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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 남자의 클래식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04일(木)
오페라는 지루해?… 그 편견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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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클래식-모리스 라벨 ‘어린이와 마법’

50분 연주시간에 25곡 응축

서곡 생략하고 스토리 시작


‘지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유회’라 불리는 오페라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면제’라는 오명 또한 갖고 있다. 3시간에 달하는 공연시간 덕에 밀려오는 잠을 쫓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또 무대 위의 한국어 자막까지 읽어가며 음악과 줄거리를 동시에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입문용으로, 길이는 조금 짧고 흥미진진한 줄거리의 오페라는 없을까?

뮤지컬을 좋아하거나 호기심이 많은 이들에게 제격인 오페라가 있다. 바로 ‘볼레로’(Bolero, M. 81), ‘스페인 광시곡’(Rapsodie espagnole, M. 54)으로 유명한 모리스 라벨의 프랑스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L’enfant et les sortileges)이다.

오페라의 제목에서부터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50분가량의 짧은 단막 오페라다. 하지만 그 스케일은 작지 않다. 우선 무대에 오르는 배역이 19개에 달하는데 이를 위해선 각각의 배역을 담당할 여덟 명의 솔리스트가 필요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어린이 합창단까지 등장한다. 이 오페라에 대한 감상 팁을 드리자면 논리 정연한 흐름이나 줄거리에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동심의 마음으로 19개 배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길 권하고 싶다. 동물, 식물, 사물들이 노래하는 각각의 목소리를 쫓다 보면 지루할 새 없이 50분의 공연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50분이라는 짧은 연주 시간 동안 무려 25곡의 아리아와 중창, 합창곡이 등장한다. 오페라의 길고 긴 줄거리는 우리가 알던 오페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다름의 미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이 중 한 곡에라도 마음이 이끌린다면 이 오페라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단막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은 서곡도 생략한 채 바로 스토리를 시작한다. 어린아이는 제 방 안에서 책상에 앉아 있다. 아이는 숙제하기 싫다며 노래를 부른다. 엄마는 아이의 숙제를 검사하러 방으로 들어오는데, 아이가 숙제를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을 보자 아이를 나무란다. 하지만 아이는 반성은커녕 되레 떼쓰며 버릇없게 굴기 시작한다. 엄마는 벌로 맛있는 간식 대신 설탕 없는 차와 딱딱한 빵을 남기고 방을 나간다. 잔뜩 심술이 난 아이는 주전자와 찻잔을 깨고 냄비를 뒤집어엎어 버린다. 그것으로도 성에 안 차 고양이를 괴롭히고 다람쥐를 펜으로 찌르기까지 한다. 책과 벽지를 찢고 고양이 꼬리를 잡아당기며 온갖 심술을 부린다.

그러자 방 안의 모든 사물과 동물, 식물들이 서서히 깨어나면서 아이를 꾸짖기 시작한다. 눈물이 쏙 빠지게 꾸지람을 들은 아이는 신비스러운 고양이 울음소리에 이끌려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원에 있는 동물과 나무들은 모두 아이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모든 동물과 나무들이 아이를 비난하자 아이는 엄마를 찾으며 운다. 하지만 동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제히 아이를 공격한다. 한데 엉킨 아수라장 속에서 다람쥐가 상처를 입게 되는데 아이가 다람쥐에게 리본을 묶어 치료해주자 동물들은 감동하고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기로 한다. 조명이 환하게 켜지면 장소는 다시 집으로 변하고 아이는 잠에서 깨어난다. 엄마를 발견한 아이는 “엄마”라고 외치며 엄마의 품에 안기고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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