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소통하고 매사 낙천적…‘긍정마인드’ 통했다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고령 지은희의 롱런 비결

한국 여자골퍼들 극심한 경쟁
슬럼프 빠지면 쉽게 탈출못해

성취욕 높고 성격 급한 골퍼
심한 스트레스로 질환에 취약

경쟁보다 협력 중시하는 골퍼
최후의 승자 될 가능성 높아

지은희가 지난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뱅크오브호프LPGA매치플레이 결승에서 후루에 아야카(일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6승째로 2019년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지은희는 이번 우승으로 LPGA투어 한국인 최고령 우승기록(36세 17일)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2020년 ISPS한다빅오픈에서 우승한 박희영의 32세 8개월 16일이었다.

지은희는 현재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거둔 6승 가운데 4승이 30세 이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20대 후반이면 은퇴가 다반사인 한국 골프계에서 지은희의 존재와 활약은 분명 이례적이다. 지은희는 2009년 세계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일약 세계적인 골퍼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8년 넘게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지독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지은희는 2017년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스커츠타이완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기적처럼 부활했고, 이후 3승을 더 올렸다.

지은희처럼 오랜 기간 부진에 빠지다 보면 대개는 중도에 포기하고 일찌감치 은퇴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장기간에 걸친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슬럼프 대처에 취약하다. 지은희가 지치지 않고 잘 버티며 오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은 평소 골프 외에도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고 가족, 친구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갖는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은희는 아버지가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이라 어릴 적부터 수상스키를 탔다. 또 매년 시즌이 끝나면 스키를 즐기는데 초보자 강습 자격증을 딸 만큼 실력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지은희가 LPGA 최고령 골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데에는 타고난 기질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인 마이어 프리드먼과 로이 로젠먼이 3154명의 직장인을 8년 반 동안 추적 연구한 결과, 심장병에 잘 걸리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행동 양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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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늘 시간에 쫓기듯 행동하고, 성마르고 조급하다. 자신의 말은 빠르게 하지만 남의 얘기를 다 들어줄 여유를 갖지 못하고 중간에 끼어든다. 또 성취 욕구가 매우 높아 지나치게 경쟁적이다. 긴장을 풀고 편히 쉬는 날이 거의 없으며, 동시에 여러 일을 한다. 두 사람은 이러한 사람에게 A형 행동유형이라 이름 붙였다. A형과 정반대 편에는 B형 행동유형도 있다. 이들은 평소 느긋하고 수동적이며 주변 여건에 잘 순응한다. 흑백논리에 갇혀 있지 않고,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한다. 매사에 긍정적이어서 설령 기대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다.

부지런하며 일 중독자인 A형 행동유형은 사회적으로 일찍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동기보다 빨리 승진한 대기업 임원이나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들은 대부분 A형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성기는 길지 않다. 엄청난 스트레스로 각종 정신적, 신체적 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과도한 승부욕으로 부상이 잦다. B형과 비교해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병에 걸릴 확률도 2배 이상 높다.

지은희는 매사에 서두르지 않고 낙천적이다. 경쟁적이지 않아 동료 선수들과도 잘 지낸다. 말도 느릿느릿하고 걸음도 천천히 걷는 등 전형적인 B형 행동유형의 특징을 보인다. 회사에서나 스포츠에서나 일찍 뜨는 스타는 항상 A형이지만, 최후의 승자는 언제나 B형 차지다.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9가지 중 5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A형이다. ①기한을 넘기지 않으려고 매우 열심히 일한다 ②항상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든다 ③말과 행동이 빠르다 ④공격적이고 차갑다 ⑤예민하고 짜증을 잘 낸다 ⑥빠르게 걷거나 급하게 식사를 한다 ⑦자주 벌컥 하는 편이다 ⑧성취욕과 인정욕구가 강하다 ⑨매우 경쟁적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