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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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곱, 곱창, 곱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글을 아는 이들이라면 세 단어에 모두 ‘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글자만 같은 것이 아니라 뜻도 한가지다. 눈곱은 눈의 윤활 작용을 돕는 기름이 엉겨 붙은 것이고, 곱창은 지방이 듬뿍 붙어 있는 작은창자이다. 그리고 곱돌은 많은 이들이 비빔밥을 담는 그 돌을 떠올리지만 본래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매끈한 흰색 돌을 가리킨다.

‘곱’이 기름을 뜻하는 것을 알고 나면 독특한 먹거리인 곱창에 대한 의문이 조금 풀린다. 곱은 지방과 소화액이 소의 작은창자에 응고돼 붙어 있는 것이니 소화가 덜 된 소의 먹이와는 구별된다. 주로 구이용으로 쓰이는 대창의 안쪽에 가득 차 있는 것도 곱이다. 본래 창자의 바깥쪽에 달라붙어 있는 지방인데 창자를 뒤집어서 내어놓으니 지방이 창자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흰 지방 또한 곱이니 대창도 곱이 잔뜩 붙은 창자이기는 하다.

곱창, 대창 등이 흔한 먹거리여서 익숙한 이름이지만 단어의 역사나 구성법으로 보면 매우 특이하다. 창자는 한자로 굳이 쓴다면 ‘腸子’인데 우리 한자음대로 읽으면 ‘장자’가 맞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단어를 중국어 발음 ‘창즈(chang·zi)’로 받아들여 ‘창자’로 발음하고 있다. 대창도 한자로는 ‘大腸’이니 ‘대장’으로 발음해야 하지만 그리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고유어 ‘곱’이나 ‘막’까지 붙여 곱창과 막창으로 쓰고 있으니 한국어와 중국어가 뒤섞인 말이다.

곱창을 비롯한 가축의 소화기관까지 굳이 먹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알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면 나쁘게 볼 이유도 없다. 그런데 소화기관의 일부이니 손질을 잘 하지 않으면 위생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곱은 기름, 곧 동물성 지방이니 많이 섭취하는 것은 권장할 것이 못 된다. 가끔씩 색다른 맛으로 즐긴다면 모를까.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