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함께’ 반백년을 함께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돈과 함께’가 판치네

  • 문화일보
  • 입력 2022-07-04 08:57
  • 업데이트 2022-07-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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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님과 함께’ 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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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는 과감히 쓸 수 있는 책 제목이 아니다. 한 세기 넘게 살아야 하고 그 소회를 글로 옮길 기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저자인 김형석(1920년생) 교수는 지금도 신문에 글을 기고하고 인터뷰도 하신다. 시인 윤동주와 동급생이라니 말 다했다.

이분의 강의 중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를 듣다가 질문을 변주해 보았다. ‘얼마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어디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누구랑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각자의 사연과 취향이 있겠지만 TV에서 힌트를 구한다면 3개의 답이 떠오른다. ‘나 혼자 산다’(MBC) ‘같이 삽시다’(KBS2TV) ‘나는 자연인이다’(MBN) 짧게는 5년(같이~), 길게는 10년 이상(혼자, 자연인) 시청자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시대상을 반영한 제목도 한몫했다. 물론 한쪽에선 ‘미운 우리새끼’(SBS) ‘금쪽같은 내 새끼’(채널A)처럼 강철 같은 가족연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음악동네의 사정은 어떠한가. ‘잠시 왔다 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백 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나훈아 ‘공’ 중) ‘천 년을 살리요/ 몇 백 년을 살다 가리요’(김용임 ‘부초 같은 인생’ 중) 그러나 순응과 체념만 널린 건 아니다.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이애란이 부른 ‘백세인생’은 원제목이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말하리’였다. 과연 문 앞에 저승사자가 대기 중인데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60세),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70세), 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80세),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90세) 우길 재간이 있을까. 황혼의 길목에서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보다 ‘나를 데리고 가시는 님’이 더 힘이 세다.

어떻게 살건 누구랑 살건 집은 필요하다.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 중에 주택문제가 심각한데 적어도 음악동네엔 집값 걱정이 없다. 건축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 아무 데나 짓고 살면 된다.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최백호 ‘영일만 친구’ 중)는 ‘푸른 파도 마시며 넓은 바다의 아침을 맞는다.’ 어떤 친구는 도심의 아파트에 사는데 그를 만나려면 좀 걸어야 한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야 한다.(윤수일 ‘아파트’ 중) 하지만 동심의 세계에 터를 잡으면 ‘비눗방울로 집을 짓’고 그 집에서 ‘향기 나는 노래를 틀’ 수도 있다.(산울림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중)

어떤 집에 살고 싶냐 물으면 그림 같은 집이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움과 그림은 어원이 같다. 화가는 그리운 것을 그림으로 그리지만 가수는 그리운 것을 노래로 부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남진의 ‘님과 함께’(1972)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50주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에는 ‘님과 함께’보다 ‘돈과 함께’가 득세한다. 남진이 발표한 노래 중에 ‘사람 나고 돈 났지’(1967)라는 곡이 있다. 단순하고 명료한 질문으로 노래는 시작된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이 났다더냐’ 그러나 노래는 노래고 세상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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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속엔 사랑하는 사람들로 넘쳐 나지만 세상 속엔 자랑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멋쟁이 높은 빌딩 으스대지만/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반딧불이의 다른 이름은 개똥벌레다. 개똥벌레도 집이 있다.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 개똥벌레의 근심은 돈이 아니라 친구가 없어서다. 친구 없는 건물주의 한숨 소리를 반딧불 초가집의 웃음소리로 뭉개버리는 곳, 여기는 음악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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