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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희경의 시:선(詩:選)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03일(水)
잊고 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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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숨 쉬더라. 어떻게 느끼더라. 한 번 느끼고 나면 자꾸 느끼고 싶어진다. 우리는 여태 그런 일을 한다. 여름잠에 든다. 세계는 고요하고 빛이 이사 오고 계절이 조금 지나간다. 얼마나 잤지. 너를 초대하고 싶어. 울창하고 싶어. 새 무늬를 갖고 싶어.

- 이훤, ‘소년이 소년을’(시집 ‘양눈잡이’)



늦은 퇴근은 자영업자의 숙명이다. 오래 문을 열어 둔다고 손님이 더 많이 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미련은 어쩌지 못한다. 서점을 운영한 지 벌써 6년. 이제는 해가 떠 있을 적에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조차 아득해졌다. 이따금, 이래도 되나 싶어진다. 열심에도 정도가 있고 한도도 있다. 어느 순간, 넘칠 듯 가득해진 컵이 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며칠 전 밤에는 집 앞을 한참 서성였다. 현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이나 틀리고 나니 세 번째 시도는 엄두도 나질 않았다.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센서 등 아래서 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누르는 고작 예닐곱 자리 숫자를 잊는 것은 병이 아닌가. 덜컥 겁도 나는 거였다. 심호흡하고 복도의 이편과 저편을 오가면서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내는 것들을 생각해 봤다. 현관 비밀번호뿐인가. 가족들의 생일, 친구들의 사정 그런 소소하지만 사실 중차대한 일들을 냉동고에 들어 있는 정체불명의 식품들처럼 차곡차곡 잊고 있었겠지.

허구한 날 깨닫고 또 잊고 만다. 그게 사람의 일이라지만, 좀 더 구실하며 살고 싶다. 어쩌면 이것은 병도 피곤 탓도 아니고 어깨 위에 내려앉은 천사가 건네준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봤다. 긍정적이기도 하지. 나는 피식 웃으며 이게 나의 매력이라고 위로했다. 다시 한 번 번호를 눌러 봤다.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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