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세계 여행자를 위한 안내 지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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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정 국제갤러리 디렉터, 예술에세이 ‘인생, 예술’ 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이해받는 것이 무엇보다 난해한 세상에서 이 글이야말로 몰이해 혹은 오해의 가운데에서도 예술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미술을 풍성하게 해석하고 부족함 없이 즐기고자 애쓴 결과물일 겁니다.”

책 ‘인생, 예술’을 펴낸 윤혜정(사진) 국제갤러리 디렉터는 이렇게 서문에 적었다. 그는 미술 현장에서 작가와 수집가, 비평가 사이의 가교 역을 해 왔다. 예술 에세이 모음인 책도 징검다리를 자임한다. 현대미술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안내 지도가 되길 바라며, 전문 이론과 사적 감상을 아울렀다.

책은 마크 로스코부터 크리스티앙 볼탕스키까지 작가 28명의 예술 세계를 담았다. ‘감정’ ‘관계’ ‘일’ ‘여성’ ‘일상’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살폈다.

작가가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저자의 시선은 고르다. “모든 미술 작품은 만든 이의 철학, 사유, 경험, 존재 이유 등 삶의 뼈대가 응축되고 세계의 질서가 추상화된 결정체”라고 믿어서다. 작품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세상과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소중히 누릴 수 있다는 게 저자 생각이다.

브라질 작가 안나 마리아 마욜리노의 사진 작품 ‘아슬아슬하게’에 대한 글은 그 용기의 뚜렷한 결실이다. 마욜리노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베네수엘라로 갔다가 브라질로 삶의 터전을 옮긴 작가이다. ‘아슬아슬하게’는 그 디아스포라의 애옥살이를 이어온 여성 삼대(三代)가 하나의 실을 각자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저자는 ‘엄마’와 자신, 그리고 딸이 함께 사는 자신의 삼대 모습을 돌아보며 오늘의 한국 여성들이 그 실을 끊어내야 할지, 더 튼튼한 실을 물어야 할지의 문제를 통찰한다.

이 책에 나오는 작가의 절반이 한국 출신인 것은 저자가 가까이 지켜보면서 깊고 넓게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예컨대, 양혜규에 대한 글은 ‘세계적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에게도 작품이 팔리지 않아 고통받던 시기가 있었음을 상기한다. 안 팔린 작품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창고 피스’라는 걸작을 만들어냈다는 역설을 통해 ‘결핍에 대한 직시’의 용기를 성찰한다.

장재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