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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2년 07월 05일(火)
지상파 코미디 종말 2년…‘MZ 취향저격’ 개그, 유튜브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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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 TV시대’ 공채 개그맨 유튜브 채널 열풍

유튜브에서 백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피식대학’은 KBS, SBS 공채 개그맨들이 주축이 돼 꾸려가는 개그 콘텐츠 채널이다.

‘꼰대희’‘피식대학’‘숏박스’…
조회수 수백만 육박하며 인기
슬랩스틱·과한 분장 덜어내고
하이퍼 리얼리즘 살린 콘텐츠
“유난 떨지 않아서 좋다” 열광


21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개그 콘서트’(개콘)가 막을 내린 지 2년이 지났다. 2020년 6월 26일, 마지막 방송에서는 ‘개콘’의 장례식을 치르는 콘셉트로 콩트를 짜며 그동안 ‘개콘’을 빛낸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최종회의 전국 시청률 3.0%. 한때 30%가 넘는 시청률을 구가하던 공개 스탠딩 코미디의 마침표라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개그는 다시 부활했다. 유튜브라는 열린 공간 안에서 ‘공채 기수’라는 연공서열을 깬 개그맨들이 계급장 떼고 맞붙는 모양새다. 더 이상 TV시대의 시청률과 시청자 게시판은 없지만, ‘탈(脫)TV’에 발맞춰 구독자와 댓글창을 통해 더 가깝게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길 잃은 개그맨들, 유튜브에서 길을 찾다

‘개콘’의 폐지는 팬데믹과 맞물렸다. 방청객도 초대할 수 없게 되면서 대중의 반응은 더 차갑게 식었다. 시청률은 2∼3%대에 머물렀다. KBS의 선택은 폐지였다. MBC ‘개그야’와 SBS ‘웃찾사’에 이어 KBS까지 백기를 들며 지상파 3사가 ‘개그의 종언’을 외친 셈이다. 이 무렵 몇몇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배달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개그맨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홍대나 대학로에서 대면 공연을 열 수도 없었던 개그맨들은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유튜브는 새로운 무대가 됐다. KBS 공채 14기로 ‘개콘’의 원년 멤버였던 최고참 김대희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개콘’의 히트 코너였던 ‘대화가 필요해’의 완고한 아버지 캐릭터를 차용한 ‘꼰대희’를 론칭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꼰대’라 부르는 세상에서 “젊은이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채널”을 표방한 꼰대희는 2020년 8월 개설 후 현재까지 1억9200만 뷰가 넘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했다. 4일 기준 구독자 수는 약 73만 명이다.

유튜브 '꼰대희'.


후배 개그맨들도 이 대열에 하나둘 합류했다. 최근 대세는 KBS 공채 마지막 기수를 포함한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이 뭉친 ‘숏박스’다. 지난해 10월 채널 개설 후 8개월 만에 194만 구독자, 누적 조회 수 2억 뷰를 달성했다. 그사이 셋이 올린 동영상은 고작 45개. 최근 한 예능에 출연한 김원훈은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는데, ‘개콘’이 21년 만에 폐지돼 우울증이 심하게 왔다”면서 “이제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다가 옆에 계시던 분이 저를 알아본다. 그 상태로 2분 정도는 대화를 나눴다”고 달라진 위상을 위트있게 전했다.

이보다 먼저 유튜브에 똬리를 튼 KBS 공채 출신 정재형, SBS 공채 출신 이용주, 김민수가 의기투합한 ‘피식대학’(2019년 4월 개설)은 유튜브 환경 속에서는 ‘개콘’이나 ‘웃찾사’의 전성기 부럽지 않다. ‘05학번이즈백’ ‘한사랑산악회’ ‘B대면데이트’ 등 다양한 상황극 콘텐츠들이 선풍적 인기를 모으며 154만 구독자를 모았다. 누적 조회 수는 5억 뷰에 육박한다. 그들 스스로 ‘작은 방송국’을 구축한 셈이다.

유튜브 '숏박스'.


◇하이퍼 리얼리즘+세계관 확장=성공

‘개콘’ 등 TV 코미디의 한계는 시청층의 편중에서 시작됐다. TV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전락하며 각종 SNS를 기반으로 한 ‘입소문’의 주체인 10대 및 20·30대에게 외면받았다. 과한 설정으로 덧칠된 슬랩스틱을 동반한 콩트와 분장 개그는 ‘낡았다’고 평가받았다. TV 개그가 사라진 후, 틈새시장을 파고든 유튜브 개그의 가장 큰 화두는 하이퍼 리얼리즘, 즉 극사실주의였다.

‘숏박스’는 장기 연애 중인 연인, 현실 속 남매를 비롯해 미용실이나 치과에 방문했을 때 겪게 되는 상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MZ세대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만난 후 무관심하게 각자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면서도 은근히 서로를 챙기는 오래된 연인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9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인 ‘대실’ 편에서 남자가 “아, 콘돔 안 사왔다”고 하자 여자는 “하려고? 다음에 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남자친구는 생리통을 겪는 여자친구에게 익숙하게 진통제를 건넨다. 구독자들은 “익숙함 속의 편안함이 너무 와닿는다” “유난 떨지 않으면서 디테일이 너무 좋다”며 ‘좋아요’를 누른다.

또 다른 채널 ‘너덜트’ 역시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한다. 126만 구독자를 확보한 이 채널은, 중고거래를 위해 등 떠밀려 나온 남편들의 이야기를 다룬 2분 분량 영상으로 7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각 채널에는 고유한 세계관도 존재한다. ‘숏박스’의 김원훈과 엄지윤은 ‘장기 연애’ 코너 속 연인이고, 조진세와 엄지윤은 ‘찐남매’에서 매일 투닥대는 현실 남매다. 구독자들은 기꺼이 이 세계관에 동참한다.

‘꼰대희’ 역시 ‘꼬깔 꼰씨 배고파 38대손’이라는 58세 남성 세계관에서 시작해 가족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개그맨 김준호, 장동민, 유세윤, 신봉선, 김민경 등을 꼰씨 집안사람으로 편입시키며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다. 여기에 ‘밥묵자’ ‘콩밥묵자’ ‘혼밥묵자’ 등으로 세분화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손님을 초대하며 변화를 줘 싫증을 잘 느끼는 MZ세대에게 어필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TV도 리얼리티를 내세운 관찰 예능이 인기이듯, 실생활을 밀착해서 들여다보는 공감형, 생활형 코드 개그가 유튜브 채널에서도 각광 받는 것”이라며 “세계관을 확장한 캐릭터 플레이 역시 MZ세대들이 즐기는 놀이다. 여러 부캐릭터를 만들어 활동하는 이들이 늘듯 그런 세계관을 이해하고 그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 문화”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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