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끌수록 상황악화’ 판단… 권고안으로 ‘공룡 경찰’ 견제

경찰 담당조직 신설 ‘속도’

인사 번복사태·경찰 반발속
새 정부 추동력 강화 나서
“警업무조직, 최소한의 인력만”
‘치안본부’ 회귀 논란 선 그어

“경찰청장 리더십 부재”우려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권고안 실행에 반발해 임기를 26일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윤성호 기자

행정안전부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경찰업무 조직 신설을 확정하고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출범 준비에 속전속결로 나서게 된 것은 자문위 권고안이 사실상 행안부 입장과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데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사태를 보다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 초반 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껄끄러운 사안일 수 있는 경찰 견제를 전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향후 정국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자문위 역시 한창섭 행안부 차관을 포함한 행안부 공무원 2명이 포함된 상태에서 4차례 회의를 통해 권고안을 빠르게 도출한 바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업무 조직 신설 등을 담은 경찰 제도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우선 경찰업무 조직 신설과 관련, 경찰의 민주적 관리 및 운영 강화와 임무 수행 역량 강화에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치안비서관 폐지에 따라 대통령실에서 경찰을 직접 지휘하거나 상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도가 됐다”며 경찰업무 조직 신설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행안부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어 행안부 내 경찰업무 조직 신설 여부는 국회의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현재의 권한 범위 내에서 조직 신설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 관련 조직 신설이 30여 년 전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경찰 안팎의 우려와 관련해 경찰청을 폐지하고 다시 치안본부와 같은 형태로 행안부에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청이 법에 따른 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구와 인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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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는 또 자문위 권고안에 따라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거나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할 방침이다. 장관의 인사제청을 위한 후보 추천위원회 또는 제청 자문위원회 설치 등이 논의 안건이 될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행안부가 자문위 권고안을 방패 삼아 빠른 속도로 경찰 견제 장치를 만들려고 하는 것과 관련, 경찰청장 리더십 부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내부에선 이미 경찰청장이 ‘식물청장’으로 전락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새로운 경찰청장이 임명된다 하더라도 리더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