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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게재 일자 : 2022년 07월 30일(土)
세계 14번째 잠수함 여군 개방…“잠수함 性군기 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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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세계 14번째 잠수함 여군 개방…“잠수함 性군기 엄격”
해군 2024년 3000t급 잠수함에 여군 탑승 결정
내년 3명 선발해 2024년 배치…첫 잠수함 장보고 취역 후 31년만
111년 만에 여군에 잠수함 개방 미 해군도 性 군기 문제 등 대책 수립


잠수함에 근무하는 미 해군 여성 장교 졸업식 장면. AP 연합뉴스


해군 잠수함에도 금녀(禁女)의 벽이 허물어졌다. 육·해·공군을 통틀어 한국군 병과 중 마지막 ‘금녀 영역’으로 남아있던 잠수함 승조원의 문이 여군에게 개방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외부와 접촉이 차단되고 식수조차 아껴야 하는 등 극도의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좁은 잠수함의 특성상 여군이 남군과 함께 근무하는 것은 어려운 일로 여겨졌으나 3000t급 이상 중형 잠수함과 1만t이 넘는 핵추진 잠수함 등 초대형 잠수함이 생겨나면서 여군이 함께 사용할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 여군 잠수함 승조원은 대세가 되고 있다. 1985년 첫 여군 승조원을 운용한 노르웨이는 1995년 첫 여군 잠수함 지휘관을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여군이 군내에서 남군과 동등한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여자 의용군교육대 창설로 군의 공식적인 일원이 됐다. 창설 초 여군들은 정훈 대대, 전투 중인 군단·사단, 첩보부대, 예술대에서 활동했으나 이제 마지막 ‘금녀 병과’로 통하던 잠수함 승조원의 문을 두드리며 여군 시대를 열고 있다.

◆2024년 3000t급 도산 안창호함에 첫 여군 승조원 배치 예정

해군은 지난 28일 해군본부에서 열린 22-3차 정책회의에서 여군의 잠수함 승조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해군은 내년에 지원을 받아 잠수함에 탈 여군을 처음 선발하고 약 1년간 기본교육을 거쳐 2024년부터 3000t급 중형잠수함에 배치할 계획이다. 내년에 선발할 인원은 3명으로 알려졌다. 1993년 해군 최초 잠수함 장보고함(1200t급) 취역 후 31년 만에 여군이 잠수함에 배치되는 것이다.

해군의 이번 결정으로 군대 전 병과가 여군에 개방됐다.다만 일부 특수부대는 여군을 선발하지 않는다. 이번 결정은 여군의 역할 확대 요구를 수용하고, 여군 근무 여건이 확보된 3000t급 중형잠수함을 운영하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해군은 설명했다.

처음 검토를 시작한 2014년 당시 운용했던 1200t∼1800t급 잠수함은 공간이 협소해 여군용 숙소·화장실 등을 별도 설치할 수 없었는데, 3000t급 중형잠수함에는 여군을 고려한 설계를 반영했다. 해군은 이번 결정으로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군 일각에서는 대형 함정이 속속 건조되면서 배에 탈 병력 3000여 명가량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군은 이미 지난 5월 여군 장교 및 부사관 50여 명을 대상으로 잠수함 견학 및 승조체험을 실시했다. 승조 체험 참가자들은 “여군의 입장에서 근무환경이 충분하다고 느꼈으며, 잠수함을 타게 된다면 최초 여군 승조원으로서 자부심이 매우 클 것 같다”고 기대했다고 해군은 전했다. 일부에선 “수상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협소한 생활공간 때문에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군은 여군의 잠수함 승선이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잠수함 내부 침실의 침대 숫자가 부족해 일부 침대는 두 명이 공유한다. 해군 제공


◆세계 14번째 여군 승조원 운용 국가…노르웨이 최초 운용

여군 잠수함 승조원 시대가 개막되면 우리나라는 현재 잠수함을 운용하는 40여 나라 가운데 14번째로 잠수함을 여군에 개방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군의 잠수함 승조는 1985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는 덴마크, 스웨덴, 호주, 스페인, 독일, 캐나다, 미국, 영국, 아르헨티나,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13개국으로 확대됐다. 우리가 여군 승조원을 운영하면 세계 14번째, 아시아에서는 호주 일본에 이어 3번째다.

여군에게 최초로 잠수함의 문을 개방한 노르웨이는 1995년 세계 최초로 솔베이그 크레이(Solveig Krey)라는 장교가 세계 최초로 여군 잠수함 함장 시대를 열면서 큰 화제가 됐다. 노르웨이의 여군 잠수함 승조원 진출이 빨랐던 이유는, 남녀 병사들이 내무반을 함께 쓰고 점호를 함께 받는 등 여성에게 개방적이고 남녀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문화적 특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군은 여성들에게도 동등한 근무 기회를 제공하라는 의회와 국방부의 압력에 따라 지난 2011년 말 미 해군 잠수함 역사상 111년 만에 잠수함 근무 보직을 여군에게 개방했다.미 해군은 1994년부터 여군의 군함 복무도 시작됐지만, 잠수함만은 장소가 매우 비좁아 남녀가 함께 지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여군에게 개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군 시대에 맞춰 여군 장교들은 처음에는 오하이오 급 핵잠수함을 시작으로 6000t인 버지니아 급 공격형 핵잠수함에 배치됐으며 2020년부터는 여성 부사관과 일반 수병을 버지니아 급 핵잠에 탑승시키기 위해 여성 승조원 수를 확대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잠수함사업단장을 지낸 문근식 경기대 교수는 “유럽에서 여성 잠수함 승조원이 상대적으로 일찍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 국가의 잠수함 작전 기간이 수일에 불과할 정도로 짧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해군의 잠수함은 보통 작전에 나가면 한 달이 넘어서야 기지로 돌아온다.

우리 해군 여군 승조원들이 2024년부터 처음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3000t급 도산안창호함 항해 모습. 해군 제공


◆잠수함 좁은 공간 남녀 공용 따른 性군기 대책 수립

그동안 우리 해군 잠수함의 주력이던 1800t급 214급 잠수함의 경우도 승조원 숫자만큼 침대를 설치하지 못할 정도로 좁아 여군의 생활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는 불가능했다. 모두 18척인 209급(1200t)과 214급 잠수함의 경우 공간부족뿐 아니라 함 내에서 승조원들의 호흡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하고 산소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운동을 금할 정도로 비좁고 열악한 환경이다.

잠수함은 운동뿐 아니라 식수 사용도 제한된다.출항하기 전 잠수함 탱크에 물을 받아가지만 아껴쓰도 1주일 정도면 바닥이 난다. 잠수함에 있는 조수기(물 만드는 장비)를 이용해 해수 염분을 제거해 식수 및 샤워를 하는데 사용하지만 하루 2000리터 정도만 생산이 가능하기에 물을 아껴야 한다. 1주일 정도 지나면 해수를 정제한 물을 마시게 된다. 물을 아끼기 위해 면도조차 자제해야 할 정도다. 잠수함 승조원은 수상함에서 1∼2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 엄격한 신체검사를 거치고 근무성적 등을 반영해 선발한다.

잠수함에서는 수상전투함에 비해 공간이 좁아 사생활 보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장 편안하게 쉬어야 할 침대마저도 세 사람이 돌아가며 두 개의 침대를 써야 한다는 것 등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 문 교수는 “또 다른 여성 승조원 근무 반대의 강력한 이유 중 하나는 남성 승조원 부인들의 반대였다”며 “젊은 여성 장교가 승조하면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치게 되고 결국 성적인 문제들이 일어난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폐쇄공간인 잠수함에 여군들을 남성과 함께 배치하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군 당국이 여러 대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오하이오급 핵잠 와이오밍호(SSBN-742)에서 일부 수병들이 여군 장교들의 샤워 장면을 1년 넘게 몰래 촬영해 함께 본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사 사건이 재발할 우려 때문에 엄격한 잠수함 성군기를 수립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문 교수는 “여성 잠수함 승조원을 운영하는 해외 사례를 잘 벤치마킹하고 공간 분리, 시간 분리 등을 잘 해서 갈등 요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전 영국 해군이 잠수함 내부의 공기 질이 나빠 임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의 잠수함 승선을 반대했는데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되지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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