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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05일(金)
“만 5세 입학, 정서발달·교육과정 난이도 무시한 정책… 즉시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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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신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교총 회장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등 최근 교육정책 현안과 교총의 역점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M인터뷰 - 교총 75년 역사상 첫 초등교사 출신 정성국 회장

공약·국정과제에도 없던 내용
의견 수렴도 없이 불쑥 내던져
경제 논리일 뿐 교육개혁 아냐

학급당 학생 20명 이하로 하고
교권회복 위해 생활지도법 필요

대학규제완화는 긍정적이지만
유·초·중등 교육비전은 안보여
국교위 정파초월 방향제시해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초등학교 만 5세 입학’의 후폭풍이 거세다. 유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뜬금없는 정책이라며 교육 관련 단체는 물론이고 학부모, 정치권까지 반대하며 논란이 크다. 교육계에선 이번 혼란은 저출생 해결과 산업인력 양성 등 경제적 논리에만 매몰된 정부의 교육철학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새 정부에 사실상 교육철학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렇다 할 교육 공약이 없었고, 임명 단계부터 삐걱거린 교육 수뇌부는 비(非)전문가들로 채워져 ‘교육 홀대’ 논란이 있었다. 노동·연금 분야와 함께 교육을 이른바 ‘3대 개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실체가 모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성국(51) 신임 회장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은 경제 논리에 입각한 것이지 이걸 교육 개혁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윤 정부가 말하는 ‘교육 개혁’이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유·초·중등 정책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교육철학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교총의 75년 역사상 첫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38대 회장에 당선된 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교권 침해 방지 법제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실현’ ‘공무원 연금 특수성 보장’ 등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정 회장을 만나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입장과 교총의 역점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진행했으며 이후 서면 인터뷰로 보완했다.

―‘초등학교 만 5세 입학’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유아의 특성을 무시한 정책으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만 5세는 발달단계에 맞춰 놀이 중심인 누리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신체적·인지적 발달 상황에 맞춰 교실 크기와 형태, 화장실과 급식 시설 등 환경도 달리하고 있다. 아동의 정서 등 발달단계와 교육과정 난이도를 고려하면 입학 연령 하향은 무리다. 만 5세가 추가 입학한다면 도시 학교 과밀 학급은 더 과밀해져 교육환경이 악화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교실을 늘리고 교원을 더 채용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 기조는 교원 감축, 교육교부금 감축이다. 엇박자 정책을 졸속으로 펴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매번 학제개편을 제안했지만 이런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혼란과 갈등만 초래하다 무산됐다. 정치, 경제 논리에 입각한 학제개편 논의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중단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은 취학 연령 조정을 ‘교육 개혁의 시작점’으로 표현했는데.

“대통령 공약이나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없던 내용이 불쑥 나왔다. 학부모나 교육계의 요구도 없었고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조차 알지 못한 내용이었다. 언론에 먼저 터뜨려 혼란과 갈등을 유발해놓고 이제부터 논의하자는 식은 정부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심지어 유아 특성을 고려한 교육적 관점이 아닌 입직 연령 하향,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한 생산 가능 인력 확보 같은 경제논리에 입각한 측면이 강해 교육 개혁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교육을 경제 도구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다.”

―윤 정부 출범이 90일 가까이 지났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학 규제 완화와 지원은 긍정적이다. 반면 유·초·중등 교육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돌봄 확대, 교육교부금 감축, 교원 감축 등만 논란이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교육의 근간인 유·초·중등 교육을 중시하는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유·초·중등 교육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학급당 28명이 넘는 과밀 학급이 4만 개에 달하고 30년 이상 노후 학교 건물, 재래식 화장실, 몸에 맞지 않는 책걸상이 수두룩하다. 석면교실은 절반도 철거하지 못했다. 온라인, 원격수업, 메타버스 기반 교육을 위한 장비와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방향이나 교원 감축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

―정부의 교육 방향(철학)에 대한 평가는.

“정부가 노동·연금·교육을 3대 개혁으로 꼽고 있는데, 교육 개혁이 뭔지 솔직히 모르겠다. 반도체 인재 육성이 교육 개혁인가? 취학 연령 조정이 교육 개혁인가? 교육 개혁은 적어도 5년 동안 정부의 비전과 방향성 제시가 출발이 돼야 하는데, 큰 그림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중등 교육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길 바란다.”

―취임하자마자 ‘교권 침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유는?

“교사가 소신을 갖고 열정으로 교육할 환경이 절실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땅에 떨어진 교권이 강화되고 교사가 안정돼야 교육이 회복될 수 있다. 교권 강화와 회복은 교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학생을 잘 가르치고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잘못한 아이를 지도하다 목소리를 높이면 인권침해나 아동학대라며 민원이 들어오고 신고가 되기도 한다. 떠들거나 돌아다니며 수업을 방해해도 진정시키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사이 교사는 온갖 모욕을 당하고 수업은 엉망이 된다.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교실에서 분리시키면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고소하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다 보면 교사는 교육 활동이 위축된다. 기본적인 생활지도마저 기피하게 된다.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교권 강화와 회복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일명 ‘생활지도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에 대해서 회장 선거 때부터 강조하고 있다. 재정 당국과 교육부가 교원 축소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가능할까.

“교육의 다양화, 개별화의 토대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이 꼭 필요하고, 정규 교원 확충이 필수다. 아내가 부산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데 올해 한 반에 학생이 9명인 학급을 맡게 됐다. 아내가 ‘학생 한 명 한 명이 다 보인다’고 말하더라.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교실 환경이 마련되면 학력 신장과 정서 회복도 앞당길 수 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학급당 15명 내외인 과학고가 대면 등교와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정부는 교원 축소를 강조하는데, 정부를 설득하고 총력 관철투쟁을 전개하는 방법밖에 더 있겠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교육의 다양화, 개별화는 필수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원을 감축하는 것은 학생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하자면서 교원을 줄이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력 신장과 관련해 전국 단위 전수 평가 도입에 대한 의견은.

“국가 차원의 일관되고 객관적인 학력 진단·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처방하려면 진단은 필수다. 교육감에 따라 들쭉날쭉 시행하는 것은 ‘깜깜이 학력’을 방치하는 것이다. 평가를 통해 아이들의 교과별, 영역별 장단점을 파악하고 부족한 점은 보충 학습을 하든, 가정과 연계 학습을 하든 해야 한다. 일제고사라 폄훼하고 거부하면 조기에 학습 결손을 발견하지 못해 학습 부진이 누적될 우려가 있다. 학원에 더 의존하게 만들고 사교육 부담만 키울 수도 있다. 물론 진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 지원이다. 다만 1교사 2수업, 대학생 튜터링 등 실효성 없는 대책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하고, 교원 행정업무 폐지, 교권 강화 같은 근본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연금에 민감하다. 정부의 ‘연금개혁’에 대한 평가는.

“새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또다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건 동의할 수 없다. 교총 회장 선거 때, 회원들에게 연금 개악을 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수차례 개악으로 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취지가 무너졌다. 학교 현장은 벌써부터 동요하고 있다. 미래가 불안한데 교육이 제대로 되겠나. 명퇴가 대거 이어져 교육 공백이 초래될까 우려스럽다. 선진국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고 연금 지급 개시연령 연장에 따른 소득 공백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개인적으로 욕을 먹더라도 연금 문제는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 회원들한테 약속한 걸 지킬 것이다.”

―7월 예정이었던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국교위에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인데 국교위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국교위가 자문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인적 구성상 정파 초월이 안 될 수 있고, 유·초·중등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 있어 걱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교위는 정파를 초월해 교육정책의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교육부 역시 중심을 잡고 역할을 하길 바란다. 국교위가 다루지 않는 유·초·중등, 대학 교육 부분도 여전히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수행해야 한다. 교육 자치 문제도 확대하는 것이 맞지만, 교육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 정 신임회장 포부

13만 교총회원 중 80% 달하는 평교사들이 지지… “현장 목소리 최우선 반영”

정성국(51)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38대 신임 회장은 두 번째 평교사 출신 회장이자 첫 초등교사 회장이다. 지난 2019년 회장 선거에 나서 하윤수 전 회장에게 패배한 뒤 두 번째 도전에서 꿈을 이뤘다.

정 회장의 당선은 ‘예정된 이변’으로 평가받았다. 13만 교총 회원의 80%를 차지하는 평교사의 목소리가 선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평교사들의 권익을 신장하고 그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활동을 펼쳐 달라는 기대와 주문이 담긴 결과다.

정 회장은 “그동안 교사들이 현장 목소리가 교총에 느리게 반영된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평교사 출신의 젊은 회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만, 정 회장이 중앙무대 경험이 적어 교육부 등 정부와 국회, 각종 단체와의 ‘협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교총 회장은 대학 총장이나 교수들이 맡아왔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교권 침해 우려와 교사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정부나 국회도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교총의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 3년 동안 교총이 바로 서고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총은 최근 7대 교육현안 해결 촉구 전국교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생활교육지도법 마련, 교원 행정업무 폐지, 돌봄·방과 후 학교 지자체 이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도입 등이 과제다. ‘학교는 학교답게, 교육은 교육답게’ 만들기 위해서다. 정부, 국회, 국민 모두의 협력과 성원이 필요해 보인다.

△1971년 부산 △부산교육대학교 졸업 △부산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교총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초등교육위원회 위원·새교육개혁위원회 위원 등 역임 △전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부산초등영어교육연구회 부회장 △부산 해강초 교사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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