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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100세 시대 名士의 건강법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3일(木)
“즐거움·성취감 주는 취미활동 정신·육체 건강에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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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 -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

지난 17일 건양대 대전캠퍼스에서 만난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은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열심히 사는 것이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마음수양 위해 서예·그림 즐기고
색소폰·단소에 오카리나 연주도
골프 칠 때는 카트 안타고 걸어
91세 부인과 함께 스포츠댄스도


대전 = 글·사진 박현수 기자

“골프는 인생과 흡사해요. 공을 멀리 보내려고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덜 나가요. 인생도 마찬가지죠.”

지난 17일 건양대 대전캠퍼스에서 만난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은 “골프는 노년기에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건강에 유익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90대 초반 타수를 치는데, 골프를 할 때는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18홀을 가급적 걷는다. “그래서 골프 치는 날은 만 보를 훌쩍 넘긴다”고 말했다. 그에게 명함을 드리자 돋보기를 쓰지 않고 이름과 소속까지 읽었다. 치아도 의치 하나 없이 건강했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검퓨터단층찰영(CT)을 하면 그의 신체 나이는 50대로 나온다고 한다.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도 두 번이나 출연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잘 관리해야 한다”는 김 명예총장은 9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현재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지금까지 크게 앓아 본 적도 없다고 했다.

“특별히 보약을 먹지도, 특별한 운동법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열심히 사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지금도 일주일 단위 일정을 시간별로 짜놓고 ‘규칙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 2017년 현역 최고령 ‘총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니 세상의 또 다른 면이 보이고, 뒤늦게 시작한 취미 활동이 삶에 활력을 주고 있지요.”

김 명예총장은 건양대와 건양대 병원 설립자보다 ‘영등포 김 안과’ 설립자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962년 서울 영등포에 자신의 성을 딴 ‘김 안과 의원’을 세운 것이 오늘날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 개원 당시에는 드물게 연중무휴 24시간 병원 문을 열었는데 하루 3000명의 환자가 왔다고 했다. 안과 전문병원으론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다.

그는 “총장직을 수행할 때는 일과가 업무로 빼곡하게 짜여 있었다면, 지금은 하루 2~3시간의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취미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의사와 총장직을 맡았을 때는 바빠서 하고 싶어도 못했던 일들을 일선에서 물러난 뒤 다 하고 있다. 촘촘히 적힌 일정표를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선 여러 종류의 악기를 배우고 있다. “악보도 볼 줄 몰랐는데 하모니카와 색소폰에 단소와 오카리나까지 배우는데 무엇보다 재미있다”고 했다. 지난 4월 건양대병원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직접 하모니카 연주도 했다. 색소폰으로 ‘꿈꾸는 백마강’과 ‘나 하나의 사랑’, ‘에델바이스’를, 단소로는 ‘아리랑’을 즐겨 연주한다고 자랑했다. “취미 활동은 배우는 즐거움과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으니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에 모두 좋은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마음 수양을 위해 서예, 수채화 등 그림, 캘리그래피, 음악 등을 일주일에 적절히 배분해 열심히 배우며 즐기고 있다. “붓을 들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 정신이 집중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색소폰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릴 때 참으로 신기하고 기쁘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서예협회 대전시지회가 주최한 제28회 전국서예대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최근 그림과 글씨로 인생의 지혜를 담담하게 풀어낸 ‘나이를 먹어서야 시의 마음을 알게 되었네’라는 인생 어록집도 펴냈다.

91세 부인과 함께 스포츠 댄스도 즐긴다고 했다. 건양대 병원 현관과 건양역사관에는 그가 그린 수채화와 서예 작품 수십 점이 전시돼 있었다. 그는 “요즘 지자체에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각자에게 맞는 취미 활동을 찾아 부지런히 배우고 열심히 살면 건강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김 명예총장의 일과는 어떨까.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난다. 총장 재임 때는 3시 30분이었으나 두 시간 늦췄다. 우선 침대 위에서 기본적인 스트레칭을 해서 잠자던 근육을 깨워준다. 그리고 허리 운동을 비롯해 맨손체조를 한다. 인터뷰 도중 ‘허리 굽히기’ 시범을 보였는데 손이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일어나 허리를 뒤로 젖혔다. 이 동작을 수차례 반복한다. 그다음에는 러닝머신에서 20분간 걷는다.

아침 운동 후엔 우유 한 잔과 채식 위주로 조반을 든다. 외식은 가능한 피하고, 소량의 밥과 육식도 골고루 먹되 소식한다. 특히, 백색 가루 즉, 소금, 조미료, 설탕 등은 섭취하지 않는다. 학교 업무와 운동, 취미 활동을 마친 후 5시 30분쯤 저녁 식사 후 밤 10시쯤 잠자리에 든다. 가끔 외부 행사나 약속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깨질 때도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늘 반복되는 그의 하루다.

김 명예총장의 건강 비결 중 또 하나는 만보기를 손목에 차고 1일 1만 보 걷기를 하는 것. “일상에서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요가 주 2회, 헬스 주 3~4회, 골프 주 1회로 배분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건양대 병원 안에 있는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으로 일과를 마무리했다.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운동기구를 코스에 따라 30분 정도 했다. 땀을 수차례 훔쳤다. “실내 자전거는 하체 운동, 특히 허벅지 안쪽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하체가 튼튼하면 상체는 저절로 건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죽을 때 후회하는 4가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부인과 친구에게 잘못한 것, 종교 안 가진 것, 취미 생활 못 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 교회도 열심히 다니려 노력한다고 했다.

김 명예총장 이어 “속상한 일은 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안 좋은 일을 오랫동안 생각하고 담고 있으면 몸에 병이 걸린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일을 빨리 잊기 위해서는 일에 몰두하라”고 했다. 일에 몰두하면 잡념을 잊게 되고 쾌락과 나태함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건강검진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생 전반기 30년은 의사로, 후반기 30년은 교육자로 살아온 길과, 그 여정에서 만난 많은 인연도 모두 ‘특별한 선물’이었다”며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김 명예총장의 집무실에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붓글씨가 액자로 걸려 있어 눈에 띄었다.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지낸다는 뜻으로, 자신의 빛남을 드러내지 않고 먼지 속에 숨어 지내는 모습이야말로 참된 군자의 모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이 걸어온 길
 
‘작은 거인’, ‘의료계의 거성(巨星)’으로 불리는 김희수 명예총장은 1928년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서 출생했다. 1946년 공주고를 졸업하고 세브란스 의과대(현 연세대)에 입학해 6·25전쟁이 터지기 1주일 전인 1950년 6월 졸업했다.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공부를 할 수 없어 1956년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수학했다. 귀국 후 연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959년 인천기독병원 안과 과장과 1961년 제3 육군병원 안과 과장을 거쳐 1962년 서울 영등포에 ‘김 안과 의원’을 개원했다.

1979년 고향 논산에 건양중·고등학교를 설립했다. 1981년 대한안과학회 회장, 1984년 광산김씨 대종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0년 건양대학교를 세워 후학을 양성했으며 전국 최고의 취업 명문대학으로 키웠다. 1996년 충청남도 개도 100주년 기념 ‘충남을 빛낸 100인’에 선정됐다. 이어 2000년 2월 대전에 건양대 병원을 개원했고, 2001년 건양대 총장에 취임하면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러한 공로로 2007년 국민교육발전 유공자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이어 2011년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교육발전 부문)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의료 후진국인 캄보디아에 수년간 무료로 안과 치료 봉사를 한 데 이어 안과병원을 세워준 공로로 2015년 캄보디아 훈센 총리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이밖에 2017년에 ‘2016년을 빛낸 도전 한국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나는 할 수 있다:김희수 총장 명곡(明谷) 문집’,‘80대 청춘이 20대 청춘에게’, 회고록 ‘작은 수첩 큰 실천으로 걸어온 길’,‘특별한 선물’, ‘나이를 먹어서야 시의 마음을 알게 되었네’등이 있다.

현재는 학교법인 건양교육재단 설립자 겸 건양대 명예총장과 의료법인 건양의료재단 김안과병원 이사장으로 있다. 그의 바람은 병원과 학교가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기댈 언덕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mail 박현수 기자 / 인물·조사팀 / 부장 박현수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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