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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2년 07월 22일(金)
“건축-디자인 협업에 도시의 미래 달려… 건물마다 얼굴 달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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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인터뷰 -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건축과 디자인의 협업을 추진 중인 김종훈(오른쪽) 한미글로벌 회장과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뒷배경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훈 회장의 지인인 박찬원 씨의 작품 ‘돼지가 우리를 본다’. 밤하늘을 보고 있는 어린 돼지들과 돼지꿈의 소망을 담았다. 김선규 기자


“그라운드 제로·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등
건축은 역사 기록하고 현재 창조
용산으로 간 대통령 청사도
품격 갖춘 집무실로 새로 지어야”

“건축과 디자인의 융합은
천편일률 서울 재탄생 계기될 것
생활·공간·문화 고려 ‘빅디자인’
주택 공급 정책에도 반영해야”


인터뷰 = 이민종 산업부장

시대를 앞선 거장(巨匠)들의 혜안(慧眼)을 접하면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작은 지면에 담기에는 옹색하다고 할까. 국내 최초로 건설사업관리(PM)를 도입한 손꼽히는 건축전문가이자 건설인인 김종훈(74) 한미글로벌 회장, 기발한 상상력으로 디자인 분야에 큰 획을 그은 ‘현대디자인 1세대’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디자이너인 김영세(73) 이노디자인 회장을 지난 14일 한자리에서 만난 후 밀려온 소회다. 두 사람은 반세기 넘게 관련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더한 명쾌한 제언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건축은 시대의 거울입니다. 건축과 디자인의 협업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이게 도시와 저희 후대, 국민을 위하는 길이죠.”(김종훈 회장), “건축과 디자인의 융합은 곧 천편일률적인 서울의 건물들이 다양한 얼굴을 갖는, 세계적인 도시의 모습을 찾아가는 계기가 될 겁니다. 그를 위해 김종훈 회장과 저 김영세가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김영세 회장)

두 김 회장을 만난 것은 도시 경쟁력의 관건이자 화두로 떠오른 디자인과의 융합, 디자인과 건설, 도시 공간, 도시 경쟁력은 어떻게 갖춰져야 하는지 고언을 듣고 싶어서였다. 인터뷰는 최근 ‘김종훈 회장의 세계 현대건축 여행’(클라우드나인 펴냄)이란 노작(勞作)을 집필, 또 한 번 주목을 받은 김종훈 회장의 서울 테헤란로 한미글로벌 본사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좁은 집무실은 사방이 인문, 건축, 건설 관련 책으로 빼곡했다. 두 사람은 책상 위에 여러 장의 건축 디자인 도면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최근 컬래버, 소통의 깊이를 엿보게 했다.

―400쪽의 ‘세계 현대건축 여행’이 화제다. 세계 14개 도시의 16개 현대건축물을 담았던데 ‘건축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하더라.

△김종훈 = “출장, 여행 등으로 100여개국을 다녔다. 갈 때마다 우리나라 도시 경쟁력이 디자인 측면에서 너무 떨어진다는 사실을 절감하곤 했다. 관광객들이 롯데월드타워는 워낙 초고층 매머드빌딩이니 가보겠지만 그 외 의미 있는 건물이 몇 개나 있나. 우리보다 앞서간 여러 나라 도시의 디자인 경쟁력을 통해 좋은 건축이 도시를 더 좋게 만들고 사람이 행복한 도시로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9년 동안 준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펴냈다.”

△김영세 = “(책을 받곤)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유익하다. 술술 읽힌다.”

―제일 인상 깊은 건축물은.

△김종훈 =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과 마이클 아라드, 피터 워커의 작품인 ‘9·11 그라운드 제로’다. 두 작품 모두 초보 건축가가 지어 세계적인 건축가 반열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품은 건축이 역사를 기록하고 현재를 창조한다는 점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디자인은 도시 경쟁력에 어떤 역할을 하나.

△김종훈 = “건축설계, 건축시공, 프로젝트매니지먼트 등을 모두 해봤는데 우리나라 도시는 디자인 측면에서 너무 열악하다. 전국을 획일적이고 차별성이 없는 아파트로 도배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의 경쟁력을 완전히 바꾼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게 ‘빌바오 효과’를 낳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철강산업의 쇠락으로 망해가던 도시가 미술관이 들어선 후 관광객이 몰리고, 호텔, 컨벤션센터 등이 생기면서 부흥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2020년 펴낸 ‘프리콘’에서도 소개했지만, 영국은 찰스 황세자 주도로 디자인 개선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예컨대 병원을 우수한 디자인으로 지었더니 환자 회복률이 27% 올라가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디자인 파워라는 건 대단한 거다.”

△김영세 = “건축과 디자인을 협업화하는 붐이 일어나면 도시의 건물은 다양해지고 경쟁력은 상승한다. 코로나19 이후 2년여 만에 미국에서 귀국해 우리나라를 보니 첨단기술, 문화예술, 경제 변화 등의 측면에서 제2의 태동기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변화가 감지됐다. 그런데 아쉬운 건 왜 서울은 그대로이냐는 점이다. 김종훈 회장과 장시간 얘기를 나눴는데 건축과 산업디자인이 물과 기름처럼 별개로, 유리된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 둘을 결합해 서울의 건물이 다양한 얼굴을 갖춰 세계적 도시의 모습을 찾도록 해야 한다.”

―민선 8기 서울시도 서울을 글로벌 톱5 도시로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디자인정책관’을 신설해 시정 전반에 디자인 관점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던데.

△김종훈 =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이번에 낸 책을 드렸다. ‘디자인 서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열심히 읽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전략을 잘 세워야겠지만 예컨대 낙후지역을 선정해서 디자인 측면에서 저나, 김영세 회장에게 면모를 일신해 달라고 한다면 디자인 요소를 차별화해 외국인들이 오면 반드시 가야 하는 명소로 탈바꿈시킬 자신이 있다.”

△김영세 = “우리나라가 창의적인 두뇌, 첨단과학 분야의 경쟁력이 있는데 이젠 한발 더 나아가 가치를 업그레이드할 때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측면에서 부가가치를 올릴 건축물과 공간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열심히 제조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다른 걸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온 거다. 차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건축경영의 리더인 김종훈 회장과 저 같은 사람이 시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우리가 도약하려면 시대 인식이 ‘빅디자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빅디자인에는 건축은 물론, 스마트폰, 세탁기, 냉장고, 가구 등 모든 게 포함된다. 디자인에 생활, 공간, 문화란 3개 키워드를 살리는 것이다.”(두 사람은 3년 전 한국능률협회 주최로 진행된 전문경영인 조찬강연 후 ‘의기투합’했다. 당시 빅디자인을 설파한 김영세 회장의 강연을 들은 김종훈 회장이 강연 후 꼭 만나자고 한 후 아파트 건축물 디자인 설계를 제안하면서부터다. 이후 짧은 기간 송파역마에스트로, 문정동 청년주택이 김영세 회장의 손을 거쳐 빛을 보게 됐다.)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관건은.

△김종훈 =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다. 발주자가 명석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는 디자이너 마리오 보타를 섭외해 강남 교보타워를 만들었다. 오래 봐도 외관이 질리지 않는 강남의 명소 아닌가. 고집스러울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갖고 건축을 시작했느냐는 것이다. 이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주창한 ‘디자인 경영’과도 맥이 통한다고 본다. 미술관, 음악 홀, 공공청사 등 공공건축물도 디자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김영세 = “전적으로 맞는 말씀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를 걷다가 한 건물을 몇 년 만에 봤다. 초창기 명성과 달리 벌써 시들해 보였다. 독특함, 부가가치 부여 노력 없이 이렇게 지어 놓으면 곧 말라버리는 거다. 민간 섹터에서 앞으로 이를 눈여겨보고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건물을 창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건축물에도 누가 디자인했는지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김종훈 회장은 이어 김영세 회장의 작품인 송파역마에스트로에 디자이너 이름과 내역을 담은 동판을 넣겠다고 한 후 공공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거론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 청사로 쓰고 있는 국방부 건물은 너무 군사적인 느낌이 강해서 새로 지어야 한다”며 “다음 대통령을 위해 너무 호화롭지 않으면서도 천박하지 않게, 좋은 입지를 골라 품격을 갖춘 집무실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과 부동산은 불가분의 관계다. 부동산 정책과 주택 공급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김종훈 = “무조건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 주택은 사람의 행복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지금 1~2인 가구 비중이 65%에 달한다. 인구 및 가구 변화에 맞춰 소형주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청년주택도 고시촌 쪽방식으로 양산해서는 안 된다. 공간과 함께 디자인의 질을 높여야 한다. 시니어 주택 건설에도 너무 무관심하다. 앞으로 도심에 50세대, 100세대 규모로 시니어주택을 지어 정주 여건을 높여줘야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자기가 살던 연고지에서 살고 싶어 한다.”

△김영세=“송파역마에스트로 아파트 두 개 층을 터서 앞의 공원을 조망할 수 있게 테라스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냈더니 모두 반대했다. 이렇게 하면 아파트 4가구를 없애는 셈이다. 정작 입주자를 모집했더니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에는 모두 ‘이렇게 진행하자’고 하더라. 우리가 추구하는 건축과 디자인의 컬래버 문화가 확산하면 앞으로 공공부문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제 시작이다.”
e-mail 이민종 기자 / 산업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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