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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2년 07월 01일(金)
뚝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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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흙과 만나게 된다. 그릇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일정한 모양이면 되니 그런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그릇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나 돌이 먼저 쓰일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무는 깎고, 파고, 갈아내야 모양을 낼 수 있고 돌은 쪼아내야 모양을 낼 수 있는데 이를 위한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흙은 물에 개어 빚어내면 되니 어떤 재료보다 가공하기 쉽다. 물에 취약하지만 높은 온도로 구워내면 단단하고 물을 담아도 되니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토기, 도기, 자기다. 토기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으니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항아리에서 접시까지 아우르는 도자기다. 이 중에서 가장 정겨운 것을 꼽으라면 역시 구수한 된장찌개를 품은 뚝배기가 떠오른다.

뚝배기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그 말의 뿌리를 캐는 것은 쉽지 않다. ‘배기’는 탁배기에서도 보이니 대충 감은 잡히는데 ‘뚝’이 어렵다. 방언을 들여다보면 ‘둑수리, 투가리, 추바리, 오모가리’ 등 100여 개의 어형이 있으니 각각의 뿌리를 모두 캐려면 더 복잡해진다. 말에서 풍기는 느낌대로라면 진흙을 뚝 떼어 오목하게 빚어 무심한 듯 구워낸 것이라 보고 싶을 뿐이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말은 뚝배기를 낮잡아 보는 것이지만 뜨끈하게 먹어야 하는 찌개를 담는 그릇으로는 뚝배기만 한 것이 없다. 열전도율이 낮아 데우기도 어렵지만 그만큼 잘 식지도 않으니 오래도록 찌개의 온기를 느끼며 먹을 수 있다. 그릇 중에 가장 오래된 그릇에 가까운 뚝배기, 투박하지만 가장 오래도록 온기를 유지하는 뚝배기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삶, 천천히 올라서 천천히 내려가는 삶. 그런 삶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삶일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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