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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22년 08월 10일(水)
“韓 우주개발 1단계 마무리… 2단계는 민관협력 ‘열린 개발’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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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층 현관의 누리호 모형 앞에서 이상률 원장이 다음 단계를 위한 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파워인터뷰 -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누리호·다누리 발사 성공으로
위성 이어 발사체·우주탐사까지
세계 7위권 우주과학기술 확보

1단계 기술 산업체로 이전하고
새 도약 위해 열린 상상력 필요
30년후 생각하는 연구투자해야


인터뷰 = 노성열 경제부 부장

우리나라가 우주 시대의 2막을 열고 있다. 그동안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등 우주 선진국들의 맹활약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한국이 올해 들어 6월 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데 이어, 8월 5일 달 궤도선 ‘다누리호’까지 무사히 전이궤도에 올리면서 우주 7대 강국으로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독자적인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주력해온 시기를 1막이라 하면, 지구를 벗어나 심(深)우주로 향할 첫발을 내디딘 달 궤도선은 본격 우주 개척 2막의 장을 연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우주 개발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2022년을 보내면서 모든 프로젝트를 총지휘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의 이상률(62) 원장을 대전 본원에서 만났다.

―올해는 한국 우주 개발사의 결정적 시기다. 이런 중요한 때에 항공우주 연구와 실행의 총책을 맡으며 느끼는 소회는.

“우리나라 우주 개발이 전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다가 이제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진짜 마무리가 아니고 소위 말해 1단계의 거의 마지막 순간, 그러니까 다음 단계의 도약적 발전을 앞둔 단계, 그 딱 끝부분에 있는 것 같다. 제가 원장 임기를 마치고 만약 연구원에 끝까지 있다면 2026년까지니까 제 개인적으로도 거의 마무리되는 시기다. 그동안 우리가 위성 개발은 웬만큼 됐는데 발사체, 즉 독자 수송능력이 빠져있었다. 그런데 누리호 성공으로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 위성을 우리 땅에서 쏘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항상 지구 주변에서 저궤도, 정지궤도,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았나. 이제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까지 무사히 쏘아 올림으로써 얕은 우주긴 하지만 지구를 떠나 먼 우주 탐사로 가는 다리도 놓았다. 그래서 한 단계가 마무리되는 시기 같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시기에 기관 대표를 하는 것 자체를 대단히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다음 단계는 누군가가 훨씬 더 큰 그림으로, 좀 더 도약해서 갈 수 있는…. 흔히 세계 7위권이라 하지만 7위 문턱에 올라선 거다. 여러 곳에서 얘기했지만 6위와의 격차가 크다. 아마 2단계는 우리가 6위도 넘어서는 꿈을 한번 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심정이다.”

―달 궤도선 다누리가 8월 5일 무사히 발사돼 순조롭게 항해하면 올해 12월 31일 달 목표궤도에 도착한다고 들었다. 다누리의 완전 성공을 전제로 그 의미를 설명해달라.

“우리나라가 1992년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통해 우주를 향한 첫걸음을 시작한 이래, 다누리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 중력을 벗어나 달로 향하는 탐사선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성과를 이뤄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다누리 달 궤도선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달 궤도선을 개발한 국가가 된다. 특히 지난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위성기술’과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갖추게 됐는데, 여기에 더해 ‘우주탐사 기술’까지 확보하게 돼 명실상부한 세계 7대 우주 강국이 될 것이다. 또 다누리가 달을 관측해 얻어지는 과학데이터를 통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우주과학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우주 항공은 2막을 맞고 있다. 달 탐사가 재개되고 민간산업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도 정착됐다. 우리는 전략적으로 어디에 선택·집중해야 한다고 보는가.

“해외 우주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우주산업이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되고 우주 공간의 상업적 활용이 일부 시작됐다. 우주탐사 분야에도 민간 참여가 활성화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니 뉴 스페이스 시대의 여러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더라. 돈이 많이 풀리고 금리가 쌀 때 투자를 받아놨다가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기로 가니까, 1990년대 정보기술(IT) 초창기 닷컴 버블처럼 탄탄한 회사만 살아남고 어정쩡한 것들은 정리되는 그런 어려움인 듯하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경우 위성방송·통신, 위성정보 활용 등의 우주 활용분야는 선진국과 비등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우주발사체 등 우주 기기 제작 분야에서는 아직 크게 부족한 단계다. 저궤도 위성과 같이 기술과 경험이 많이 축적된 분야와 소형위성 및 소형위성 발사체 등 새로운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리호 발사 때 큐브(소형)위성도 궤도에 올렸는데, 덩치가 작으면서도 중대형 위성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하는 기술이 나온다고 들었다.

“맞다. 점점 위성도 소형의 고품질로 가고 있으니까 이제 발사체도 1.5t 같은 거인 발사체 말고 소형 발사체가 필요하게 됐다. 과거에는 이왕 만드는 발사체 크게 만들자고 그랬다. 왜냐하면 그때는 작은 발사체를 만들면 50㎏ 정도 위성밖에 못 올리는데 이걸로는 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한 100㎏, 150㎏ 위성 정도면 꽤 괜찮은 임무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제 그런 전용 발사체들이 막 튀어나오는 거다. 미래 발사체에 소형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세상이 많이 바뀐 거다. 물론 절대적으로 소형 위성이 대형 위성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 카메라를 예로 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지니까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하이엔드 말고 중간에 어정쩡한 카메라는 없어져 버리지 않았나. 우주 분야도 하이엔드 외에 여러 가지로 콘텐츠가 다양해진다. 전임 원장님 때 만든 미래발사체사업단이 있길래 이름을 바꿨다. 소형발사체연구단으로. 미래 발사체는 한국형이든 소형이든 다 하라는 뜻이다. 나는 미래혁신연구센터라는 걸 만들었다. 캐치프레이즈는 2050년 이후를 보는 장기 연구. 개인적인 경험도 들어가 있는데, 사실 내가 한 36년간 여기에서 근무했지만 1986년도에 시작할 때는 30년 후를 상상할 처지가 못 됐다. 그럴 능력도 안 됐고 여건도 안 됐고. 그런데 우리가 30년 동안 발전한 건 좋지만 지금 와서 보면 아쉬운 게 누군가는 좀 멀리 내다보는 상상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거다. 준비, 그것도 체계적인 준비를. 어떤 하드웨어 개발을 안 하더라도 계속 상상도 막 하고…. 종이에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그런 부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준비를 좀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별로 인기가 없네(웃음).”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 개발 착수… ㎝급 위치정보로 정확도 체감할 것”

3.7조 투입 항법위성 8기 배치
한반도 초정밀 시각 정보 제공
교통·통신 서비스 업그레이드

100t급 엔진 5기·10t급 2기
누리호 3배 성능 차세대발사체
초기부터 기업체와 공동 개발

누리호 3~6호기 5년 내 발사
독자개발 발사체 신뢰성 높여
기업 조립·항우연은 품질관리

우주산업 인재 지속 영입 위해
사회·경제적 처우 높아져야


이상률 원장이 지난달 25일 대전 항우연 1층 현관의 우주복 전시물 앞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좀 더 설명을 해주시죠.

“누군가는 좀 상상을 해야 한다. 우리가 그래도 1000명이 넘는 조직인데 10명이라도, 안 되면 5명이라도 그런 상상을 해야 한다. 항우연이 크게 항공·위성·발사체, 이렇게 3개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딱 여기에 갇혀 있다. 물론 세분화하면 발전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인데 아까 1단계 입장에서 보면 잘했다. 근데 2단계나 그 이상을 가려고 하면 좀 문제가 있다는 거다. 왜냐하면 1단계의 많은 것이 산업체로 가야 할 부분이다. 많은 부분이 그러면 민간과 같이 협업도 하면서 유연한 열린 마인드가 필요하게 된다. 1단계에서는 독자 개발이 중요하지만 2단계, 3단계로 가면 경우에 따라 분업할 때도 나올 거다. 삼성전자가 만약에 모든 걸 우리가 다 만들겠다고 그랬으면 저렇게 못 컸겠지. 우리도 더 도약하려면 좀 열어야 한다. 앞에는 정말 잘했는데 갇혀 있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더 생각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본다.”

―누리호 발사 성공 후 항우연 연구원 처우가 이슈가 됐다. 초봉이 정부출연연구기관 25개 중 21위라던데.

“누리호 성공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이러면서 처우 개선 기대 수준이 아니라 아예 아우성이다. 물론 노력은 하고 있다. 그런데 항우연 자체가 사실 소위 말하는 정부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나. 우리 기관에서 결심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기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건 크게 제한적이다. 만약에 우리만 쓸 수 있는 어떤 예산이 별도로 있다면 그걸 투입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런 것도 없기 때문에 자체로 할 수 있는 건 굉장히 한정되고…. 그래도 주변에 정부나 연구회나 이런 쪽에서 많이 도와준다. 예산을 맡은 기획재정부는 또 다른 24개 출연연과 300여 개 타연구기관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제 임기 중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 아까 말한 뉴 스페이스 시대에 민간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인력이 지속 공급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우수 인재가 우주산업에 지속 유입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사회·경제적 처우도 높일 필요가 있다.”

―올해 2차례 발사한 누리호를 2027년까지 4번 더 쏘는 이유는.

“맞다. 그런데 누리호 3호기는 이미 제작이 완료돼 조립 중이다. 앞으로 4, 5, 6호기 3개의 발사체를 더 만들어야 한다. 이게 누리호 고도화 사업이다. 고도화 사업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4번 더 발사하면서 독자 개발한 우리 고유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특히 고도화 사업을 통해서 민간 산업체가 누리호 제작을 주도하게 된다. 3호기의 경우 항우연 발사체 본부에서 우리끼리 하면 내년 2월이면 충분히 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발사체를 민간에 이전하기 위한 체계종합기업들이 올 연말에 선정될 예정이다. 3호기 조립 등 막바지에도 민간기업을 가르쳐주다 보면 좀 늦어져서 내년 3월이나 4월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4, 5, 6호기부터는 만드는 것 자체를 체계종합기업들이 하게 된다. 총 조립까지 옆에서 기술 이전해주고 훈수도 해주겠지만 대신 발사는 우리가 한다. 왜냐하면 아직 발사장 운용 문제도 있고 이것까지 기업이 한꺼번에 다 가져가기 힘드니까. 물론 발사 운용도 기업을 옆에 붙여서 어느 정도 가르치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의 민간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할 것이다. 제작부터 총 조립, 발사 운용까지 통째로 다 넘겨준 후에는 품질 및 표준관리, 발사장 안전 같은 것만 항우연에서 하게 될 것이다.”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에 어떻게 민관 분업을 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민간 산업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민간의 우주기술력 제고를 위해 정부 주도로 축적한 우주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것, 두 번째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기술 이전은 사실 문제가 아닌데, 우리 기술 자체가 국제시장에 나갔을 때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가 문제다. 대통령도 우주경제를 말하지 않았나. 그냥 나 혼자 잘했다는 것만으론 안된다. 시장에 들어가서 먹혀야 하지 않나. 미국의 우주 민간기업들도 어려움을 겪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고민이 필요하다. 작전을 짜고 전략도 세워야 한다. 우선 정부 계획에 맞춰 발사체·위성 등 항우연이 보유한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누리호 반복 발사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기업의 역할을 높이는 한편, 누리호 후속으로 준비 중인 차세대발사체 사업에선 사업 초기 단계부터 기업체가 공동 설계·개발하도록 할 것이다. 차세대발사체는 내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총 1조9330억 원이 투자되는 사업으로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차세대발사체는 100t급 엔진 5기와 10t 엔진 2기를 탑재한 2단 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대략 누리호와 비교해 3배 정도 향상된 성능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1.8t 무게의 달 탐사선도 발사할 수 있다. 차세대중형위성의 경우 공동설계팀 운영 등 공공기관의 축적된 우주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했으며, 현재 산업체 주도로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 상황이 걸림돌이 되는 점은 없었는지.

“독이 아니라 오히려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와 1979년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고체연료 발사체는 아예 막힌 데다 사거리, 탄도 중량에도 제한을 받았다. 그래서 항우연은 처음부터 액체연료 발사체부터 차근차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기초를 다진 거다. 물론 최근엔 고체연료 제한이 풀렸지만. 고체, 액체 모든 길이 생겨서 결과적으로 잘됐다. 처음부터 고체연료 발사체가 허용됐다면 ‘액체 발사체 그 돈 많이 드는 걸 왜 해’ 이랬을 것이다. 편한 길로 갔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고체연료 발사체로 시작해 개발했다. 1988년 이 발사체로 300㎏급 위성을 올렸다. 발사체에 위성을 맞춘 것이다. 그 정도 위성을 올릴 만한 데까지 하고 끝이다. 우리는 액체부터 시작해서 고생스러웠지만 기초를 탄탄하게 우리 힘으로 다진 셈이다.”

―우주항공이 전통적인 기계공학에서 IT와 결합하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링 작업으로 시간과 비용의 절감이 가능해지고 있다. 발사체 엔진 추력·풍동 실험 등 모델링에서 엔지니어들의 저항이 있다던데.

“복잡한 문제다. 우리 엔지니어들의 생각이 잘못되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우주에서는 그게 맞는 거다. 하지만 내 생각엔 소위 평행우주를 얘기하듯 다른 게 또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슈퍼컴퓨터와 과학기술데이터 전문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님이 여기에 굉장히 적극적이시다. 항우연에서 엔진뿐 아니라 위성 쪽도 기존의 설계 방식대로 하면 2년에서 2년 반 정도 걸린다. KISTI 주장은 그 전에 데이터를 집어넣어서 컴퓨터 학습을 시키면 6개월이면 한다는 거다. 우리가 누리호 발사체 엔진을 만들었고 이제 차세대 엔진도 만들고 있지 않나. 항우연 엔진 설계를 하는 엔지니어들이 보기엔 액체 엔진 속에서 미량의 연료 움직임에 따른 연소 불안정 같은 현상은 이론적으로 아직 다 규명되지 않았거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KISTI 분들은 천문학에서 우주의 탄생이나 기상과학에서의 날씨예측 같은 더 크고 변수 많은 복잡계 현상도 요즘 다 시뮬레이션하고 있고, 엔진 내 유체역학도 수학적 모델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컴퓨터 안에서 연소 불안정이든 폭발이든 뭐든 할 거 아니냐고 하신다. 맞다. 나도 물리적으로 100% 해결된다는 아니지만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 쪽에 좀 열린 사람이 있으면 KISTI 쪽과 붙여서 문을 하나 더 열어보려고 시도 중이다. 나 스스로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우리가 생각이 좀 갇혀 있다. 지금 차세대 발사체, 차세대 엔진이라고 만들고 있지 않나. 근데 엔진 수준으로 보면 러시아가 1980년대에 만든 기본구조, 거기서 못 벗어난다. 이걸 넘어서려면 기존 정석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은 돈도, 시간도, 능력도 안 됐다. 하지만 이제 데이터로 가상실험할 수 있고, 또 해주겠다고 하는데 나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사업본부가 출범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Korean Positioning System) 개발 사업은 한반도 인근 지역에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구축하는 사업으로, 올해부터 2035년까지 14년 동안 총 3조7234억5000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위성시스템·지상시스템·사용자시스템을 개발하고, 총 8기의 위성을 궤도에 배치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우주개발사업이다. KPS개발사업본부는 바로 이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이제 KPS 사업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위성항법시스템이 제공하는 위치·항법·시각 정보는 교통·통신·금융 등 국가 핵심 인프라를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최근 자율주행차·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지구관측위성을 개발해 왔으나 항법위성의 개발은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이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위성항법 분야의 기술과 경험이 가장 풍부한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KPS가 구축되면 민간 우주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내비게이션 등의 정확도를 향상시켜 일반 국민 누구나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존 위성항법시스템보다 훨씬 정확한 m급·㎝급 서비스를 제공해 신산업 육성에 기여하고 향후 우주경제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 이 장관의 제언

“우주개발 지향점은 국민경제발전… 범부처 차원 ‘우주 거버넌스’ 정립 필요”


―이번 정부의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듯 보인다. 한국의 우주개발 정책은 어떤 큰 그림을 그려야 할까.

“우주개발의 정책 지향점은 우주개발 진흥법 제1조가 명시하는 바와 같이 ‘국가 우주개발의 체계적 진흥’ ‘국가의 안전보장’ 그리고 ‘국민경제의 발전’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대통령께서 직접 비전을 선포한 ‘우주경제’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주산업의 경쟁력 강화,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과 6세대(G) 통신위성을 연계한 자율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등과 같은 서비스 산업 육성, 우주탐사 및 우주자원 개발 역량 강화 등 미래의 국민경제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에 큰 역할을 하는 방향의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우주청을 신설한다면 항우연 등 다른 기관과의 역할 분담, 위상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바로 그런 방향성과 개념 설계 자체가 우주청이 할 일이다. 설계 자체가 중요하다. 그리고 거버넌스(governance)만 잘 만들면 되는 것도 아니다. 항우연은 2016년 우주개발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국방연구센터, 천문연구소, 인공위성센터 등 다른 플레이어가 많다. 또 뉴 스페이스로 가면 산업화라는 큰 축이 있어 민간과의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 발사체, 위성을 독자 개발한다고 하지만 부품, 소재까지 모두 할 수는 없다. 수입의 글로벌 공급망을 형성하는 일 역시 필요하다. 이 모든 일의 정점에 우주청이 있다고 본다. 많은 일을 조화롭게 수행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이는 거버넌스, 어떤 이는 인재 양성, 또 어떤 이는 산업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각각 주장한다. 난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건강한 숲, 요즘 말하는 생태계를 잘 조성해야 한다고. 우주청은 국가마다, 그리고 국가의 정부형태 및 법 제도에 따라 명칭, 기관의 법적 성격, 기능, 역할 등이 다양하다. 연구개발만 수행하거나,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관리만을 담당하거나, 국제관계에서 국가 대표성의 일부를 부여받는 등 형태도 여러 가지다. 미국의 경우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민간 목적의 우주개발을 총괄하지만, 국제관계에서 우주 관련 사항은 국무부가 주체다. 프랑스의 경우 우리가 우주청이라고 부르는 CNES의 공식 명칭은 국가우주연구센터로, 정부기관은 아니지만 법률을 통해 우주청의 기능을 위임했다. 독일도 프랑스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우주 거버넌스 개편은 특정 부처나 특정 기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 이 원장은

이상률(62)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986년 천문우주연구소에서 우주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를 모집할 때 처음 합류한 ‘우주 개발 1세대’다. 이후 항우연이 생기며 자리를 옮겼다. 36년간 우주 개발 사업에 몸담아 온 것이다. 원래 그의 전공은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가 아니라 위성이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발사체를 담당했는데, 유학을 다녀와서 위성으로 부서를 바꿨다”며 “과거 발사체의 실패 사례를 보며 마음의 빚 같은 게 조금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온 국민이 성원해 누리호와 다누리호 발사가 성공으로 끝나 굉장히 기쁘다. 이 시기에 항우연의 원장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영광”이라고 말했다.

―원장 임기 중 해야 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달 탐사선 다누리를 무사히 발사했지만 2024년까지 다목적실용위성 6호, 7호, 7A호의 발사도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 최우선으로 이런 대형 국가 임무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주어진 국가 임무 목표만을 보느라 최근의 우주개발 패러다임 변화 등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만큼, 도전적·선도형의 연구개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연구원 내 체계와 기반을 마련하려 노력할 것이다. 한편 누리호 발사 이후 불거진 연구원 처우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국가 미래가 과학기술에 있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누리호를 보며 키운 과학자의 꿈이 계속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960년 3월생 △1986년 서울대 항공공학 대학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1993년 프랑스 폴사바티에 대학교 자동제어(우주응용) 석·박사 △2011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본부 본부장 △201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 △2021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단장 △2021년 3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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