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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Economy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1일(火)
“60달러 주유비, 이젠 100달러”…불붙은 美 휘발유값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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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Economy
- 정유사 증산압박 등 총력전에도…‘불’ 못끄는 바이든

‘원유 생산 1위’美, 수입도 2위
러産 금지하자 수입 가격 껑충
업계, 수요감소 우려 증산 주저

기름값, 작년보다 62% 오르며
물가도 41년만의 최고치 기록

바이든, 중간선거 앞‘발등의 불’
기후대응 부르짖다 한발 물러서

高에탄올 휘발유 긴급 허용하고
석유회사 초과이익 징벌세 추진
앙숙 사우디와 관계개선도 나서


1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14일 갤런당(3.785ℓ) 사상 최고치인 5.016달러를 기록한 뒤 소폭 하락했으나 전문가들은 휴가철이 다가오면 다시 6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P 뉴시스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지난해 차에 기름을 채우는 데 60달러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거의 100달러가 든다. 다음 주, 다음 달에는 또 얼마까지 오를지 몰라 주유할 때마다 화가 치민다.”

15일(현지시간) 패트릭 그레그(38)는 기름이 거의 바닥난 SUV를 몰고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집에서 5.5마일(약 8.85㎞) 떨어진 대형할인마트 코스트코를 찾았다. 평소 기름을 넣던 집 앞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3.785ℓ)당 5.29달러지만 회원 할인가를 적용받는 코스트코는 4.89달러로 0.4달러나 차이 났기 때문이었다. 길게 늘어선 차량 대기열에 합류한 그레그는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와서라도 기름을 넣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멜리사 코튼(41)은 치솟는 휘발유값에 운전습관까지 바꿨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일처럼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려고 과속운전도 피하는 식이다. 코튼은 “올여름 플로리다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었는데 기름값 등을 고려해 가까운 곳으로 바꿀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0일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50개 주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981달러를 기록했다. 5달러를 넘던 전주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3.070달러 대비 62.2% 치솟은 사상 최고수준으로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도 8.4% 급등한 가격이다.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6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6.398달러를 나타냈다. 자동차 없이 생활할 수 없는 미국인들의 일상을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 상승은 가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5월 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지출에서 휘발유 등 유류비 비중이 2월 6.4%에서 1.4%포인트 뛴 7.8%에 달했다. 특히 연간 소득 5만 달러 미만 가구의 경우 유류비 비중이 9.5%로 더 높았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물류비·인건비 등도 인상시켜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가격을 끌어올리는 등 경제 전반의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이다.


◇세계 원유 생산 1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치솟는 까닭 = 2020년 기준 세계 최대 산유국은 다름 아닌 미국으로, 같은 기간 전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차지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13%, 12%로 뒤를 이었다. 과거 중동 등에서 막대한 원유를 수입했던 미국은 셰일오일 개발에 힘입어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중남미 등으로 대량의 원유·정제유를 수출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0일 기준 미국의 하루평균 원유 생산량은 1200만 배럴, 수출량은 372만5000배럴에 달했다. 동시에 미국은 하루평균 698만 배럴 이상 원유를 수입해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수입국이기도 하다.

대량의 원유를 수출하고 동시에 수입하는 것은 미국 내 정제시설 상당수가 셰일오일 개발 전 수입 원유 처리를 위해 세워졌기 때문이다. 셰일오일 가공을 위해서는 시설 개·보수가 필요하지만 장·단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수요 감소·유가 하락을 예측한 석유회사들은 투자를 축소했고 결국 휘발유 등 생산감소로 이어졌다. 반면 코로나19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기업·사무실들은 다시 문을 열었고, 통근자와 여행객들이 도로로 돌아오면서 유류 수요는 폭증했다.

현재 미국 내 휘발유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원유 수입가격 상승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훌쩍 넘으면서 4월 기준 휘발유 생산원가에서 원유가 차지한 비중은 60%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던 2020년 4월 52%에 비해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원유 수입가격 상승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대응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산 원유는 지난해 미국 원유 수입량의 약 8%에 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대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산유국에 원유 생산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 2위 산유국 러시아의 공급 감소를 상쇄할 만큼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데다 코로나19 당시 원유 선물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상황까지 겪은 석유회사들이 생산확대를 계속 주저하기 때문이다. 지난 8년 동안 두 차례 유가 폭락을 경험한 석유업계는 조만간 또 한차례 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바이든 행정부, 대책 쏟아내지만 백약이 무효 =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인 물가 때문에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물가상승 고통을 안겨주는 휘발유 가격을 잡지 못하면 ‘선거는 치르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당초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며 유가 대책에서 물러서 있던 바이든 행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책을 쏟아내면서 휘발유 가격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3월 31일 백악관은 6개월간 1억8000만 배럴(하루 1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SDR)를 방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줄어든 러시아의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300만 배럴)의 3분의 1 수준이다. 역대 최대 규모 SDR 방출로 4월 초 배럴당 9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전이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 상승에 자극받은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자 바이든 대통령은 4월 12일 행정명령을 통해 고에탄올(E15) 휘발유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소용없었다.

휴가철을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마지노선인 5달러를 넘어서자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회사들을 직접 압박했다. 10일 미주정상회의 참석차 로스앤젤레스(LA)를 찾은 그는 “엑손(모빌)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돈을 벌었다”며 “석유회사들이 시추 허가를 9000건이나 받고도 나서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14일에는 엑손모빌·셸·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셰브런·필립스66·마라톤페트롤리엄 등 주요 석유회사에 서한을 보내 “휘발유와 경유, 다른 정제유 생산과 공급을 늘리기 위한 즉각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석유회사에 대해 기존 법인세 21%에 추가로 21% 연방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작업 중이다. 하지만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에도 석유회사들이 추가로 공급을 늘릴 여지는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을 접고 인권문제로 불편한 관계인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도 나선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3~16일 사우디 등 중동을 순방하고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면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mail 김남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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