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의 비밀병기는 아내 ‘유코’…남편 지역구 히로시마서 사실상 의원 역할

■ 베스트 리더십

바이든 방일때 직접 말차 대접
유창한 영어…외교행사서 활약

“지역구 히로시마(廣島)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보다 아내 유코(裕子·사진 왼쪽) 여사의 인기가 더 좋아 여사가 유세를 하면 팬이 몰린다.”

기시다 일본 총리 ‘경청의 리더십’의 비밀 병기인 아내 유코 여사에 대한 일본 언론의 평이다. 유코 여사는 현재 총리인 남편을 대신해 남편 지역구 히로시마의 행사에 참여하고 민생 청취에 나서는 등 사실상 의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시다 부부와 가까운 지인들은 “부부가 똑같이 언행이 부드럽고 온화하다”고 평하며 기시다의 ‘경청의 리더십’을 그가 꼭 빼닮았다고 말한다. 유코 여사는 남편 지역구 히로시마에 기반을 둔 부동산 기업 집안 출신으로 지역 명문인 히로시마 여학원 중·고교를 거쳐 도쿄(東京)여대를 졸업했다.

유코 여사는 1993년 중의원에 당선돼 도쿄에서 의정 활동을 하는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내며 히로시마에서 홀로 세 아들을 키우고 지역 주요 행사에 참여해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때는 ‘자민당의 얼굴’로서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남편을 대신해 장성한 아들들을 이끌고 미야자키(宮崎) 등 다른 지역 자민당 후보 지원 단독 유세까지 다녔다. 기시다 총리의 장남 쇼타로(翔太郞)는 부친 비서로 정계에 입문, 현재 후계 수업 중이다.

특히 유코 여사는 지난 5월 23일 방일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말차(抹茶)를 만들어 대접하며 퍼스트레이디로서 국제외교무대에 데뷔해 주목을 받았다. 옥색 기모노를 입은 총리의 아내가 직접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내 바이든 대통령에게 허리를 굽혀 대접하며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환대)’ 외교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이 나왔다. 또 유코 여사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국제파로도 알려져 있다. 기시다 총리가 외무상이던 지난 2016년 4월에는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담에서 유창한 영어로 각국 외교 장관 부인들을 평화기념공원으로 안내하고 다과회를 열기도 했다. 내년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릴 예정인 G7 정상회의에서도 유사한 행사를 주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코 여사의 최대 장점은 기시다 총리가 힘들고 어려운 순간 늘 묵묵히 곁을 지켜왔다는 점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20년 출마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에게 패한 뒤 집안에서 말수가 크게 줄었는데, 유코 여사가 상심한 남편을 북돋고 총재 선거에 재도전하도록 다독였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기시다 총리가 당선된 자민당 총재 선거 전날에도 유코 여사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주며 응원했다. 일각에선 “유코 여사가 기시다 총리를 뒤에서 잘 챙기고 있기에 총리가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