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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4일(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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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의 가장 큰 장기의 이름은? 그것이 무엇인지는 금세 알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그 이름이 없다. ‘간(肝)’이란 이름이 있다고 말할 이가 있겠지만 이는 한자로 된 이름이니 고유어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염통, 허파, 콩팥, 쓸개 등등 몸속의 장기들이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간은 그렇지 않다. 위장도 이름이 따로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밥통’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으니 간만 사정이 딱하다.

우리 조상들이 간의 존재를 몰랐을 리도, 그것을 가리키는 이름이 없었을 리도 없다. 틀림없이 이름이 있었는데 한자에 밀려 버린 것이다. ‘강(江)’이나 ‘산(山)’도 우리의 고유어를 밀어내기는 했지만 과거에는 ‘가람’과 ‘뫼’가 쓰였고 지금도 종종 쓰이니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방언을 뒤져봐도 역시 흔적이 없다. 간에 붙어 있는 쓸개는 방언형으로 ‘열, 열기, 여울’ 등이 나타나는데 정작 간은 방언에서도 고유어나 고유어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후보에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애’를 들 수 있다. ‘애’는 ‘애간장’이란 말에 들어있기도 하니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겠지만 이는 ‘애’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문헌이나 방언을 찾아봐도 ‘애’는 창자를 뜻한다. 창자는 ‘배알’이란 고유어도 있으니 간에 양보할 법도 한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 속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기가 간인데 속담에서도 고유어의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용’은? 한꺼번에 모아 큰 힘을 쓸 때 흔히 ‘용을 쓴다’라고 말한다. 특별한 재주를 일컬을 때 ‘용빼는 재주’라고 말한다. 심심찮게 쓰는 표현인데 이 말에서의 ‘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딱히 아니라는 증거도 없으니 이때의 ‘용’이 바로 간의 고유어라고 우길 법도 하다. 그러나 우리말의 흔적을 찾으려 애쓰다 우연히 만난 것일 뿐이다. 용이 간이라고 용을 쓰려면 용빼는 재주라도 부려서 옛 문헌이나 방언에서 그 증거를 가져와야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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