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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음상담소 게재 일자 : 2022년 06월 29일(水)
Q : 채식하면서 아빠를 가르치려는 딸과 같이 지내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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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딸이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갔고 다들 부럽다고 하지만 사실 아빠 입장에서는 관계가 쉽지 않습니다.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제가 한마디 하면 구시대적이다, 양성평등에 어긋난다, 차별적이라고 하면서 저를 가르치려고 해서 사사건건 부딪칩니다. 최근에는 채식을 하기로 했다면서, 고기를 먹는 제가 야만인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저 역시 유난 떨지 말라고 싸우기까지 했습니다. 아내에게는 제 음식 씹는 소리가 거슬린다면서 따로 식사하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대기업에서 은퇴하고 작은 기업으로 옮긴 이후 월급도 줄어든 데다가 사회적 위치도 달라지다 보니 안 그래도 가장으로서 위축되는데, 공들여 키운 딸이 저렇게 저를 무시하니 서럽고, 내가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나 싶습니다. 이런 딸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A : 옳고 그름 따지지 말고 자녀의 입장을 들어보세요
▶▶ 솔루션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오셨을 텐데, 그 결과가 남들 보기에는 좋았어도 막상 나 자신에게 기쁨을 주지 않으니 마음이 참 힘드시겠습니다.

따님은 지금 아버지라는 존재와 싸운다기보다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란 책에서도 나오듯이 채식이라는 것은 동물과 환경을 존중하는 정신을 지키는 좋은 의미가 있지만, 좋은 의미가 있다고 해서 반대로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혐오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따님도 성인인데,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라도 관계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반대로 따님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에 무조건 타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빠 입장에서 따님에게 이런 얘기를 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젊은 자녀와 부딪친다고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부모와 자식이 가치관에 대해 어떻게 서로를 설득하겠습니까? 가족끼리 대화가 어려운 까닭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서로에게 설득시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각자 의견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자녀분과 대화를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채식이나 양성평등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르는 것을 좀 알려 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게 어떤 면에서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 보는 거야”라고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자세를 보인다고 해서 따님이 더 무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좋은 말을 해주려는 자세보다는 상대방의 나쁜 말이라도 일단 들어 보려고 하는 자세가 대화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의 조언처럼 대화가 이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꼭 자녀와의 문제를 해결해야 내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중년 남성들은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 걸 어려워합니다. 그런 벽을 깨고 친구든 배우자든 자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며 치유하는 것이 지름길일 수도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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