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니아 모여라”… 뜨는 플랫폼엔 ‘커뮤니티’가 있다

■ ICT - ‘취향 공동체’ 콘텐츠에 주목하는 IT업계

당근마켓, 공통관심사‘남의집’
가입자 2개월 만에 3배 늘어

카카오, 메타버스 청사진 공개
연말 ‘진화된 오픈채팅’ 구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단 사람들을 모아라. 그러면 무한한 기회가 열릴 것이다.” 플랫폼의 시대가 열리면서 격언으로 자리 잡은 말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으로 올라선 이들이 성공해왔던 공식이자 수많은 2세대 IT 벤처 창업자들이 도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검색과 게임, 메신저 등 이용자를 모으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결국 본질은 사람과 사람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사회망으로서의 가상공간을 만든 것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결국 플랫폼을 통해 저 너머에 있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꿰뚫어본 서비스가 살아남은 셈이다.

18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카카오판 메타버스인 ‘카카오 유니버스’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미 아는 사람 사이의 소통을 바탕으로 하던 메신저 카카오톡의 한계에서 벗어나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카카오는 연말까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유저들이 같이 모여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진화된 오픈채팅에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카카오톡 대수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게임과 검색, 메신저를 내세워 이용자를 플랫폼에 불러 모아 성공했었던 창업주의 방식을 카카오가 ‘커뮤니티’라는 콘텐츠를 통해 다시 한 번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 ‘카카오 프렌즈’

이처럼 IT 업계는 커뮤니티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커뮤니티 서비스에 방문하는 이용자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소통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플랫폼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다른 콘텐츠에 비해 이용자들이 더 오래 체류하고 재방문 비율도 상당한 편이다. 서비스를 통해 느끼는 하나된 소속감과 유대감도 결국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된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일상화하면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모임과 소통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당근마켓 캐릭터 ‘당근’

중고거래라는 서비스에 ‘지역 기반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해 기업가치 3조 원, 월간 이용자 1800만 명, 누적 가입자 수 3000만 명을 넘어선 당근마켓 역시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단번에 불러모으는 데 성공한 사례다. 동네 이웃 간의 직거래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 중고거래의 틀을 깬 당근마켓은 아예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물론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 이웃들과 편리하게 중고거래를 할 수 있고 여전히 많은 이용자가 중고거래를 목적으로 당근마켓에 접속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하려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중고거래를 넘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지역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는 것을 처음부터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목표로 삼았고, 그에 맞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당근마켓이 최근 가장 주목하는 사업 역시 커뮤니티 서비스다. 당근마켓은 관심사 기반의 오프라인 모임 커뮤니티 ‘남의집’ 서비스를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장, 오픈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당근마켓이 지난해 직접 투자에 참여한 남의집 서비스는 지난 4월부터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 시범 운영되어 왔는데 이용자들의 호응이 뜨거워 두 달 만에 서비스 지역을 대폭 늘렸다. 올해 4월부터는 서울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당근마켓에서 서비스 연동을 시작했다. 서비스 연동을 시작한 후 남의집 가입자 수는 2개월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남의집은 와인, 베이킹, 글쓰기, 다도 등 다양한 취향을 연결하는 모임을 만들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예를 들어 호스트가 ‘동네에서 즐기는 홈스토랑’이라는 제목의 홈 파티 모집 글을 올리면 주변 지역의 당근마켓 이용자들에게 모집 내용이 노출된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일정 금액을 내고 호스트가 준비한 동네 홈 파티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동네에 있는 ‘퇴사자’들끼리 모여 칵테일을 마시거나 위스키에 대해 서로 배울 수도 있다. 남의집 역시 당근마켓의 중고거래 중개 서비스처럼 이용자의 동네를 기준으로 인근에서 열리는 모임만 노출된다. 당근마켓은 지난 4월 동네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같이해요’ 서비스 역시 새롭게 단장해 선보였다.

동네 이웃과 다양한 활동을 같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혼자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함께하거나 다양한 활동으로 경험을 나눌 수 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같이해요’ 서비스의 지난 6월 평균 참여 게시글 수는 서비스 오픈 첫 주(4월 24~30일) 대비 50%가량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당장에 자체적으로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는 어렵지만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플랫폼에 대한 애착 등 장기적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크게 높여주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