰 모험을 감행해야 했다.

독일의 엥겔베르트 캠퍼(Engelbert Kaempfer, 1651∼1716)는 1690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 군의관으로 일본에 왔다가 수국을 알게 됐고, 1712년 출간한 ‘이국의 즐거움’(Amoenitates Exoticae)이라는 책에서 수국을 소개했다. 스웨덴의 박물학자이자 린네의 제자였던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는 1775년 일본으로부터 수국과 산수국을 가지고 왔다.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다. 그는 도쿠가와 시대 나가사키(長崎)에 네덜란드와의 무역을 위해 만든 거주구 데지마 인공섬에서 네덜란드 총독의 주치의로 일하며 식물과 동물 수집에 큰 관심을 가졌다. ‘오타키 상’이라는 일본 여인과 사랑에 빠져 둘 사이에 딸이 태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 상세 지도를 입수했다가 발각돼 1년 가까이 가택 연금에 처해진 후 1829년 추방됐다. 그는 그동안 수집한 수천 종에 이르는 동식물들과 함께 바타비아로 돌아왔다. 그중에는 수국이 포함됐는데, 그 수국에 일본인 아내의 이름을 붙여 수국 ‘오타크사’(Hydrangea macrophylla ‘Otaksa’)라고 명명했다. 당시 식물학자들에게 먼 이국땅에서 새로운 식물 종을 수집하는 일은 자신의 삶과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과업이었다. 지볼트가 꽃을 찾아 떠난 모험 중에 만난 꽃보다 아름다운 인연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중의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수국은 토양의 산도(pH)에 따라서 꽃 색깔이 달라지기로 유명하다. 산성(pH 7 미만)에서는 파란색, 알칼리성(pH 7 초과)에서는 분홍색을 띤다. 여기에는 알루미늄의 역할이 크다. 산성에서는 알루미늄 성분이 쉽게 물에 녹아 뿌리로 흡수되는데 이 알루미늄은 꽃에 있는 안토시아닌 색소와 결합한다. 원래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이 알루미늄과 결합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꽃이 푸른빛을 띠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파란 수국을 보려면 산성 토양에 알루미늄을 넣어 기르면 되고, 분홍 수국을 보려면 알칼리성 토양에서 기르면 된다.

아름다운 수국 꽃을 여러 장식 문양에 사용하는 전통은 20세기에도 계속 이어졌다. 1950년대 중반, 프랑스의 모자 디자이너 마담 폴레트는 에디트 피아프, 그레타 가르보, 윈저 공작부인 같은 유명인을 위해 수국 모자를 만들었다. 수국은 꽃이 피어 있을 때가 가장 예쁘지만 지고 나서도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는다.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이 ‘타르 베이비’(Tar Baby)라는 소설에서 표현한 것처럼 수국은 시들어 마른 꽃도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간혹 수국을 불두화, 백당나무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각각 몹헤드, 레이스캡 모양으로 생긴 꽃 뭉치가 언뜻 보면 영락없이 수국 꽃처럼 보이는 탓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동과의 산분꽃나무속(Viburnum)에 속하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수국은 반그늘과 양지에서 잘 자라고, 배수가 아주 잘 되며 적절한 거름과 부엽토가 섞인 촉촉한 토양을 좋아한다. 만약 절화로 수국 꽃을 즐기고자 할 땐 꽃대를 45도 각도로 자른 다음 즉시 끓는 물에 담그면 된다. 그러면 꽃줄기의 물올림을 방해하는 수액이 녹아 없어진다. 그다음엔 실온의 물에 꽂아 감상하면서 물은 매일 갈아 주는 것이 좋다.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수국(Hydrangea macrophylla)

중국, 일본 원산으로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재배됐다. 커다란 잎은 짙은 녹색이며, 꽃은 여름에 걸쳐 파랑, 빨강, 분홍, 연보라, 진보라색으로 핀다.

품종에 따라 다양한 조합의 헛꽃과 참꽃이 둥그런 몹헤드(mophead) 형태 또는 평평한 레이스캡(lacecap) 형태의 산방 꽃차례로 달린다.

높이 2m, 폭 2.5m 정도로 자라며 내한성은 나무수국에 비해 약한 편이다.

전년지와 당년지에 모두 꽃눈이 생겨 개화기가 아주 긴 ‘올 서머 뷰티’(All Summer Beauty), 커다랗고 둥근 파란색 꽃을 왕성하게 피우는 ‘니코 블루’(Nikko Blue) 등 훌륭한 품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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