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우영우 따라하기, 희화화일까? 패러디일까?

  • 문화일보
  • 입력 2022-07-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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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한 장면

요즘 어딜 가도 이 드라마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케이블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제 반환점을 돈 이 드라마의 전국 시청률은 13.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웬만한 지상파, 종편 드라마는 경쟁 상대조차 되지 못하죠. 오죽하면 대중들이 포털사이트에서 ENA채널의 번호를 검색해서 챙겨볼까요?

하지만 이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조금씩 잡음도 들려오는데요. 작품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이를 둘러싸고 예상치 못한 쟁점이 곁가지처럼 돋아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몇몇 유튜브 채널은 이 드라마 속 캐릭터를 흉내 낸 영상을 올렸다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눈을 과하게 동그랗게 뜬다’ ‘안 쓰던 헤드셋을 쓰고 다닌다’ ‘갑자기 고래가 좋아졌다’ ‘김밥을 세로로 먹는다’ 등 우영우의 특징을 나열하고 이를 따라하거나, 우영우의 말투를 흉내내며 남편에게 식사를 권하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들의 목소리 및 행동 모사가 장애인 희화화, 더 나아가 조롱이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었죠.

이에 각 채널 관계자들은 해명을 내놓으면서 다소 억울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요. 즐겨보는 드라마 속 캐릭터를 따라했을 뿐, 희화하거나 비하할 생각은 없었다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데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괜찮은데, 이 캐릭터를 흉내내는 것은 문제가 된다?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배우 신현준이 출연했던 영화 ‘맨발의 기봉이’(2006)는 지적 장애를 앓는 마라토너 엄기봉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는데요. 이 ‘코미디’ 영화에서 신현준은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동안 ‘장군의 아들’의 하야시,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 등 선굵은 이미지로 각인됐던 신현준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됐죠.

이후 2018년 신현준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당시 진행자들은 그에게 기봉이식 인사를 부탁했고, 신현준은 스스럼없이 ‘맨발의 기봉이’를 연기하던 때의 모습으로 인사를 전했죠.

이후 이 장면이 장애인을 희화했다는 반대 여론이 형성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방송사를 상대로 ‘주의’를 의결했죠. 당시 위원회 측은 “방송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표현과 행동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각각의 행위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맨발의 기봉이’는 코미디라는 장르로 분류되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기봉이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같은 맥락입니다. 남다른 기억력을 가진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딛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또 주변이들도 편견을 벗고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똑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며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일구죠.

하지만 예능에서 ‘기봉이처럼 인사를 해달라’는 주문에는, 일부 네티즌이 우영우 캐릭터를 흉내내는 영상에서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겠다는 의도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기봉이를 연기하는 신현준을 통해 한 번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속 캐릭터를 통해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리겠다는 계산이 엿보이죠. 대중이 불편해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물론 비판의 도마에 오른 이들이 모두 그런 의도를 가졌다고 단정지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불순한 의도 여부를 떠나 우영우를 따라하는 것이 자유이듯, 그들의 행위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이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자유입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사회적 약자이자 비주류로 분류되는 장애인에 대한 담론이 형성됐다는 것 자체는 바람직합니다.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던 이들도, 최근 이 드라마를 둘러싼 여러 논란 속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볼 기회를 접하게 되니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첫 회에서 우영우의 상사인 정명석(강기영 분) 변호사는 형사 사건을 형법에만 치우쳐 생각하지 않고, 민법까지 생각해 숨겨진 쟁점을 찾아낸 우영우를 칭찬하면서 “내 생각이 짧았네.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야”라고 말하죠. 그리고 이내 다시금 “보통 사람이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며 사과하는데요. 다른 변호사를 ‘보통’이라 칭하며 은연 중에 자폐를 가진 우영우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스스로의 잘못일 인정하고 바로잡은 거죠.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가진 전체 정서를 관통합니다. 부지불식간 드러나는 장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하는 힘이야 말로 이 드라마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진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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