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의 시론>윤석열의 적(敵)은 윤석열이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7-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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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취임 두 달 지지층조차 등 돌려
국정 실패 아닌 인사·소통 실패
윤핵관 꼴불견 행태도 결정타

‘큰 정치’ 배워야 검사 한계 극복
여야 원로 老馬之智 경청하고
직접 나서 반대세력 설득해야


원래 여론은 변덕스럽다. 최근엔 여론조사 신뢰성도 추락했다. 그래도 여론조사는 민심을 읽는 편리하고 중요한 척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취임 2개월 만에 30%대로 떨어졌다는 조사가 이어진다. 더 주목되는 것은 40%를 오르내리는 여당 지지도보다 낮게 나오는 조사 결과다. 물론 여론조사는 국정 목적지가 아닌 당면한 민심 지형을 보여주기 때문에 일희일비하거나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다. 여론 풍향을 거슬러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유념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낮다는 것은, 보수 성향 국민 사이에서 실망이 커졌다는 의미다. 보수 지지층은 지난 5년 동안 무너진 법치의 회복, 단호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조치를 기대했는데, 영 미덥지 않다며 등을 돌린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출근길 문답 정도가 눈에 띄지만 ‘윤핵관’ 꼴불견 행태와 김건희 여사 구설(口舌)이 상쇄하고 말았다. 그래도 윤 대통령에겐 불행 중 다행이다. 국정 실패가 아니라 지지층 불만 탓이어서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기 고생은 약이 될 수도 있다. 세계 정치사를 보더라도 집권 초 어려움을 겪은 위대한 지도자가 많다. 마거릿 대처는 노동·재정개혁을 추진하다가 지지율이 18%까지 떨어졌다. 포클랜드 전쟁이 없었다면 내각제여서 바로 쫓겨났을지 모른다. 로널드 레이건 역시 감세와 재정 긴축, 스타워즈 등을 밀어붙이면서 여당은 물론 자신의 딸까지 반대하는 저항에 봉착했다. 그럼에도 영국병·미국병 치유를 위해선 ‘이 길밖에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며 물러서지 않았다. 레이건은 생전에 수도 워싱턴에 자신의 이름을 딴 공항이 만들어지고, 대처 역시 생전에 자신의 동상이 영국 의사당에 세워지는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억울할 것이다. 최근 경제 위기는 자신의 잘못 탓이 아니라, 글로벌 요인에다 문재인 정부 실정이 겹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 정권이 저지른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재정 탕진, 세금 일자리, 부동산 가격 폭등, 지역·세대 분열, 현금 살포 등의 뒷감당을 하기에도 급급하다. 국민도 안다. 여기에 답이 있다. 지지율 폭락은 전기료나 식품값이 오른 데 대한 불만이 아니다. 야당의 도전이나 언론의 비판도 아직은 위협적이지 않다. 오롯이 인사 및 소통 문제 탓이다. 지금 윤석열의 적(敵)은 윤석열이다.

문제의 뿌리가 윤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만 인정하면 금방 바로잡을 수 있다. 당장 경청과 소통의 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그래서 국정 지지율을 올려야 연금·공공·노동·교육·금융 등 5대 부문 구조개혁도 시작할 수 있다. 하나만 이뤄내도 성공한 대통령 반열에 오를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개혁에 대한 반발은 즉각적이지만, 효과는 퇴임 이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치밀한 실행 전략과 국민 설득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조차 국민을 더 잘 설득할 ‘단어 한 개’라도 더 찾기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겸허한 자세로 ‘큰 정치’를 배워야 한다. 검찰총장과 대통령 업무의 특성은 복싱과 축구만큼 다르다. 아무리 탁월한 복싱 챔피언이라도 1년 만에 손흥민 같은 기량을 익히고 발휘할 순 없다. 다행히 2년 가까이 큰 선거가 없다. 야당도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로 볼 때 내부 분란에 에너지를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 여의도 정치에 몸담지 않았기에 정파를 초월한 대도무문(大道無門) 정치를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계 원로들에게 ‘과외’를 받는 것이다. 사진찍기용으로 우르르 불러모으지 말고, 여야를 초월해 수시로 몇 사람씩 초청해 막걸리 한 잔 대접하면서 지혜를 배우고 빌리면 된다. 정치적 야심과 무관한 원로들에겐 국가를 위한 충정과 노마지지(老馬之智)가 있다. 험난한 시기를 거치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만큼 내공도 요즘 정치인보다 강하다. 자리를 탐하지도 않는다. 수업료 없이 배울 수 있고, 그 자체로 긍정적 메시지를 던진다. 야권 인사를 많이 만나는 게 더 좋다. 민노총과도 대화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 생각이 달라도, 야당이 한사코 물고 늘어져도 경청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국가 지도자의 숙명이고, 성공한 지도자의 길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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