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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경일기자의 여행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04일(木)
차고 맑은 물 흘러넘치는 계곡서 한나절… 전철·버스 갈아타고 한달음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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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피서 여행 가평 북면 계곡길

장마 뒤끝이라 경기 가평 일대의 계곡은 지금 맑은 물이 그득 차서 흘러넘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당일치기 계곡 트레킹에 나섰다는 등산객이 용추계곡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용추계곡은 계곡 어디서나 물놀이를 할 수 있다.

10㎞ 계곡 이어지는 ‘용추구곡’
자릿세 뜯던 식당 사라져 말끔

징검다리 놓인 ‘명품 계곡길’
숲멍·물멍존서 발 담그고 휴식

깊은협곡 비밀스러운 ‘명지계곡’
폭포수서 밀어내는 바람에 서늘

옥색 물빛 눈부신 ‘적목용소’서
‘무주채폭포’까지 트레킹 만끽


가평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바야흐로 피서 시즌의 한복판입니다만…. 시간 여유가 없어서, 또는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아 올여름 휴가를 포기하신 분도 계시겠지요. 다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애써 잡은 휴가 계획을 접은 경우도 있겠네요. 그런 독자들에게 가까운 목적지로 가는 짧은 피서 여행을 권합니다. 목적지는 내륙 산악지형의 대표 격인 경기 가평. 그중에서도 ‘북면’입니다.

가평군 북면은 광주산맥의 최고봉인 화악산(1468m)을 진산(鎭山)으로 촛대봉, 매봉, 국망봉, 강씨봉, 명지산, 수덕산 등 해발 700~1300m를 오르내리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웅장한 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평의 산과 산, 능선과 능선 사이에는 수많은 계곡이 있습니다. Culture & Life는 장마 뒤의 차고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가평 계곡에서 즐기는 계곡 트레킹을 권합니다.

반나절쯤의 여행인데 오래 걷는 코스는 버리고, 서늘한 활엽수 그늘에 앉거나, 청아한 물소리를 듣거나, 차가운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시간을 더 길게 갖는 것이 요령입니다. 계곡 물에 뛰어들어 마음껏 물장구를 칠 수 있는 계곡도 있으니 가족과 동행해도 좋겠습니다.

가평의 청정 계곡은 따가운 소금기의 바다나 염소 소독제 냄새가 나는 수영장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피서지의 차량 정체도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서 가볍게 계곡 트레킹을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계곡마다 파라솔이나 돗자리를 깔아놓고 자릿세를 뜯던 악덕상혼도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피서지를 정해 근처에 숙소를 잡고 길게 다녀오는 휴가 여행도 좋지만, 대중교통으로 가까운 곳을 짧게 여러 번 다녀오는 압축적인 피서 여행의 즐거움도 못지않습니다.


# 경관의 밀도까지 담은 구곡의 이름

가평에는 ‘가평팔경’이 있다. ‘팔경’이라니 유구한 역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에 정한 것이다. 먼저 주민들의 추천으로 후보지를 정한 뒤, 공무원, 사회단체, 지역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가평을 대표하는 여덟 곳의 명소를 선정했다. 팔경 사이에는 우열이 없다고는 하지만, 무게감은 아무래도 순서에 따른다. 앞순위가 그만큼 더 훌륭하다는 얘기다.

가평팔경의 1경은 청평호반이다. 가평을 대표하는 1등 경치는 청평호인 셈이다. 제2경은 좀 낯설지만 양수발전소의 상부 호수인 호명호수. 그리고 그 뒤를 잇는 3경이 ‘용추구곡(龍湫九曲)’이다.

연인산도립공원의 용추구곡은 하류의 가평읍 승안리 용추폭포에서부터 물길을 거슬러 칼봉과 노적봉 사이를 지나 연인산에 이르는 10여㎞의 계곡을 부르는 이름이다. 용추구곡은 가평에서 가장 이름난 계곡으로 여름이면 수도권 인근 피서객으로 만원을 이루는 곳이다.

계곡 초입의 용추폭포 이름을 따서 다들 ‘용추구곡’이라 부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옥계구곡(玉溪九曲)’으로 부르는 게 맞다. 벼슬을 마다하고 이곳으로 이사 와 계곡 아래에 서당 자양서사(紫陽書舍)를 짓고 후학을 가르쳤던 조선 말 성리학자 유중교가 1876년에 처음 지어 붙인 이름이 용추구곡이 아니라 옥계구곡이었으니 말이다.


‘연인산 명품 계곡 길’의 출렁다리.

# 경관에 매단 이름을 찾아내다

유중교는 같은 스승 아래 가르침을 받은 선배 김평묵과 의병장 의암 유인석 등과 함께 옥계구곡의 이름을 짓고 경영했다. 그들은 이곳의 자연경관이 중국의 무이구곡이나 황해도 고산의 고산구곡, 속리산의 화양구곡에 견줄 만하다고 봤다. 유중교는 “무릉도원이 따로 없고 여기에 있으면 세상 모든 시름을 잊을 만하다”고 감탄했다. 이들이 아홉 곳의 뛰어난 경치를 정해 이름을 붙이고 시를 지어 ‘가릉군 옥계산수기(嘉陵郡玉溪山水記)’란 시문으로 남겼다. ‘가릉군’은 가평군의 옛 이름. 구곡의 글씨는 유근식이 써서 각각 바위에 새겼다.

옥계구곡은 일부만 장소가 확인됐는데 지난 2018년 국립수목원이 문헌을 뒤지고 현장 조사를 벌여 1곡부터 9곡까지 모두 다 찾아냈고, 이를 산림청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했다. 구곡의 이름은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면서 순서대로 붙여졌다. 1곡 와룡추(臥龍湫), 2곡 무송암(撫松巖), 3곡 탁영뢰(濯纓瀨), 4곡 고슬탄(鼓瑟灘), 5곡 일사대(一絲臺), 6곡 추월담(秋月潭), 7곡 청풍협(靑楓峽), 8곡 귀유연(龜游淵), 9곡 농원계(弄湲溪). 형태와 농담, 소리는 물론이고 경관의 밀도까지 한자로 담아낸 이름들인데, 하나하나 한자의 뜻을 새겨가며 구곡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제법이다.



# 말끔해진 특급 피서지, 용추계곡

용추계곡의 명성은 가평의 수많은 계곡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특히 여름철에 더 그렇다. 경관도 빼어나지만 그보다 더 큰 용추계곡의 매력은, 계곡이 넓고 물이 많아서 물놀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점이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피서객들이 이 계곡으로 몰려드는 이유이자, 계곡을 끼고서 시멘트 포장 도로가 슬금슬금 계곡 위쪽으로 올라가게 된 이유다.

피서객들이 몰려들면서 ‘가든’이나 ‘산장’ 간판을 매단 민박집 겸 식당들이 계곡을 따라 오르며 물가에 바짝 붙어 들어섰고, 계곡을 끼고 시멘트를 덕지덕지 바른 도로가 놓였다. 자연 훼손도 훼손이지만, 피서객들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피서객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여름철이면, 교행 불가능한 좁은 시멘트 도로에 행락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차들이 엉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밥 먹듯이 벌어졌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연 자산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셈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용추계곡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몰라보게 말끔해졌다. 우선 용추구곡 3곡 위쪽에 난립하던 식당과 민박집이 모두 정리됐다. 계곡을 끼고 있는 길이 넓어진 건 아니지만, 3곡 바로 아래부터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 무분별한 주차나 차량이 뒤엉키는 문제는 계곡 아래 공영주차장을 짓고, 군데군데 관리자를 두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래도 피서객이 몰리는 이즈음에는 이른 새벽이 아니고서는 주차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이제 차량이 뒤엉키는 일은 없다.


명지산과 연인산, 석룡산의 계곡 물이 합류하는 가평천에는 곳곳에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가평천을 보로 막은 자리에 들어선 호수유원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 전철로 찾아가는 한나절 물놀이

이곳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평까지는 수도권 전철을 운행한다. 이즈음이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나 46번 국도의 악명 높은 정체를 겪지 않아도 된다. 가평역에서 내려 71-4번 버스 한 번이면 용추계곡 입구에 닿는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몇 걸음이면 바로 계곡으로 들어선다. 다만 배차 간격이 길어서 차 시간을 미리 확인해두어야 한다.

용추계곡은 연인산 자락에 있지만, 계곡에서 연인산을 오르는 길은 멀다. 더구나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엄두를 내기조차 쉽잖으니 등산보다 계곡 트레킹 정도로 가볍게 즐기는 게 좋겠다. 트레킹 목적지는 용추구곡의 9곡인 농원계까지만 다녀와도 좋고, 지난 5월 용추계곡 상류 4.7㎞ 구간에 조성한 ‘연인산 명품 계곡 길’까지 걸어도 좋다.

명품계곡 길은 숲그늘 짙은 계곡 길을 오르며 구곡의 경관과 함께 화전민 집터와 옛 분교, 숯가마터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편도 1시간 50분 정도가 걸린다. 무릎까지 적시며 건너야 했던 계곡 11곳에 징검다리를 놓아 계곡 길이 한결 편해졌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운치 있는 숲길은 명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근사하다. 계곡 길 주변에 자연경관을 ‘멍’하니 바라보는 전망대인 ‘숲멍 존’과 ‘물멍 존’ ‘바람멍 존’도 있다. 계곡을 오르내리는 길에서 언제든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흐르는 수정처럼 맑은 계곡 물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수 있음은 물론이다.


명지계곡 초입의 절집 승천사의 미륵불.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을 빼닮았다.
# 더위가 물러가는 명당 자리… 명지폭포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화악산(1468m). 그다음이 명지산(1267m)이다. 명지산은 계곡이 좋고, 단풍은 더 좋다. 용추구곡에 이어 ‘명지단풍’이 네 번째로 ‘가평팔경’에 이름을 올린 이유다. 기름진 부엽토에서 자라는 활엽수들이 가을이면 일제히 명지산을 울긋불긋 물들이는데, 그게 얼마나 근사한지 ‘명지단풍’이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단풍의 화려함에는 못 미치지만, 익근리에서 명지산 중턱까지 이어지는 명지계곡의 청량한 아름다움도 빠지지 않는다. 산의 덩치에 비해 계곡의 길이는 짧다. 아무리 길게 봐도 5㎞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저기 내걸린 크고 작은 폭포와 그 아래 깊은 소(沼)를 이루며 고여있는 수정 같은 계곡에 들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명지산 등반은 어떤 길을 택하든 정상까지 5시간이 넘게 걸린다. 요즘 같은 삼복더위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그냥 가볍게 익근리 코스를 택해 명지폭포까지 계곡 트레킹을 다녀오는 것을 권한다. 명지폭포까지는 편도 30분 남짓. 폭포를 보고 온 뒤에는 익근리 주차장 부근의 가평천 물놀이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게 좋겠다.

익근리 코스를 택하면 들머리에 절집 승천사가 있다. 명지산을 통틀어 유일한 절집으로, 40여 년 전쯤 창건했다. 용이 하늘로 오르는 걸 의미하는 ‘승천(昇天)’을 절 이름으로 가져다 쓴 건, 절이 끼고 있는 명지계곡의 존재감 때문이리라. 용은 물에 깃들이는데, 명지계곡의 비범한 경관에서 승천을 상상했으리라. 등산로는 법당 마당을 가로지른다. 눈길을 붙잡은 건 마당 한가운데 크기며 모양이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을 빼닮은 거대한 미륵불이다. 계곡 길은 동쪽을 보고 서 있는 미륵불 등 뒤로 이어진다.



# 차가운 폭포 아래서 느끼는 추위

명지산 계곡 길은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승천사를 지나자마자 계곡을 건너는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계곡 초입에 하나, 또 명지폭포 부근에 하나. 놓고 있는 출렁다리가 두 개다. 계곡을 끼고 가는 흙길 건너편 숲속 벼랑에는 나무 덱을 설치하고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서 명지계곡을 순환하는 코스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존 등산로의 경사가 좀 가파른 편인데, 나무 덱 구간은 경사를 뉘어놓아 걷기가 한결 편하다.

공사 중이라지만 명지계곡 주변은 출렁다리를 놓는 곳 외에는 그리 어지럽지 않다. 명지폭포는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야’ 보인다. 좁은 협곡 안쪽의 어둑한 그늘 속에 숨겨놓은 비밀처럼 폭포가 있다. 명지폭포의 높이는 10m 남짓에 불과하지만 수량이 많아 힘차게 쏟아지는 물줄기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수직의 폭포 아래에는 검푸른 소가 있다. 폭포와 주변 경관에서 깊고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데다, 폭포수가 밀어내는 바람까지 합세하니 서늘하다 못해 소름이 오슬오슬 돋을 정도로 춥다. 더위를 피한다는, 뜻 그대로의 ‘피서(避暑)’에 딱 맞는 자리다. 가평역까지는 전철로 가서 역 앞에서 15-5번 버스를 타면 명지폭포 들머리인 명지산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짙은 옥색 물빛의 적목용소로 쏟아지는 두 단으로 이뤄진 폭포. 높거나 크지는 않지만 어둑한 숲그늘 속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수묵화 속 풍경처럼 느껴진다.

# 폭포에서 폭포로… 용소와 무주채

가평팔경의 5경이 북면의 ‘적목용소(赤木龍沼)’다. 가평에는 ‘용소(龍沼)’가 두 개다. 둘 다 같은 이름의 폭포 아래 있는 소인데, 하나는 북면 도대리에 있는 다이빙 명소로 이름난 용소이고, 다른 하나는 도대리에서 상류 쪽으로 8㎞쯤 올라간 적목리의 용소다. 적목용소란 적목리의 용소를 도대리 용소와 구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둘 중 도대리의 용소가 더 크고 더 유명한데 경관만으로 겨룬다면 적목리의 용소가 한 수 위다.

적목용소는 가평에서 화천 쪽으로 이어지는 75번 국도. 조무락골과 삼팔교를 지나 도마치고개로 올라가는 길 옆에 있다. 용소는 짙은 옥색 물빛이 인상적인, 비밀스러운 느낌의 소다. 계단을 이룬 2단의 폭포가 소로 쏟아진다. 폭포라기에는 민망한 정도의 높이여서 폭포 특유의 힘은 느껴지지 않지만, 수묵화처럼 그윽한 느낌이다.

용소 아래에는 계곡을 건너는 철제 다리가 있다. 다리를 놓고 나서 폭포와 소를 내려다보는 조망은 한층 좋아졌다지만, 다리가 없던 시절의 정취는 사라지고 말았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 징검다리를 딛듯 물길을 건너가서 보았던 용소의 깊고 고요한 느낌은 참으로 근사했다. 깊은 산속을 서너 시간 이상 걸어야 겨우 만날까 말까 한 경관을, 차를 세우고 길가에서 편히 보는 것이 황송했다. 거기 앉아서 몇 시간이고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국망봉 무주채폭포 앞에 세워놓은 조형물. 무관들이 폭포 아래서 나물을 안주 삼아 술 마시고 춤을 췄다는 ‘무주채(舞酒菜)’의 지명 전설을 조형물로 재현해 놓았다.

# 깊은 산중의 별유천지

적목용소를 건너가는 다리를 놓은 건, 여기가 국망봉 산행의 들머리이기 때문이다. 적목용소에서 국망봉을 오르려면 무주채폭포를 지나게 된다. 권하는 건 적목용소에서 무주채폭포까지 계곡을 끼고 가는 계곡 트레킹이다. 경사가 좀 있기는 하지만, 그래 봐야 무주채폭포까지 거리는 650m에 불과하니 쉬엄쉬엄 다녀온대도 1시간이면 넉넉하다.

무주채폭포로 가는 계곡 길은, 물이 맑긴 하지만 폭이 그리 넓지 않고 깊지도 않다. 아늑한 느낌도 덜하다. 계곡의 정취만 본다면 권할 이유가 없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20여 분의 짧은 산길 뒤에 있는 무주채폭포는 이 길을 걸을 충분한 이유가 되고도 남는다.

무주채폭포는 물줄기가 높은 바위를 타고 치마폭처럼 쏟아진다. 용소폭포가 낮고 아기자기하다면, 무주채폭포는 높고 시원시원하다. 폭포의 높이는 까마득하다. 잘 안 보이는 폭포 윗부분까지 합치면 실제 폭포의 높이는 눈으로 보이는 두 배쯤이다. ‘춤출 무(舞)’에 ‘술 주(酒)’에 ‘나물 채(菜)’ 자를 써서 ‘무주채(舞酒菜)’다. 옛날 무관(武官)들이 폭포 아래서 나물을 안주 삼아 술 마시며 춤을 추었다 하여 생긴 이름이라 전한다. 독특한 유래라서 그랬을까. 폭포 앞에다 인형으로 무관이 술상을 펴놓고 노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무주채폭포를 지나 국망봉 정상에 오르는 길은 힘들다. 폭포를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가파른 경사가 정상에 이르는 2㎞ 구간 내내 이어져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런 길을 족히 2시간 넘게 걷고 난 뒤에야 겨우 시야가 트이는 능선에 서게 된다. 능선을 따라서 10분쯤 더 가면 국망봉 정상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고, 권하지도 않지만 정상에 서면 그야말로 깊고 깊은 산중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더위 씻어내는 잣나무 숲

경기 가평의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500m쯤에는 경기산림환경연구소가 운영하는 ‘잣향기푸른숲’이 있다. 수령 80년이 넘는 잣나무들이 국내 최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경기 지역의 15개 산림휴양지 중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숲이다. 깊은 계곡도, 차가운 물도 없지만 아름드리 잣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을 다 상쾌하게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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