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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베스트 리더십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0일(月)
F·U·N한 경험 담아…‘K-가전’ 새 역사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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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리더십
- 생활가전 매출 세계 1위… LG전자의 ‘10년 도전’


2011년부터 출시된 LG ‘신 가전’의 주요 제품들. 가장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타일러, 틔운, 홈브루,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 트롬 건조기, 코드제로 A9. LG전자 제공

‘스타일러’ 연구 개발만 9년 글로벌 특허만 220개 달해
트롬 건조기는 저온제습 방식 전기료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2017년 창원 R&D센터 준공 2000억투입 ‘신가전 메카’로
수제맥주제조기’홈브루‘이어 올 ’슈스타일러‘ 출시도 코앞


LG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 매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010년대 초부터 경쟁 회사들을 하나씩 따라잡으며 10년여에 걸쳐 최고의 자리까지 간 것이다. LG전자의 성공담은 ‘신(新) 가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시작으로 꾸준히 새로운 개념의 가전을 선보이면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회사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지원했고, 직원들은 최고의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LG전자가 추구하는 F·U·N 고객경험(최고의(First), 차별화된(Unique), 세상에 없던(New) 고객 경험)은 신 가전 개발의 역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보면 된다.

LG전자는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를 시장에 내놨다. 스타일러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류관리기의 대명사로 확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LG전자는 9년이 넘는 연구·개발(R&D) 끝에 신개념 가전을 만들었다. 물을 끓여 만드는 트루스팀(True Steam), 옷을 1분에 최대 200회 털어주고 바람만으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미세먼지를 골고루 없애주는 무빙행어(Moving Hanger) 등 이 제품에서 받은 글로벌 특허만 220개에 달한다. 스타일러는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이 2000년대 초 세탁기연구실장 시절 부인의 말을 듣고 영감을 얻은 제품이다. 중남미 출장 시 다리미가 없었는데 부인이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수증기가 꽉 찬 상태에서 옷을 걸어놓으면 효과가 있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세탁기·냉장고·에어컨 전문가들이 모두 매달려 수억 원어치의 옷을 실험한 끝에 스타일러가 탄생했다. 새로운 제품을 추구하는 경영자와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개발팀의 끈기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얻은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기억하기 위해 수첩과 펜을 놓지 않은 조 전 부회장의 세심함과 뚝심이 빛났다.

LG전자는 스타일러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 제품 개발을 우선순위에 두고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14년 경남 창원사업장에 2000억 원을 투입해 최첨단 R&D센터를 짓기로 한 것이다. 조 전 부회장이 H&A사업본부장 시절 주도한 결정이었다. 2017년 준공된 R&D센터는 세계 1위 LG전자의 가전 메카가 됐고, 신 가전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LG전자는 R&D센터 건립을 계기로 주방 가전 연구 조직을 통합하고, 최첨단 R&D 설비와 기존 대비 50% 넓어진 연구실 공간을 연구원들에게 제공했다.

신 가전의 역사는 2016년 건조기로 이어진다. 역시 조 전 부회장이 이끌었던 세탁기사업부의 작품이었다. 인버터 기술을 이용해 별도의 시공 없이 전기 콘센트만 꽂으면 되고, 저온 제습 방식을 사용해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낮춘 트롬 건조기가 탄생했다.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개발에도 역시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적합한 알고리즘을 찾기 위해 1000차례 이상 건조기를 조립했다 분해하고, 세탁물을 직접 넣고 2000회 이상 가동한 끝에 완성된 제품이었다. 제품 분해는 조 전 부회장과 세탁기사업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신 가전의 신화는 계속됐다. 2017년 조 전 부회장이 LG전자 CEO로 이동하고, 송대현 사장이 H&A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할 때쯤 신 가전을 위한 투자의 결실이 나왔다. 2017년 코드제로 A9 청소기, 2019년 디오스 식기세척기 스팀과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코드제로 청소기는 LG화학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사용 시간과 수명을 늘렸고, 간편화된 충전대가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식기세척기는 기능 향상으로 시장 자체를 크게 늘렸고, 수제맥주 제조기란 기발한 발상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 사장이 재임 시절 천착한 것은 디지털 전환이었다. 2020년 나온 LG 코드제로 R9 보이스는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청소를 하는 신제품이었다. 물걸레 로봇청소기 코드제로 M9과 연동시키면 코드제로 R9 보이스가 진공 청소를 끝낸 후 물걸레 전용 로봇청소기 코드제로 M9 씽큐가 알아서 물걸레 청소를 진행한다. 신 가전에도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본격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한 것이다. 진화된 가전을 위한 끊임 없는 변화 시도는 실적 신기록으로 이어졌다.

2020년 취임한 류재철 H&A사업본부장(부사장)은 LG 신 가전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시절 취임한 류 부사장은 재임 기간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 식물재배기 ‘틔운’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 코로나19 시대 소비자의 수요에 발맞춘 것으로 LG전자의 순발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제품이었다. LG전자는 올해 신발관리기인 ‘슈스타일러’ 출시를 앞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10년 이상 CEO부터 일선 개발자까지 모두 신 가전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총력을 기울여 온 것이 오늘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 CEO 한마디에 시작됐던 신제품 개발…요즘은 ‘사내독립기업’이 이끌어

식물재배기 ‘틔운’ 1호벤처 작품
10개 운영중… 확실한 보상책도


CEO급 인사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던 LG전자 신 가전은 최근 들어서는 사내독립기업(CIC·Company In Company)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2018년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적극적인 사내 벤처 육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소규모 집단인 CIC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출시부터 큰 화제를 모으며 높은 판매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식물재배기 ‘틔운’은 LG전자 1호 CIC 스프라우트컴퍼니의 작품이다. 스프라우트컴퍼니는 상추 같은 먹거리를 키우는 식용 식물재배기를 애초 구상했으나 시장조사를 통해 허브와 꽃도 키울 수 있는 제품으로 방향을 바꿨다.

2020년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제품 콘셉트를 공개한 뒤 지난해에는 ‘틔운’, 올해는 ‘틔운미니’를 출시했다. 신상윤 스프라우트컴퍼니 대표는 “CIC 같은 유연한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LG전자가 선보인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도 CIC형 조직이었던 ‘마이비어랩’이 만들어냈다. 주류 기업에서 일하던 인재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을 열어줬다. 7명으로 구성된 조직은 상품 기획, 공급망 관리,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직접 결정했다.

LG전자의 이름을 달고 제품이 출시됐지만, 마이비어랩이 회사의 간섭 없이 직접 조직을 운영한다. 마이비어랩 조직은 온라인을 통해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제품 개발에 반영해 제품을 계속 업그레이드한다.

이동형 디스플레이 제품인 ‘LG 스탠바이미’는 CIC는 아니지만, 별도 프로젝트 조직에서 제품을 기획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개발 과정을 거쳤다면 스탠바이미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조직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아이디어의 제품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현재 LG전자에는 10개 안팎의 CIC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성공할 경우 확실한 보상책도 마련돼 있다. LG 관계자는 “회사 전반적으로 연구·개발(R&D)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며 “이런 회사 분위기가 직원들의 도전의식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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