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희 기자의 주말엔 정주행>이번 주말, 단편영화 8편 정주행 어떠세요?

이번 주말, 뭘 해야할지 모르시겠다고요?
문화일보 박세희 기자의 ‘사심’ 가득 담은 이번 주 정주행 추천작은 티빙 오리지널 예능 ‘전체관람가+:숏버스터’입니다.
지난 2017년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방송됐던 ‘전체관람가’의 시즌2 프로그램인데요, 총 10명의 영화감독들이 8편의 단편영화를 선보입니다.
단편영화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기와 촬영 당시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MC인 윤종신, 문소리, 노홍철씨가 감독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죠.
감독과 배우 라인업이 화려합니다. 곽경택 감독, 김곡·김선 감독, 윤성호 감독, 홍석재 감독, 김초희 감독, 류덕환 감독, 조현철·이태안 감독, 주동민 감독이 참여했고 배우로는 조병규, 진서연, 이주원, 이주승, 이시훈, 정수지, 공민정, 임선우, 고경표, 강말금, 이석형, 천우희, 조현철, 신은경, 엄기준, 이지아, 김소연, 봉태규, 윤종훈, 윤주희 등이 출연했습니다.
주제는 ‘평행세계’. 감독들은 저마다의 시선으로 ‘평행세계’에 관한 단편들을 선보입니다. 사실 모든 회차가 지난달 공개됐는데요,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아깝게 묻히는 것 같아 다시 꺼내봅니다.
8편의 영화들을 쭉 이어보시길 추천하지만 이 두 편만은 꼭!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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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재 감독의 ‘평행관측은 6살부터’
이번 시리즈의 주제로 ‘전체관람가+:숏버스터’를 선택한 이유가 된 작품입니다. 35분 정도 길이의 이 영화를 보고 전 주책맞게 눈물까지 흘렸답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든 엄마들에게 이 영화를 강력추천합니다. 아빠들에게도요.
영화의 배경은 평행세계 간 교신이 상용화된 사회입니다. 이쪽 차원의 내가 무수히 많은 다른 차원의 ‘나’와 교신을 할 수 있게 된 사회죠. 다큐멘터리 감독이었지만 현재는 6살난 아들 ‘동훈’이를 키우며 지내는 ‘경신’은 어느 날, 다른 차원의 ‘경신’으로부터 교신 신청을 받습니다. 교신을 하던 경신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죠. ‘특별한’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인데요.
우리 엄마들은 ‘내 아이가 잘 하는 게 뭘까?’ 매일 고민합니다. 무용일까? 운동일까? 외국어에 소질이 있나? 하지만 아이는 한 명. 시간은 한정돼있죠. 무용을 시켜보다 소질이 없는 것 같으면 마치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기분도 들죠. 감독의 상상력은 여기서 발휘됐어요. 동훈이에게도 무수히 많은 차원의 ‘동훈이들’이 있겠죠? 불법 교신을 알선하는 특별한 유치원에서 ‘경신’이들은 화상 회의를 하며 무수히 많은 동훈이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시켜봅니다. 이쪽 차원의 동훈이는 피아노를, 저쪽 차원의 동훈은 축구를. 그렇게 동훈이의 소질을 찾아보는 거죠. 효율적이죠.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경신은 필사적으로 다른 차원의 경신이들과 교신을 시도합니다.
그러다 ‘동훈이가 없는 버전’의 경신과 마주합니다. 그 평행세계 속 경신은 결혼하지 않았고, 동훈이를 낳지도 않았습니다. 그쪽 차원의 경신은 이쪽 차원의 경신에게 “어떻게 지내?”라고 묻습니다. 밤마다 남편, 아들과 부르마블을 한다면서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쪽’ 경신에게 ‘그쪽’ 경신은 “좋다”라고 말합니다.
“좋아?”
“응, 좋아.”
‘경신’을 연기한 공민정 배우의 연기력은 물론, ‘평행세계’를 주제로 이처럼 깊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홍석재 감독이 놀랍습니다. 저처럼 문소리 씨도 영화를 보며 많이 울었더라구요. “홍 감독님은 와이프를 정말 사랑하는군요”라는 말과 함께. 실제로 홍 감독의 부인도 다큐멘터리 감독이라고 합니다.
화려한 기교도, 스펙터클한 묘사도 없습니다. 주제는 평행세계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향하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위로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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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이태안 감독의 ‘부스럭’
조현철 씨는 아무래도 천재인 것 같습니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과 드라마 D.P.로 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입증한 그는 사실 영화계에선 천재 감독으로 유명했는데요. 그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이 ‘부스럭’입니다.
친구 ‘현철’(조현철 분)과 ‘미진’(김용지 분)이 헤어진 후, ‘세영’(천우희 분)은 왜 자신의 절친인 미진에게 현철이 이별을 고했는지 그 이유를 직접 들어보겠다며 현철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현철은 자신에게 고백을 하고, 다시 미진에게 돌아와보니 미진과 현철은 이별한 적이 없었다는 듯 사이가 좋습니다. 이게 무슨 대혼란인가요. 여기에 더해 화면 속에는 카메라를 든 카메라맨도 얼핏 보이고 현철은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살짝 미소 짓습니다.
최대한 논리적으로 줄거리를 적어보려 애쓰지만 어지럽네요. 영화를 보는 25분 동안 내내 ‘뭐야’, ‘뭐야 이거’만 연발하게 됩니다. 무대는 평범한 아파트고 등장하는 주요한 소재인 휴대폰도 매우 일상적인데 이 영화 속 휴대폰은 뭔가 소름끼칩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해 손은 축축해지고 머리는 어지러워집니다. 다 끝나고 난 후 ‘이게 뭐지’ 싶은데 이렇게 관객을 들었다놨다 한다는 점에서 ‘와, 감독들이 정말 천재다’ 싶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갑자기 어제의 그 사람과 오늘 보는 모습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이태안 감독은 말했는데요.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천우희 배우의 연기력은 역시나 훌륭합니다.

*이 밖에 김초희 감독의 ‘우라까이 하루키’, 주동민 감독의 ‘It’s Alright‘, 류덕환 감독의 ’불침번‘, 김곡·김선 감독의 ’지뢰‘, 곽경택 감독의 ’스쿨 카스트‘, 윤성호 감독의 ’미지의 세계 시즌투에피원‘도 훌륭합니다. 정주행하셔도 좋고 취향에 따라 골라보셔도 좋습니다.

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