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직장 상사와 1대 1 술자리 후 사망은 업무 상 재해”

근로복지공단, 사업주 주관 회식 아니라며 유족급여 미지급
법원 “술자리서 업무 이야기…단순 친목 도모 모임 아냐”

상사와 1대 1로 가진 술자리 후 귀가하다 근로자가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상사와 사망한 근로자가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고, 술자리에서 직무 관련 이야기가 오간 점에 비추어 업무와 관련된 회식이라고 봤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상사와 1대 1 술자리 후 귀가하다 쓰러져 뇌출혈로 숨진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청소경비 업무직 A 씨는 2020년 10월 직장 상사인 관리부장 B 씨와 1대 1로 술자리를 가진 후 귀가하던 중 자택 1층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뒤로 넘어졌다. 외상성 대뇌출혈로 치료를 받던 A 씨는 결국 2021년 3월 사망했다.

A 씨의 유족은 A 씨가 사업주의 관리 하에 이뤄진 회식에 참여했다 사망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가 주관한 회식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 씨의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1대 1로 술을 마신 자리였다 할지라도, 사적인 모임이 아니라 사업주의 관리 하에 있는 회식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설관리부 총 책임자인 B 씨와 사망한 A 씨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사적인 모임이라 보기 어렵다”라면서 “두 사람은 회식 자리에서 청소 장비 구매 건이나 청소구역별 업무수행 건 등 동료 직원들의 업무적인 불편사항에 관한 얘기가 포함됐고, 본래 5명이 참석하기로 하다가 3명의 직원이 개인 사정으로 빠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회식은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이라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