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패스트팔로어’ 한계… 기업가 정신으로 새 혁신동력 찾아야”

  • 문화일보
  • 입력 2022-07-08 11:33
  • 업데이트 2022-07-0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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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FR) 2022’ 개막식이 온라인으로 중계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문화미래리포트 2022’ 대한민국 리빌딩 : 통합과 도약
2세션 - 팬데믹 이후 새로운 발전모델

큰 시장 보유한 中 감당 어려워
창업기업에 초점 맞춘 정책 필요
한국 ‘글로벌 리더’ 로 진화해야

美 지나친 통화팽창으로 인플레
한국에도 커다란 위협 될 가능성
재정 통한 ‘현금지원’ 지양해야


문화미래리포트(MFR) 2022 ‘대한민국 리빌딩 : 통합과 도약’의 제2세션 ‘팬데믹 이후 새로운 발전모델’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엄정한 상황 진단과 함께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법인세율 차별 및 연구·개발(R&D) 예산 세액 공제 문제, 각종 규제 혁파 등 구체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첫 번째 강연자인 로버트 앳킨슨 미국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중소기업 위주 정책 등에 대해 변화 필요성을 집중 제기했다. 두 번째 강연자인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위협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보다 새로운 기업에 초점 맞춘 정책 필요” = 앳킨슨 회장은 우선 한국이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첨단산업 중에서도 컴퓨터·전자기기·광학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성취가 지금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지나친 수출 의존도, 중국,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의 한계 등을 꼽았다. 그는 “수출 위주 정책만 펼치기에는 한국 경제가 너무 커졌다”며 “다른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를 잘했지만 중국과 같은 추격자가 나타나면 힘들다”며 “이제는 진화해서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 무조건 제1의 혁신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리더를 따라잡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이제는 더 큰 시장을 보유한 중국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앳킨슨 회장은 한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과제로 디지털 산업 강화, 노동 생산성 강화, 기업가정신 강화를 꼽았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수입에서 110위 머물고, 수출도 85위에 그친다는 통계도 근거로 제시했다. 소프트웨어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위에 머문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활약에도 불구, 정보기술(IT) 산업을 세부적으로 봤을 때 취약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시간당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앳킨슨 회장은 생산성 성장률이 최근에는 채 5.0%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약화했다는 근거로 100만 명당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 수를 들었다. 한국은 100만 명당 유니콘 기업 수가 0.2개로, 미국·영국·캐나다·호주·스위스 등에 크게 뒤졌다.

앳킨슨 회장은 한국 경제를 위한 솔루션으로 중소기업 위주 정책의 탈피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법인세율, 세액 공제 등에 있어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앳킨슨 회장은 “대기업의 법인세율이 중소기업의 6배에 이른다”며 “정책의 초점을 중소기업이 아닌 창업기업에 맞추고, 교육도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격한 통화 및 재정 정책 필요” = ‘한국의 경제성장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란 제목으로 2세션 두 번째 강연에 나선 배로 교수는 미국 사례를 통한 통화 및 재정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지나친 통화 팽창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위협이 증가했기 때문에 한국의 정책 당국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배로 교수는 현실적인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연간 2~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 됐고, 과거와 같은 고성장의 시대를 다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배로 교수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독일의 에너지 부족 사례를 들며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하이테크 산업에서 한국이 두각을 보였지만,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점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러-우 사태에서 보듯 향후 자유무역의 위기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배로 교수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엄격한 통화·재정 정책이었다. 그는 강연에서 미국의 통화 팽창 정책 비판에 장시간을 할애했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오일쇼크 시기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장으로 적절한 통화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안정화시킨 폴 볼커의 사례와 현 연방준비위 의장인 제롬 파월의 정책을 비교했다. 배로 교수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이후 미국의 통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1980년대 초 폴 볼커 시대에 통화 팽창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위협이 심하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한국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재정을 통한 이전 소득 발생 등의 사례가 많았는데 이런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채·이희권·전세원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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