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원숭이두창이 긴 잠복기와 검역 한계 등으로 지역 사회에 조용하게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의료계는 최근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원숭이두창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전파 속도 자체는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보다 떨어지지만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잠복기가 최대 21일로 길고 이전과 다른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해 조기 발견이 어려워진 탓이다.

최근 원숭이두창의 임상 증상은 발열 증세가 없고 발진이 얼굴이나 손바닥 등 잘 보이는 곳 외에 신체 내밀한 부분에도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보고됐다. 이는 검역단계에서 의심환자를 발견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입국 전후로 진단검사를 받는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검역에서 걸러지기 힘든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잠복기가 길어 입국 당시 증상이 없을 수도 있고, 의심증상이 있어도 편견 등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거나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방역당국이 발병 사실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검역 단계에서 조기 발견이 안 되면 지역 사회에 전파될 위험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처럼 질병 부담이 큰 병은 아니지만 해외 유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파될 수 있어 예상보다 쉽게 병이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개최해 원숭이두창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에 해당하는지 논의한다. PHEIC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에 대해 WHO가 발령하는 경보 중 최고 수준이다. 인종차별적 편견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일었던 질병 명칭에 대해서도 조만간 새 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도경·김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