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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상 속 미술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06일(土)
지성, 이보영이 만난 뮤지엄 산과 이인희-건희 회장 메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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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다마스’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지성(왼쪽) 배우가 극중 저택의 집사를 만나는 장면. tvN 캡처.

드라마 ‘마인’에서 이보영 배우가 꽃과 그림이 있는 방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tvN 스틸.

▲ ‘믿보배’ 부부의 열연과 재벌가=

지성은 믿고 보는 배우, 즉 ‘믿보배’입니다. 그가 출연하는 tvN드라마 ‘아다마스’도 그걸 증명합니다. 드라마는 쌍둥이 형제가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이 형제는 자신이 살해범이라고 자백한 후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형수가 가짜라고 믿으며, 거대한 음모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밝혀 진범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극 중 대기업 총수가 회사 상징으로 만든 화살 ‘아다마스’가 그 살해의 도구였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드라마는 미스터리 형식을 띠면서 세상을 쥐고 흔드는 금권의 이면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습니다.

지성 배우는 각기 검사와 작가인 쌍둥이 형제를 모두 연기합니다. 1인 2역인 셈인데, 닮은 듯 다른 형제를 섬세하게 연기하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웅장하면서도 미려한 대저택입니다. 극 중 총수가 사저로 쓰는 곳인데, 실제 촬영지는 강원 원주의 미술관 ‘뮤지엄 산’입니다. 뮤지엄 산은 작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tvN드라마 ‘마인’의 촬영지이기도 했지요.

‘마인’은 이보영 배우의 열연이 돋보였던 드라마였습니다. 이 배우 역시 우리 시대의 ‘믿보배’ 중 한 사람이지요.‘아다마스’의 주인공 지성 배우와는 부부 사이입니다. 이들 부부는 약간 시차를 두고 번갈아 드라마의 주역으로 등장하는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거머쥐곤 해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이런 부부 배우가 있다는 것은 우리 대중문화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다스’와 ‘마인’의 공통점에서 보듯 우리 드라마들은 대기업 일가의 이면을 주요 소재로 삼습니다. 대부분 거대한 비밀의 온상지라는 음모론에 바탕하고 있지요. 드라마를 보는 대중들에게 상류층 생활을 엿보게 하는 쾌감을 주면서 동시에 그들에 대한 부러움, 두려움, 아니꼬움 등을 풀어주는 것이 주조이지요. 요즘 많이 쓰는 말로 ‘드라마 포퓰리즘’인 셈인데, 그 이야기 구조가 얼마나 탄탄하냐가 극적 설득력을 좌우합니다.
‘마인’은 설득의 힘이 충분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이제 4회차가 방영된 ‘아다마스’도 앞으로 탄탄한 내용으로 시청자를 매혹할지 궁금합니다.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을 미술관 쪽에서 바라본 모습.

뮤지엄 산의 미술관 복도는 자연석과 노출 콘크리트의 조화를 이룬다.

▲ 뮤지엄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뮤지엄 측은 “드라마 제작진이 찾아와서 살펴본 후 촬영지로 섭외해와서 응했다”고 했습니다. 제작사는 “장소 헌팅 차 처음 뮤지엄 산을 방문했을 때, 건축물이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고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어 우리 드라마에 필요한 미장센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밝히더군요.

뮤지엄 산의 외경 뿐 아니라 내외부의 이곳저곳을 많이 활용하여 촬영을 하고 있으며, 어느 장소를 찍어도 아름다워 매번 감탄한다는 게 제작진 전언입니다. 극 중 해송원이라는 장소를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톤앤매너로 설정했는데, 오리엔탈의 느낌을 살린 저택 내부와 뮤지엄 산의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무드가 잘 어우러진다는 것입니다.

뮤지엄 산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주의 구룡산 해발 272m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뮤지엄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서울에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에 여기까지 사람들이 찾아 올까 라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뮤지엄 산은 지난 2013년 개관 이후 방문객이 늘어 2018년부터 연간 20만여 명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마인’이 방영된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라는 게 뮤지엄 관계자 전언입니다.

뮤지엄 산에서 ‘산’은 ‘SAN(Space Art Nature)’이라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예술을 즐기는 공간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8년에 걸쳐 지은 이 뮤지엄은 웰컴센터, 조각정원,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박물관, 미술관), 스톤가든, 제임스터렐관 등으로 이뤄져 있지요. 관람 거리는 약 2.1㎞로, 걸어서 돌아보는 데 2시간 넘게 걸리더군요.
드라마 ‘아다마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길의 워터가든입니다. 미술관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지요. 길 양 쪽으로 인공호수가 하늘과 건물, 작품들을 비추고 있는데, 알렉산더 리버만(1912~1999) 조각 작품 ‘아치웨이(Archway)’가 설치돼 있습니다. 빨간 빛의 대형 조각이 물 위에 비치며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정경을 자아내기 때문에 관람객의 대표적 포토 존으로 자리를 잡았지요.

이 뮤지엄은 현재 기획전 ‘옴니버스(OMNIVERSE)’와 ‘한국미술의 산책 8: 꿈’을 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최욱경, 김원숙, 윤석남, 함경아 등 12명의 예술가를 통해 세상은 살만한지를 묻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기록하고 텍스트를 이미지화 하는 인간을 만날 수 있지요. 후자는 20세기 화가들의 다양한 소망을 읽어보고자 했다는 게 뮤지엄 측 설명입니다. 나혜석, 이종우, 김기창, 김환기, 박항섭, 오지호, 장욱진 등의 작가들이 지난 세기에 꾼 꿈과 21세기 우리의 그것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지요.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 본관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물의 정원으로,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가 있다. 왼쪽 위 네모 안은 안도 다다오의 드로잉으로, 설계를 요청한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이름을 명기했다.


▲ ‘재벌의 특별한 외도’가 많아져야 =

뮤지엄 산의 기획전은 청조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청조(淸照)는이인희(1928∼2019) 전 한솔그룹 고문의 호입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였던 이 전 고문은 부친이 고미술 수집을 하자, 자신은 그 뒤를 이어 근대 미술에 관심을 뒀다고 합니다. 소품부터 대작까지 맥락 있게 작품을 모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뮤지엄을 만들었습니다.
이 전 고문은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에게 편지를 써서 설계를 부탁했습니다. 다다오는 “30년 이상 수집해온 미술 컬렉션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인희 고문의 강렬한 열망에 마음이 움직여 설계를 맡게 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다오는 자신의 드로잉에 ‘이인희 양(李仁熙 樣)’이라고 명기함으로써 설계 중 이 전 고문과 원활하게 소통했음을 나타냈지요.

이 전 고문이 뮤지엄 산을 건립한 것은, 그의 동생인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컬렉션 기증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 점 한 점 공들여 모은 소장품이지만, 내 가족만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소명감이 남매에게 공통적으로 있었던 것이지요.

문화를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셈인데, 이 부분은 우리나라 기업 문화와 국민 정서에서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마인’, ‘아다마스’에서 보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기업 정서(엄밀히 하면 반재벌 정서)는 큰 편입니다. 이른바 금력을 가진 자들이 세상을 제 멋대로 휘두른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들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을 일으켜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으나, 그 후대들은 자신의 노력 없이 부를 물려 받아 온갖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는 시각이 강합니다.
문화를 통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그런 정서를 약화시키고, 사회 갈등을 누그러트리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소위 선진국들엔 그런 사례가 많습니다. 미국의 금융 재벌 제이 피 모건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 작품을 모두 기증하고, 석유재벌 제이 폴 게티가 로스앤젤레스에 미술관을 만든 것 등이 그 보기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기업 문화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SK가 작년에 제주에 설립한 포도뮤지엄이 그걸 보여줍니다. 현대자동차가 국립현대미술관을 10년 장기 후원하고 있는 것도 한 사례이지요. 현대차는 영국 테이트 뮤지엄을 11년 후원하고,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ACMA)을 10년 후원하기로 장기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지요. 우리 기업이 국경을 넘어서 문화를 부양하는 모습은, 그것이 설령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마케팅 차원이라고 할지라도 뿌듯한 느낌을 줍니다. 우리 대기업과 그 지도자들이 문화 메세나에 더 힘써줬으면 좋겠습니다.

미술 마니아인 최정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세계 유명미술관에 얽힌 재벌들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재벌들의 특별한 외도’라는 제목을 지닌 그 책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돈은 영원할 수 없지만 명예와 명성은 영원하다. 재벌은 먼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당대에 아무리 큰돈을 벌었던들 죽은 후에 오명만 남으면 그 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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