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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 남자의 클래식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3일(木)
청력 잃고… 가슴으로 듣게 된 천상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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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의 클래식-베토벤 교향곡 ‘전원’

1800년 귓병에 대인기피증까지
교외 작은 마을 매일 숲길 산책
자연에 대한 감사와 사랑 담아


“전능하신 신이여, 숲속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기서 나무들은 모두 당신의 말을 합니다. 이곳은 얼마나 장엄합니까!”

1800년 무렵 베토벤의 청력은 급격히 악화됐고, 주치의의 권유로 도시를 떠나 교외의 작은 마을인 하일리겐슈타트(Heiligenstdt)에 머물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오전엔 작곡하며 시간을 보냈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부터는 하일리겐슈타트의 숲길을 매일같이 걸었다. 산책광으로 알려진 베토벤은 오후 2시부터 하루도 빼먹지 않고 늘 산책했고 어떤 날은 캄캄한 밤까지 산책만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영감이 떠오를 때면 안주머니에서 오선지를 꺼내어 음표를 그려 넣으며 눈이 오건 비가 내리건 우산이나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날마다 거닐었다.

이 시기의 베토벤은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그러나 자살 시도는 하지 않았다)를 쓸 정도로 매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음악가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와도 다름없는 ‘귓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때의 베토벤은 말수도 적어졌고 대인기피증마저 생겨 날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괴팍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유서까지 쓸 정도로 극도로 절망적인 시기에 베토벤은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고독과 절망 속에서 자신의 운명과 싸우며 대인기피증으로 사교 활동마저 할 수 없었지만 매일의 산책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모진 ‘운명’을 극복해 낼 수 있는 힘과 위로를 받았다. 그의 귓병도 작곡을 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귀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지만, 산책을 통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또렷이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자연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다.

그렇게 절망의 끝자락에서 다시금 역경을 딛고 일어나 작곡한 작품이 제6번 교향곡 ‘전원’이다. 이는 베토벤이 눈과 귀로 담았던 전원을 표현한 작품이자 귀가 먹어가는 자신에게 마음의 눈과 귀로 심연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게 해준 전원에 대한 감사이자 사랑의 마음을 담은 곡이다. 실제로 베토벤은 이 곡에 대해 “전원생활의 회상이나 묘사라기보다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의미는 전원에 대한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 곡의 진정한 가치는 베토벤이 자연을 사랑했던 마음과 자연으로부터 선물받은 풍부한 감정, 그리고 가슴으로 듣게 된 천상의 소리를 동시에 음악에 녹여냈다는 데 있다. 베토벤이 역경을 딛고 비로소 행복에 도달할 수 있었던 원천이 바로 이 교향곡 안에 있다.

1806년 첫 노트를 시작해 1807년 무렵 작곡됐다고 알려진 제6번 교향곡 ‘전원’은 그 유명한 제5번 교향곡 ‘운명’과 함께 1808년 12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동시에 초연됐다. 베토벤은 종종 성격이 다른 대조적인 작품들을 동시에 선보이곤 했다. 운명 교향곡이 자유를 갈망하며 치열하게 투쟁하는 인간의 음악이라면 전원 교향곡은 따사롭고 온화한 자연의 음악이었던 셈이다. 베토벤은 이 곡에 ‘전원(Pastorale)’이란 표제를 직접 붙이고 각 악장에도 그에 알맞은 제목을 붙여 놓았다. 표제 음악의 등장은 후에 등장하는 낭만주의 음악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된다. 슈만이나 멘델스존, 슈베르트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준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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