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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2일(水)
법 허점 파고들어 확성기로 욕설·협박…與·野 “시위 자제”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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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前·現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논란

지난달 2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 40여 명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한 보수단체가 진행하는 집회현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 등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 규탄 및 김건희 여사 구속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현직 대통령 사저가 성난 시위대의 욕설과 확성기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수단체들의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진보단체들이 맞불작전으로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를 전개하면서 ‘사저 앞 시위전’이 강(强)대강 대치로 맞붙는 형국이다. 여야 모두 사저 앞 시위 자제를 촉구했지만,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막아 보겠다며 다수 의원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관건은 법에서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동시에 욕설과 소음피해 등을 줄이는 작업이다.

문 前대통령, 허위사실 유포 등 3개 보수단체 고발
민주당 의원들은 ‘집시법 개정안’ 4건 잇달아 발의
尹, 진보단체 맞불시위에“국민 권리… 언급 않겠다”

현행법, 소음 상한기준 있지만 1인시위엔 무용지물
“집회의 자유는 무제한 아냐… 합리적 입법 서둘러야”


◇‘文 지키자’ 집시법 개정안 연이어 발의=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보수단체의 욕설 시위로 소음 피해 문제가 생기자 민주당 의원들은 연이어 집시법 개정안(총 4건)을 발의했다. 모두 문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열리는 시위를 막고자 갖가지 집회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대통령 자택을 집회 금지 장소로 정하거나(정청래안), 주거지역 등에서 소음·진동·모욕 행위로 사생활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를 금지하는(박광온안)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또 상업적 목적만으로 집회·시위를 하고 이를 중계방송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윤영찬안)과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모욕·반복된 악의적 표현(한병도안)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내용도 있었다. 윤영찬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최근 일부 집회 및 시위에서 극단적 혐오 표현과 원색적 욕설을 확성기 등으로 송출해 집회 대상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도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오로지 상업적 목적만으로 집회를 개최하고 혐오 표현 등 자극적 행위를 중계방송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어떠한 경우가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시위를 적절하게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달 사저 앞에서 집회·시위를 이어 가던 3개 보수단체 회원들을 고소했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고소장에 욕설 및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유포함으로써 모욕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살인 및 방화 협박, 집단적인 협박 등으로 공공의 안녕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개최했으니 집시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처벌해 달라고 적시했다. 지난 15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 앞 맞불 시위에 대한 견해를 묻자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니까 거기에 대해 제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법 허점 파고든 시위에 속수무책=이처럼 각종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으로 여러 사람이 고통받고 있지만, 경찰은 이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에는 집회나 시위가 열리는 장소에 따라 평균 소음 상한이 정해져 있다. 순간 최고 소음 한도도 있다. 가령 주거지 근처는 낮 평균 65데시벨(㏈)까지만 허용한다. 일상적으로 사람이 대화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60㏈ 정도다. 이 기준을 위반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등에 처할 수 있다. 독일은 주거지역의 주간·야간 소음 기준이 평균 각각 55㏈과 40㏈로 국내보다 더 깐깐하다.

문제는 이런 규정이 현실 집회에서 무용지물일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각종 사회 현안을 두고 찬반 단체가 맞불 형식으로 벌이는 집회는 소음이 뒤섞여 누가 얼마나 소음을 내는지 측정하기 어렵다. 또한, 100명짜리 집회와 1000명짜리 집회에 똑같은 소음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비합리적이란 지적도 있다. 또, 2인 이상이 집회·시위에 참여해야 집시법이 적용되는 탓에 1인 시위의 경우 소음 규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서초동과 양산 사저 앞 시위의 경우 일부 단체가 1인 시위 형태를 띠고 있어 확성기를 써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현행법상 시위는 여럿이 같은 목적으로 모이는 행위인데 혼자 하는 시위는 집시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경찰서의 한 간부는 “1인 시위 형식을 빌려 여러 사람이 거리를 두고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면 집시법으로 규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도 집회 허용 놓고 논란=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시위 허용 여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경찰은 앞서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집회 신고에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1조 제3호를 들어 금지통고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100m 이내 집회·시위를 허용했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거주지 모두를 집회·시위 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 집시법의 입법 취지이고 집무실과 거주지가 분리돼 있다면 양자 모두를 금지 지역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개방하고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입법 공백’ 사태라는 점을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마치는 대로 합리적인 집시법 개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부회장은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회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는 게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며 “고통에 시달리는 다수 국민의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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