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빚 탕감’ 도덕적 해이 최소화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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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7-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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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으나, 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예상 밖으로 높고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인 데다, 미국도 계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1년 전에 비해 6.0% 오른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외환위기 때이던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무려 23년11개월 만이다. 미국도 지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년 전보다 9.1% 올랐는데 41년 만에 최대다. 당연히 미국은 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좀처럼 진정될 것 같지 않은 물가 상승 압력에 경기침체를 감수하면서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금리 상승에 따른 민간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25조 원+α’에 이르는 민생안정금융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주요 특징을 보면,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정책에 의한 부담을 공유한다. 그리고 금리 부담 완화와 부채 상환기간 조정에 특정 계층에 대한 ‘빚 탕감’ 대책이 추가됐다.

금융 당국은 이 정책이 신용불량자나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을 사전 방지하는 선제적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정부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앞으로 직면하게 될 다양한 금융 위험을 예방하려는 데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세부 정책을 보면 정부의 경제철학에 대한 의문과 ‘도덕적 해이’ 및 ‘형평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먼저 ‘새출발기금’에서 볼 수 있듯이, 9월 말까지 만기 연장·상환유예가 만료되더라도 대상 채무의 90∼95%를 연장해 주는 ‘주거래 금융기관 책임관리’나 대상이 아닌 차주에 대한 대출을 민간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연장토록 하고 있다. 전형적인 관치금융을 행하는 나라에서 민간 금융 자율로 둔다는 발표는 실질적인 강요다. ‘민간 주도’와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철학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논란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문제다. 대표적인 게 폐업·부도 등으로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운 자영업자의 원금 탕감 정책이다. 그리고 청년층의 주식이나 코인에 대한 투자 실패 등에 의한 부채 부담 즉, ‘빚투족’에 대한 원금 상환유예와 이자 감면 지원이다. 필요한 자금을 차입하지 않으려고 고통을 감내하거나 꼬박꼬박 빚을 갚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투자 여력조차 없는 청년층의 입장에서 보자. 형평성에 어긋나고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현 정부의 통치철학과도 모순이라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의 대책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정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은 이유에 상관없이 절대적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이다. 영세자영업자,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실업자일 수 있다. 청년층일 수도 있는데, 이들은 코인이나 주식 투자의 여력은 더더욱 없다. 이들은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낼 시간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다른 복잡한 조건보다 단순히 절대적 빈곤층을 우선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사회안전망 대책을 강화해야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문제라는 불필요한 우려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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