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때 숙소·먹거리 등 세심하게 배려해준 인정 많은 아줌마

■ 자랑합니다 - 쯔쯔이 미치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왼쪽이 필자. 가운데 여성이 쯔쯔이 미치코, 오른쪽은 미치코의 시동생. 필자 제공

쯔쯔이 미치코는 일본 시코쿠(四國)의 북동부 가가와(香川)현 사카이데(坂出)시에 사는 여성이다. 연배는 나와 비슷한데 32년 지기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다가올 국제화 시대에 대비해 아이들을 국제교류단체인 라보(LABO)에 가입시켰다.

1990년 3월 초등학교 6학년이던 미치코의 차녀 히로미가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우리로서는 난생처음 받아들인 외국인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오전에는 집에 없었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장인어른과 미술을 하는 처제까지 총동원돼 아내와 함께 히로미를 돌보았다.

저녁이면 히로미는 일본에서 준비해 온 장난감과 색종이를 가지고 아이들과 놀았다. 비슷한 또래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잘 노는 게 신기했다. 처음에는 4박 5일이 긴 듯 느껴졌다. 하지만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아이들은 헤어지며 눈물을 흘렸다. 이듬해 봄에는 미치코 본인이 놀러 와서 홈스테이를 했다. 그녀가 오기 전 아내는 동네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일본어 강좌에 몇 개월을 다녔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그리고 막내가 1학년일 때는 둘을 미치코의 집으로 홈스테이를 보냈다.

미치코는 그 지역에서는 유명한 도코로텐(한천·우뭇가사리 따위를 끓여서 식혀 만든 끈끈한 먹거리) 가업을 승계한 여주인이다. 역사가 270년이나 되며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아들이 없어 그녀의 남편이 데릴사위로 왔다. 남편은 자신의 집안 성을 버리고 장가든 것이었다. 우리와 달리 일본에서는 성이 이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도요토미라는 성을 가지기까지 여러 차례 성을 바꿨다.

2019년 일본 열도를 도보로 종단할 때 그녀에게 저렴한 숙소 소개를 부탁한 일이 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최고급 호텔이었다. 내가 걸으며 투숙했던 게스트하우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녀는 내가 장기간 여행 중이라 선물을 할 수 없으니 선물 대신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그곳에 체류하는 동안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공장도 견학했다. 그리고 친지 소유의 고깃배를 타고 인근의 섬으로 함께 놀러 가기도 했다. 술을 못하는 본인 대신 대작을 할 수 있는 친척을 수배해 둘 정도로 그녀는 세심했다.

아내와 나오시마(直島)를 여행했을 때 그녀의 가족들과 먹은 싱싱한 회도 즐거운 추억의 하나다. 전화하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오는 그녀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틈틈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그녀에게 보낸다.

그녀는 무릎 수술을 받아 더 이상 여행을 못 다닌다. 코로나19도 진정되고 일본 여행길도 열렸다. 기회를 봐서 시코쿠의 그녀를 아내와 함께 찾아가야겠다. 인정 많은 미치코 아줌마. 아무쪼록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허남정 ㈜지겐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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