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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08일(月)
‘혼자라 느껴질 때 빛처럼 온 그대’…빛이 되는 사람은 객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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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빛이 나는 사람’

“단독으로 쇼하긴 너무 이른 거 아냐?” “소집해제 된 지 겨우 두 달밖에 안 됐잖아.” “본인 노래만으로 두 시간을 채울 수 있겠나?” 방송사의 제작, 편성, 광고 담당자들이 모인 자리는 토론장을 방불케 한다. 회의가 회의(懷疑)에 빠질 무렵 격론을 마무리 짓는 기획자의 결정적 한 마디가 나온다. “그래도 시청률은 좀 나올 겁니다.” SBS는 마침내 추석특집 쇼의 주인공으로 트바로티 김호중을 낙점했다. 보편적 니즈(Needs)보다는 확실한 원츠(Wants)에 초점을 맞췄다고나 할까.

김호중은 작년 말 KBS에서 단독 쇼(2021)를 가진 임영웅과 여러 면에서 비교 대상이다. 나이도 동갑(1991년생)이고 트로트 오디션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두 사람 다 틀에 갇혀있지 않은 장르와 선곡의 확장성으로 주목받았다. 굴곡의 내용은 다르지만 성장 스토리도 스타 탄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스타의 과거는 현재를 있게 만든 자산이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미래를 완성하는 재료다. 지상에선 ‘별의 순간’이 언젠가 이별의 순간이 된다는 걸 스타는 염두에 둬야 한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감독(유하)이 쓴 ‘오징어’는 신인스타들이 부적으로 삼을 만한 시다. ‘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50년 전 가요계엔 남진, 나훈아라는 걸출한 라이벌이 존재했다. 이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금까지도 활동 중이다. 빛 가운데 섰고 어둠의 경계에도 머물렀지만 그늘에 있을 때조차 음악을 놓지 않고 산 자들에겐 가을의 수확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중).

무대에서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시키려면 저 홀로 열심히 부르는 걸론 부족하다. 가수를 반길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긴 밤을 헤매고 있을 때/ 때론 슬픔에 잠겨있을 때/ 거친 세상에 지독한 외로움 속에/ 혼자라 느껴질 때/ 음 한 줄기 빛처럼 음 다가온 그대’(김호중 ‘빛이 나는 사람’ 중). 빛이 나는 사람은 무대 위에 있어도 빛이 되는 사람은 객석에 앉아있다. 팬들은 가수를 선택하고 무대를 찾아다니는 존재들이다. 어감은 불편해도 이른바 ‘관종’일 수밖에 없는 게 스타의 숙명이다. 관심이 사라지면 무대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관중이 없으면 관종도 없다. ‘같은 시간 속에 우리는/ 서로의 삶에 멈춰버렸죠/ 바다처럼 깊어진 우리의 믿음/ 흔들리지 않아요’(김호중 ‘나보다 더 사랑해요’ 중).

열혈 팬 하면 그냥 울부짖는 소녀의 얼굴이 생각난다는 선배가 계셨다. 그분이 최근에 내게 들려준 고민(?)이 신선했다. 손자까지 둔 아내가 휴대전화로 나누는 대화 중에 젊은 가수 이름이 계속 나왔다는 거다. 채근해보니 이미 아내는 그 가수의 팬클럽 회원이었고 공연장은 물론, 사인회에도 빠짐없이 출석했다는 거다. ‘덕질’의 증거물이 집안 여기저기서 속속 등장하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잠시 머리가 아프더라는 거다. “음악으로 회춘하시니 얼마나 좋으세요.” 나는 이미자의 데뷔곡 ‘열아홉 순정’으로 위로했다. ‘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 수줍은 열아홉 살 움트는/ 첫사랑을 몰라주세요/ 세상의 그 누구도 다 모르게/ 내 가슴속에만 숨어있는/ 음 내 가슴에 음 숨어있는 /장미꽃보다도 붉은 열아홉 순정이래요’.

장미엔 장미의 매력이 있고 할미에겐 할미의 협력이 있다. 재밌는 상상 하나가 머리에 침투한다. 남진, 나훈아의 열혈 팬 중에 임영웅·김호중으로 갈아탄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조용필 ‘단발머리’ 중). 하지만 세월은 소녀를 빼앗아가도 음악은 소녀를 되돌려준다.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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