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가치동맹’의 시공간 확대 꾀해… 신냉전 전선에 초대된 건 부담

  • 문화일보
  • 입력 2022-06-30 10:58
  • 업데이트 2022-06-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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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현의 Deep Read - 尹 나토정상회의 참석 의미

‘나토 신전략개념’ 동참으로 한국의 가치외교 지평 선명해져
한미일 공조·경제적 실리도 소득

‘한·미·일 vs 북·중·러’ 고착화하면 韓 전략적 자율성은 제약
지혜로운 외교전략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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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 중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나토 체제의 핵심은 ‘집단방위’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의 시공간적 확대’를 추구하는 것으로 읽힌다.

가치외교 측면에서 한국 외교의 지평은 더 선명해졌지만, 대중국·대러시아의 신냉전 전선으로 초대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뚜렷해질수록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은 제약된다. 국익에 따른 선택이 불러올 책임까지 고려하는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신전략개념

나토는 다자안보, 집단방위를 특징으로 하는 다자 군사동맹 체제다. 나토 체제의 핵심은 헌장 제5조에 규정된 ‘집단방위’다. 주요 내용은 나토에 가입된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 그러한 공격이 있을 때 유엔헌장 제51조에서 인정한 독자적 또는 집단자위권을 행사한다는 것, 각 회원국은 집단적 또는 독자적으로 공격받는 국가를 상호원조한다는 것 등이다. 이는 나토 동맹국들을 규합하는 가장 강력한 조항으로 통한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린 동·북유럽 국가들이 나토 가입을 열망하는 건 바로 이 집단방위 때문이다.

이번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는 모두 여섯 가지다. 첫째 나토의 장기적인 억제와 방위 강화, 둘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 셋째 나토의 2022년 전략개념, 넷째 파트너십 강화 및 문호개방 유지, 다섯째 전방위적 위협과 도전 대응, 여섯째 환대서양 단합 및 동맹 연대. 한국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 4개 국가가 초청된 건 파트너십 강화의 일환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것은 12년 만에 개정되는 신전략개념(NATO 2022 Strategic Concept)이다. 전략개념 문서는 냉전 종식 이후 대략 10년 단위로 새로운 전략환경을 반영해 주기적으로 재검토돼 왔다.

신전략개념은 기존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요동치는 국제질서를 배경으로 나토의 관심과 대응의 범위를 유럽을 넘어 역외인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신전략개념 문서에는 ‘중국 위협 대응’이 처음으로 포함된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아·태 지역 파트너 국가들은 미국 등 나토로부터 대중·대러 전선에 초대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尹 참석 의의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기조인 ‘글로벌 중추국가’를 향한 행보며,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포괄적 한·미 군사동맹’의 실질적 구현을 위한 첫 해외순방이라는 의미가 있다. 나아가 복합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의 우호적 네트워크 확대라는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 또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 확대’의 비군사 분야로의 확대와 시공간적 확대를 추구한다.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연대와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가치외교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크다.

또 다른 의의는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다. 기대했던 공식적인 한·일 정상회담은 무산됐지만, 문재인 정부 때 퇴조했던 한·미·일 삼각 공조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 회담에서 3국 정상은 한반도 안보 정세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 정황이 뚜렷한 가운데 “북핵 도발에 강력히 대응한다”며 굳건한 공조를 표명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2017년 9월 유엔총회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와 얼굴을 마주한 지 약 4년 9개월 만에 열린 회담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기는 한·일 간 수출규제, 한국 내의 반일 불매운동,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선언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었다.

한국 입장에서 나토 정상회의는 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한 더없이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프랑스와는 원전 수출 문제가, 네덜란드와는 반도체 협력 의제가 깊숙이 논의됐다. 폴란드와 방산 협력 문제도 중요하게 논의됐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안보 위협에 민감해진 동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우수한 방산제품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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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으로의 초대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가치외교 측면에서 한국 외교의 지평은 더 선명해졌다. 가치가 외교정책 결정의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유사한 가치와 우선순위를 가진 국가 간에 협력의 여지가 더 커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정책 결정권자와 외교관들은 비슷한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과 쉽게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 공유는 중요하며, 강력한 연대의 이념적 토대를 형성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포괄적 안보협력 확대를 추진한다면 나토는 이상적인 대상이다. 우리 군은 11월로 예정된 나토 주관 사이버 연합군사훈련 참가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우리 정부는 아시아 최초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 정회원으로 가입한 데 이어 조만간 주(駐)나토 한국대표부도 신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나토는 기본적으로 집단안보를 내세우는 군사동맹이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은 신냉전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됐고, 때에 따라 반중·반러 군사적 공조를 요구당할 수도 있다.

한국은 앞으로 도래할 계산서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중국의 반발이다. 정부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반중·반러 정책으로의 대전환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미국은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나토 참석에 대중 견제 의도가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은 주나토 한국대표부 신설이나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동맹국 네트워크 강화로 해석할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고착화하는 점이다. 동북아에 이 같은 대결구도가 뚜렷해지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은 제약될 수도 있다.

◇결정과 책임

한국의 외교적 태세가 모호성을 벗어나 서구에 가까워질수록 중국이나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로부터의 압박은 커질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과 국익 우선순위에 따라 외교적 옵션을 선택해야 하지만, 그런 선택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세종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 세줄 요약

신전략개념 :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되는 ‘신전략개념’은 중·러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나토의 대응 범위를 유럽에서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고 있음. 이에 참여함으로써 한국 외교의 지평은 더 선명해짐.

尹 참석 의의 :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한국은 가치동맹의 비군사 분야로의 확대와 시공간적 확대를 추구. 경제적 실리 챙기기와 한·미·일 정상의 “북핵 도발 강력 대응” 합의도 주요 성과.

신냉전으로의 초대 : 하지만 한국은 신냉전 전선으로 초대되는 부담을 안음.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이 고착화하면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은 제약됨. 선택에 따른 책임을 고려하는 전략 필요.

■ 용어 설명

‘전략개념’은 안보환경의 총체적 평가를 제공하는 나토의 최상위 전략 문서. 현 전략개념은 2010년 리스본 회의 때 채택된 것. 마드리드 회의에서는 정세 변화를 반영한 ‘신전략개념’이 마련됨.

‘집단방위’는 다수의 국가가 군사동맹을 통해 공동으로 방위조직을 만들어 상호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 유엔헌장 제51조에서 인정한 독자적 또는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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