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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6일(日)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에만 좋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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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지금 쏘나타를 몰 수 있는 이유”

1. 도입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기업 감세(減稅)’라느니, ‘부자 감세(減稅)’라느니 하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온다. 대부분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잘 나가던’ 연구기관이거나 언론·홍보 매체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윤 정부에서 법인세 인하를 하게 된 배경 등부터 한 번 살펴보자.


2. 정치인이 주도한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 인상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한 달쯤 지난 2017년 6월 20일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증세(增稅)를 확정했다.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이었던 김부겸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경기도지사 당선인) 면전에서 “새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증세(增稅)가 불가피하다”며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에 대해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문재인 당시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 2000억 원을 넘는 초(超)대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율(현행 22%)을 25%로 인상하자”며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인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 대통령도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우리나라 세입과 세출을 총괄하는 기재부를 이끌고 있던 김 부총리가 개입할 틈도 없이 당시 법인세 증세는 그렇게 결론이 났고, 김 부총리는 완전히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법인세 등의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누차 말해온 김 부총리는 졸지에 ‘허언(虛言)이나 하는 사람’이 됐다. 그렇게 문 정부의 법인세 증세는 결론이 났다.


3. 윤 정부의 기재부, 법인세 인하 발표

윤 정부가 출범한 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이란 문서를 내놨다. 문 정부도 출범 직후 비슷한 것을 발표했다. 이를테면 ‘헌 정부(전임 정부)’가 아니고 ‘새 정부(이번에 취임한 정부)’ 5년 동안 추진할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알리는 자료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필두로 한 기재부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법인세 인하’를 새 정부 대표적인 경제 정책으로 내걸었다. 내용은 단순했다. 문 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통해 단행했던 법인세 최고세율(25%)을 원래대로(22%)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과도하게 많은 법인세 과표구간(현재 4단계)을 단순화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4. 법인세 인하는 투자 활성화나 경제 성장에 효과가 있을까?

윤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발표하자 온갖 비판과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MB) 정부 때도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투자가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경제 발전에 효과가 있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학이 법인세 인하가 투자나 경제 성장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과연 확실하게 밝힐 수 있을까? 학자가 개인 연구 결과에 따라 특정 시기에 진행된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확대나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법인세 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일률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MB 정부 때 법인세 인하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논란거리지만, 시기가 달라지고 경제 구조 또는 산업 구조가 바뀐 상태에서도 MB 정부 시절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참고로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에도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 등에 의해 법인세 인하가 공론화된 적이 있다. 조세수입(세수) 감소 등의 이유로 정부 안이 아니라 의원입법의 형태로 법인세율 인하 법안을 낸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이 시행 시기를 2005년 이후로 미루는 타협을 하는 형태로 매듭지어지기는 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도 결과적으로 법인세율이 인하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5. 과거나 지금이나 법인세 인하의 최대 목표는 투자 확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이나 지금이나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의 가장 강력한 이유는 ‘국내에 투자가 안 된다’는 것이다. 법인세는 흔히 ‘국제경쟁조세’로 불린다.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투자자가 자국이든 타국이든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매우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법인세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정부의 법인세 인하 결정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현재 국내 투자자(정확히는 ‘거주자’)가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기별 해외직접투자액 추이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 투자액(총투자 기준)은 25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3.9%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68년 이후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해외직접투자액에서 지분 매각·대부투자 회수·청산 등을 통한 회수 금액을 뺀 순투자액은 215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것도 전년 동기 대비 202.4% 급증했다. 이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우리나라 해외 직접 투자액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해외직접투자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오히려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도착 기준 실적은 43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신고액 기준으로는 5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었지만,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가 예전보다 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근 5년 평균(2017년 1분기~2021년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액 증가율은 신고 기준으로 40.0%, 도착 기준으로는 33.3%였다. 도착 기준으로 5년 평균 증가율이 33.3%였는데, 올해 1분기에는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경제학의 많은 문제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지만, 현시점에서 국내 투자와 관련해 한 가지는 확실한 것처럼 보인다. “현재 한국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투자하기에 과거보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고쳐야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답은 수십, 수백 가지일 수 있지만, “법인세 인하가 국내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을 조금이라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윤 정부 핵심 경제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으로 보인다.



6.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에만 좋은 일일까?
윤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의 대상 기업은 대기업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그렇다’일 것이다. 왜냐하면, 문 정부에서 올린 법인세가 과표가 매우 높은 기업만을 대상으로 최고세율을 올린 것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질문이 아니라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그래서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에만 좋은 일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 아니다로 답변이 갈릴 것이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잘 되면, 그 효과가 흘러넘쳐 모든 국민 잘살게 된다는, 소위 ‘분수 효과’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박정희 정부 등에서 대기업이 특혜를 받으면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소득불평등도가 오히려 심화한 사례 등을 고려하면, 분수 효과를 부인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분수 효과를 부인하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한 효과가 균질적(均質的)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과거 급속도의 경제 발전의 효과가 전 국민에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오래 전 한 여성 이코노미스트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한국 경제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한 것은 사실이다. 1970~1980년대 시골에서 올라와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공장에서 일한 여공(女工)들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의 효과가 균질적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그 여공들이 돈을 모으기 위해 뼈를 깎으면서 노력한 결과 오늘날 많은 사람이 서울에서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자기 집을 갖고, 쏘나타를 끌면서 우리 사회의 중산층으로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增稅), 집 가진 사람 등에 대한 증세(增稅) 등 ‘계급 증세(增稅)’를 단행하고, 나라 살림(재정)을 헐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이 늘린 정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문 정부에서 그렇게 대기업·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단행하면서 나라 살림으로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린 결과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삶은 크게 나아졌을까? 경제 성장의 효과가 균질적이지 않아 부족하고 불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부족하고 불만족스럽더라도 국민의 살림살이 형편을 낫게 만들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이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에만 좋은 일일까?’라는 논쟁적인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는 여정(旅程)의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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