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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Deep Read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04일(木)
GDP 4대요소 모두 ‘흔들’, 복합위기 징후… 강력한 구조개혁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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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실의 Deep Read - 韓·美 금리역전과 한국경제

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 등 모두 위험 신호… 韓·美 금리역전, 경기침체· 자산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임금·물가 악순환적 상승’막게 통화량 억제 불가피… 건실한 거시관리 위해 규제혁신, 노동·공공·연금개혁 절박


한국 경제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신삼고(新三高) 현상이 ‘최근 수십 년 만에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과 자산시장 붕괴 우려가 겹쳤다. 당면한 과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해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막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규제혁신과 각급 구조개혁을 통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해야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9%대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선 경기침체라는 대가도 지불할 수 있다는 전형적 ‘필립스 커브’를 떠올리는 단호한 조치를 시작했다. 두 번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그 시작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의 2.25%보다 0.25%포인트가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이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가계부채의 덫에 걸려 미국의 인상 속도를 마냥 따라가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채의 97%가량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어 금리 인상이 어려운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선진국·신흥국을 막론하고 금리 인상, 특히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이탈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급격히 조성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더 큰 위험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형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엔 4.9%, 올해 1월엔 4.4%, 4월엔 3.6%, 7월엔 3.2%로 낮췄다. 불과 9개월 만에 1.7%포인트나 떨어뜨린 것을 봐도 상황의 심각성이 전해진다. 심지어 7월 전망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2.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복합위기의 징후들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비관론은 과도하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4대 요소인 소비(C), 투자(I), 정부지출(G), 순수출(X-M)이 모두 흔들리는 복합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매판매가 지난 3월 전월 대비 0.7% 감소한 이후 4월 -0.3%, 5월 -0.2%, 6월 -0.9%로 4개월 연속 줄었는데 외환위기 충격이 있었던 1998년 이후 약 24년 만이다.

기업은 계획했던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설비투자가 3월과 4월, 각각 전월 대비 5.4%와 11.7% 감소했다. 5월에 5.4%로 잠깐 반등했지만 6월에 다시 0.7%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적자재정을 감수하며 성장을 책임졌던 정부지출의 역할도 이번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건전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재정운용 기조를 공식화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가 415조5000억 원이나 늘어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도 1분기 전기 대비 3.6% 증가에서 2분기엔 -3.1%라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성장에 대한 순수출의 기여도 역시 1분기 1.7%포인트 증가에서 2분기 -1.1%포인트 감소로 바뀌었다. 무역수지는 지난 1월부터 적자로 시작해 2월과 3월에 잠깐 9억 달러와 2억1000만 달러의 흑자를 내고 다시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하반기 전망도 녹록하지 않다. 올 들어 7월까지 누적적자가 150억3000만 달러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임금·물가 악순환 상승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에도 Fed가 금융위기 이후 추진됐던 출구전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진적인 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폐해가 경기침체보다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크게 반전되기 어려우므로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3차례의 한·미 금리역전 때 세 번 모두 투자금이 순유출되는 현상은 없었지만, 두 번의 경우 원화가치가 10% 이상 하락했다. 이번 한·미 금리역전에도 아직 큰 자금 유출이 없었던 것은 이미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과 원화가치 하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화폐가치는 시장 수급 여건뿐 아니라 그 국가의 경제여건이나 글로벌 투자심리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원화가치의 하락이 이어진다면 한·미 금리역전 현상에 따른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불안해지고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에 더해 자산시장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선은 한국은행이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을 경계한 것처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는 명제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노동 수급 불일치 등에 따른 총공급 측 요인이 인플레이션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실물 공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화량이 많으면 결국 실물 대비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문제는 경제 펀더멘털

외국 자본 유출을 막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선 임시방편적인 해결책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선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다해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반도체 등을 대체할 수출 품목을 발굴하는 등 수출 활로를 넓혀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개혁을 실행하는 일이다. 외국의 투자자들은 역대 정권이 말로만 떠들고 실행하지 못한 규제혁신과 노동·공공·연금 개혁 등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부채 문제와 재정 건전성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시험대에 들 것이다.

정치권은 지금 권력투쟁이나 정쟁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세제, 인력 양성, 환경 등 분야에서 사회 전반의 인프라를 높여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사항의 조속한 입법 및 제도화에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내줘야 한다.

지속경제사회개발원 이사장·전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 세줄 요약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 Fed는 두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 이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선 경기침체라는 대가도 지불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필립스 커브’를 떠올리는 단호한 조치. 온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

복합위기의 징후들 : 한국 경제, GDP의 4요소가 모두 흔들리는 복합위기 징후. 한·미 금리역전은 경기침체와 자산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을 막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해야.

문제는 경제 펀더멘털 : 궁극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함. 규제혁신과 노동·공공·연금 개혁 등 각급 구조개혁이 시급.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입법·제도화에 박차 가해야.


■ 용어 설명

‘필립스 커브’란 실업률과 임금상승률의 반비례 관계를 나타낸 곡선. 영국의 경제학자 필립스가 제시. 현재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의 역관계를 나타내는 연구가 주를 이룸.

‘임금·물가 악순환적 상승’이란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물가 상승이 다시 임금 인상을 부르는 악순환. 이를 통제하려면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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