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마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늘은 각종 양념 중에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양념이다. 1인당 소비량이 압도적인 1위이니 그럴 법도 하다. 단군신화에 곰이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되었다고 하니 우리의 피에 마늘의 향이 흐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늘이 이 땅에 전해진 것은 통일신라 시대 이후이니 아무래도 웅녀가 먹은 것은 달래나 산마늘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그래야 쑥과 짝을 이루기도 좋다.

역사적으로 마늘은 늘 ‘마늘’이었다. 세종대왕 당시에는 ‘마날’이었지만 아래아가 사라지면서 약간의 변화를 입었을 뿐이다. 방언에서도 ‘마날, 마널, 매널’ 등으로 나타나니 결국 같은 단어가 소리만 조금 다르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마늘과 쌍벽을 이루는 양념인 ‘파’만큼이나 변이가 없는 셈이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우리 밥상에서 비중이 좀 떨어지는 부추가 수없이 많은 방언형을 보이는 것과 대조가 된다.

마늘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유형으로 나타나지만 제주도에서만 유독 ‘마농, 숭게비, 곱대산이, 대산이’ 등으로 나타난다. 마농은 마늘과 뿌리는 같지만 조금 다른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이는데 숭게비는 정체불명이다. 곱대산이나 대산이에서 나타나는 ‘산이’는 마늘을 가리키는 한자가 ‘蒜(마늘 산)’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금세 풀이가 된다. 그런데 이 한자는 달래를 가리키기도 하니 웅녀가 먹은 것이 마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마늘이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을 정도이니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냄새를 마늘 냄새로 표현하기도 한다. 양념이든 향신료든 향과 맛으로 먹는 것이니 먹은 마늘의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는 이 냄새로 한국인을 비하하거나 한국인들 스스로 마늘 냄새를 감춰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은 그런 사례가 줄어든 것은 안팎으로 우리를 비하하는 경우가 줄어서일까? 그렇게 여기고 싶다면 우리 또한 다른 나라의 음식 냄새를 편견 없이 맡아야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